“분리수거 열심히 하면 환경 정책엔 무관심?”
호주 UNSW·그리피스대 연구진 2800명 추적 조사 “근거 없는 기우”
“개인의 친환경 습관이 거시적 기후 대응 참여를 촉진하지도, 저해하지도 않아”
2026-07-31 17:05:32 2026-07-31 17:05:32
호주의 대표적인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비영리단체인 오즈하베스트(OzHarvest)는 식품 도소매점이나 호텔·식당·카페 등에서 판매가 어렵거나 폐기 예정인 식재료를 수거하여 취약계층이나 자선기관에 배달한다. (사진=OzHarvest)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일상생활에서 분리수거를 하거나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등 개인적인 친환경 실천이 정부나 기업의 거시적인 기후 변화 대응 정책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개인이 일상에서 친환경 습관을 실천한다고 해서 사회의 구조적 환경 개혁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SW)와 그리피스대 소속 행동과학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국가 기후 행동 설문조사’의 일환으로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호주 성인 약 2800명을 추적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재활용, 다회용기 사용, 대중교통 이용, 채식 위주 식단, 자전거 출퇴근 등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광범위한 기후 정책이나 집단행동을 지지할 확률이 결코 낮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연구는 일상적인 '개인적 친환경 실천'이 더 강력한 기후 대응(정책 지지, 시위 등 집단 행동)을 촉진하는 디딤돌이 되는가, 아니면 "나는 할 만큼 했다"는 안도감을 주어 거시적 체제 개혁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는 ‘밀어내기 효과(Crowding-out effect)’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루어졌습니다. 그 결론은 정부와 기업이 에너지 시스템 전환이나 산업 규제 같은 어렵고 근본적인 개혁에서 대중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소비자의 작은 생활 습관 변화’를 교묘하게 장려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이른바 ‘재활용은 주의 분산용(Distraction)’이라는 가설이 실제로는 근거가 없음을 입증한 것입니다.
 
연구를 이끈 UNSW 기후위험대응연구소의 오미드 가세미(Omid Ghasemi) 박사는 “개인의 기후 관련 실천은 거시적인 기후 문제 참여를 촉진하지도, 그렇다고 저해하지도 않는다”며 “사람들이 ‘나 혼자 이 정도면 충분히 했다’고 느끼거나 자신의 행동 파급력을 과대평가해서, 혹은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줄어들어서 정책적 지지를 철회한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일상 속 환경 보호 실천은 사람들의 정책적 성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반영할 뿐이라는 분석입니다.
 
“친환경 습관이 곧장 환경 운동가로 이어지는 것도 아냐”
 
친환경 실천을 많이 하는 호주인들은 대체로 정치 참여도도 높았으며, 청원 서명이나 시위 참여, 기후 정책 지지 성향이 강했습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위험 인식(Risk perception)이 높고, 자신의 행동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효능감(Personal efficacy)을 가지며, 도덕적 책임감(Personal norm)이 강한 사람일수록 '개인적 실천'과 '집단적 행동' 간의 상관관계가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이 4년간 동일 인물들을 추적한 결과, 특정 해에 개인적인 친환경 실천을 늘렸다고 해서 이듬해에 그 사람의 정치적 참여도가 더 높아지거나 낮아지지는 않았습니다.
 
UNSW 기후위험대응연구소장 벤 뉴웰(Ben Newell)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재활용이 대중의 주의를 분산시킨다’는 강력한 주장을 반박하지만, 동시에 작은 생활 습관 변화가 사람들을 자동적으로 환경 운동이나 체제 개혁으로 이끈다는 생각 역시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고물가 여파로 기후 정책 지지도는 다소 꺾여
 
한편, 2021년에서 2024년 사이 개인의 환경 보호 행동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 반면, 집단적인 기후 행동과 기후 정책에 대한 지지도는 다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세미 박사는 이러한 거시적 참여 하락의 원인으로 ‘생활비 상승(고물가)’을 지목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은 재정적 압박을 받을 때, 경제적 비용이 수반된다고 인식되는 정책을 지지하거나 집단행동에 참여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줄어들 수 있다”며 “이유가 무엇이든, 이러한 지지도 하락이 ‘개인의 친환경 실천 증가’ 때문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책 담당자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에 투자하는 기업들에도 시사점을 던집니다. 시민이나 고객들에게 친환경 습관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이 더 광범위한 기후 대응을 향한 대중의 지지를 약화시키지는 않지만, 이러한 개인적 차원의 노력이 조직 내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대체하는 충분한 해결책인 것처럼 과장되게 포장되어서는 안 되며, 시스템적 변화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주 네이처의 자매 학술지인 ‘njp climate action’에 발표되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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