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서 기자] 한국전력을 비롯한 남부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 등 에너지 공기업 기관장·주요 간부들이 줄줄이 성과급 반납에 나서고 있다. 재무상황 악화 등을 이유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성과급 반납을 권고하면서 대부분의 에너지 공기업들이 동참한 상황이다. 특히 에너지 공기업을 필두로 타 공공기관을 향해 불똥이 옮겨 붙는 모습이다.
23일 에너지 공기업 등에 따르면 이날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중부발전, 한국전력기술의 사장 등 경영진·1직급 이상 주요 간부들이 성과급 자진 반납을 결정했다.
이로써 남부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한전KPS·한전KDN·남동발전·중부발전·한수원·한전기술 등 한전을 비롯한 9개 자회사 전체가 반납 의사를 밝혔다.
앞서 공운위는 지난 20일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를 발표하고 한전 및 9개 자회사에 대한 기관장·감사·상임이사 성과급 자율 반납을 권고한 바 있다. 당시 공운위는 한전이 올해 1분기에만 7조8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점을 들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정승일 한전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들은 2021년도 경영평가에 대한 성과급 전액 반납을 선제적으로 발표했다. 1직급 이상 주요 간부들의 성과급도 50% 반납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성과급 반납 행렬이 정부의 공기업 및 공공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 시사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성과급 반납 배경에 대해 한전 측은 "대표 공기업으로서 국가 경제 위기 상황 속 전기요금 인상 최소화에 노력할 것"이라며 "과감한 제도 혁신과 서비스 강화를 위한 인력 및 조직 효율화를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라고 말할 정도로 강경한 기조를 보이고 있다. 호화청사까지 매각하라고 하니 상황을 지켜봐야 겠지만 알짜기업 이미지가 있던 한전은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한전이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분위기지만 지금 상황에선 다른 공기업들도 자구책을 짜내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털어놨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파티는 끝났다'는 발언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고강도 혁신을 주문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타 기관의 공공기관들도 좌불안석인 상황이다. 경영위기 극복의 드라이브에 따라 언제든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게 속내다.
특히 공공기관에 대한 혁신 드라이브에 나선 곳은 28개 공공기관을 보유하고 있는 국토교통부다. 국토부 산하 28개 공공기관은 주거·교통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한 기관으로 1년 매출규모가 52조원을 넘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이러한 점을 거론하면서 "공공기관의 비정상적인 관행을 국토부가 앞장 서 개혁해야 한다"며 고강도 혁신을 주문했다.
원희룡 장관은 이날 긴급회의를 통해 "28개 공공기관은 자체 혁신방안을 일주일 안으로 제출하고, 혁신방안 마련에 집중하기 위해 공공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인사, 조직개편 등은 혁신방안 마련기간 동안 중단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반면 불만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툭하면 공기업 개혁의 칼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시절에도 '파티는 끝났다'며 공기업 방만경영을 운운하는 등 매 정권 때마다 공기업 개혁을 주창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소나기를 피하면 된다는 생각도 문제이나 공공기관만 문제 시하는 정부도 자유로울 수 없다. 공기업 부실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에 정부 책임도 크지 않은 가"라고 말했다.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 문제는 논란이었다. 경쟁력과 개혁 말이 좋지 공공기관 인사 낙하산 문제는 어제오늘만의 논란은 아니다. 이번 정부라고 다르겠냐"고 하소연했다.
공공기관 인력·복지 축소 등 혁신방안과 관련해 기획재정부 측은 "국무회의시 토론내용을 반영하고 공공기관 혁신 TF,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 구체적인 공공기관 혁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을 비롯한 8개 자회사가 경영진 성과급 자진반납을 결정했다. 사진은 한국전력 사옥 전경.(사진=뉴시스)
세종=김종서 기자 guse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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