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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대통령실 '진실게임'…승자는 정해졌다
공수처 "사실관계 바로 잡을 수밖에"
2024-03-19 16:43:07 2024-03-19 18:13:03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대통령실의 '진실게임'이 치열합니다. 
 
이종섭 호주 대사(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해제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공수처의 출국허락이 있었다"고 하자 공수처가 "출국금지해제는 법무부 권한"이라고 맞받았습니다. 이에 대통령실이 다시 "이종섭 대사가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이 "사실상 공수처의 양해"라고 반박하자 공수처는 "사실관계를 바로 잡은 것"이라고 재반박하면서 날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승자는 정해진 모습입니다. 공수처가 이종섭 대사의 추가 소환 조사 시기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 강경 태세인 대통령실에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19일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실 입장을 반박한 배경에 대해 "저희로서는 사실관계를 바로 잡지 않을 수 없었다"며 "저희가 국민들에게 거짓말하는 모양새가 되니까 그럴 수 없다고 판단해 그 부분만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저희는 정치적인 논쟁과 이슈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굉장히 경계해왔는데 급작스럽게 예기치 못한 상황에 들어가 당혹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대통령실 "급하면 내일이라도 조사하라"
 
전날 대통령실과 공수처는 이 대사가 공수처의 허락을 받고 출국했는지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대통령실은 "(이 대사가) 법무부에서만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에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했다"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공수처는 대통령실 입장이 사실관계와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수처에게는 출국금지 해제 권한이 없고 이 대사의 조사 과정에서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이후 공수처의 입장이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재반박에 나서며 공수처가 궁지에 몰렸습니다. 이 대사가 자진 출석해 수사를 받았고, 다음 수사 기일을 정해주면 나오겠다고 했다며 ‘공수처가 사실상 출국을 양해한 것’이라는 겁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만약 공수처가 그렇게 급하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이 대사를 불러) 조사하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소환 시기에 대해 "수사팀이 결정할 일"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이 대사의 소환조사 시기에 대해 "수사팀이 제반 수사 일정을 감안하면서 사건관계인과 협의해 결정할 일"이라며 "저희가 해 온 대로, 하고 있는 대로 (수사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사 임명과 출국금지 해제 등 이 대사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에서 공수처의 '수사 지연'을 지적하며 즉각 소환할 것을 압박하는 가운데 일체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수사팀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수장 공백·인력 부족에 정면충돌 부담 커
 
현재 공수처로서는 대통령실과 정면충돌하기엔 부담이 큽니다. 기관을 지휘할 처장이 없는 직무대행 체제일 뿐만 아니라 수사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 소속 평검사는 4명뿐이고, 감사원 표적 감사 의혹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대사를 당장 소환한다고 하더라도 유의미한 조사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보통 수사는 하급자 조사와 압수물 분석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이 대사와 같은 윗선을 소환조사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공수처는 지난 1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사무실과 국방부 검찰단·조사본부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 포렌식 절차도 끝내지 못했습니다.
 
이 대사가 지난 7일 소환조사 당시 제출한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은 아직 시작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이 대사 외 김 사령관, 유재은 법무부 법무관리관 등 핵심 피의자에 대한 소환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진=공수처 제공)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주 사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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