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10조’ 전투기 사업 불발…공급망 문제 ‘발목’
록히드마틴, UJTS 입찰 불참 공식화
BAA 변수…미국산 부품 비율 75%↑
제한된 사업비·가격 경쟁력도 문제
2026-04-27 14:48:47 2026-04-27 14:54:15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약 1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미국 해군 차세대 고등훈련기(UJTS) 사업에서 미 방산 기업 록히드마틴이 전격 이탈하면서,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사업 참여도 최종 불발됐습니다. 미 해군이 지난 3월 사업 조건을 일부 변경하면서 현지 부품 비율과 현지 공급망 구축 부담이 커진 것이 록히드마틴의 이탈 배경으로 꼽힙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 불발을 계기로 K방산의 미국 시장 진출 전략에 공급망 현지화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T-50 고등훈련기. (사진=KAI)
 
27일 외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록히드마틴은 최근 미 해군이 수정한 UJTS 제안요청서(RFP)를 검토한 뒤 군 당국에 입찰 불참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록히드마틴은 미국산 부품 비율 등 요구 조건을 고려할 때 KAI의 TF-50N이 최적의 솔루션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UJTS 입찰 불참을 공식화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UJTS는 1980년대 도입된 미 해군 함재기 조종사 훈련기 T-45 ‘고스호크’를 대체하는 사업입니다. 단순한 기체 교체를 넘어 항공모함 이착함(CQ) 훈련과 전술 기동 교육을 통합하는 미 해군 핵심 항공훈련 체계 개편 사업으로 평가됩니다. 도입 규모는 총 216대로, 전체 사업 규모는 약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번 록히드마틴의 이탈 배경에는 사업성, 가격경쟁력, 공급망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가장 큰 변수로는 미 해군의 ‘바이 아메리칸(BAA)’ 관련 요구 조건이 꼽힙니다.
 
미 해군은 지난 3월 UJTS 사업의 최종 제안요청서(RFP)를 내면서 요구 조건을 일부 조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산 부품 비율을 75% 이상으로 맞춰야 하는 조건이 주요 부담으로 떠올랐습니다. KAI와 록히드마틴이 제시한 TF-50N은 한국에서 생산되는 T-50 계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해당 기준을 충족하려면 미국 내 부품 조달 비중을 크게 높이거나 현지 생산·조립 체계를 새로 구축해야 합니다. 현재 록히드마틴은 F-16, F-35 등 기존 생산 물량으로 공장 가동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KAI 사천 본사. (사진=KAI)
 
이에 따라 미국 내 부품 조달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미 해군은 이번 사업에서 업체가 제안할 수 있는 사업비에도 2조원대 초반 수준의 상한을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국 록히드마틴과 KAI가 BAA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미국 내 공급망을 새로 구축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더라도, 제한된 사업비 범위 안에 가격을 맞추기 어려운 구조인 셈입니다.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졌습니다. TF-50N은 기존 T-50 계열의 검증된 운용 실적과 강건한 기체 구조를 기반으로 안정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 해군이 항공모함 이착륙 훈련 관련 요구도를 일부 낮추면서, 고강도 기체 구조라는 장점이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습니다.
 
결국 록히드마틴은 이러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수주를 따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록히드마틴은 UJTS 사업에 추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기보다, 다른 방산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 불발을 계기로 미 방산 시장 진출 과정에서 공급망 문제가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수주 가능성이 높게 거론됐던 만큼, 미국 시장에서 K방산의 외연을 넓힐 기회가 무산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며 “미국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현지생산과 부품 조달 비율을 높이는 문제가 앞으로도 계속 과제가 될 수 있는 만큼, 공급망 현지화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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