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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콰이어트 플레이스2’, 소리와 시각이 만든 공포의 ‘인과관계’
1편 이후 곧바로 이어진 이야기, 괴물 존재 ‘힌트’ 또 다른 생존자
‘세대 교체’ 가능한 마지막 엔딩, 확장된 세계관+영웅 서사 ‘설정’
2021-06-14 00:00:01 2021-06-14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1편은 완벽한 아이디어 승리였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기존 장르 전개 방식에서 딱 하나 설정을 추가했다. 그런데 모든 게 뒤바뀌어 버렸다. 관객들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긴장감을 느꼈다.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스크린 속 인물들 호흡에 관객들 호흡이 동화됐다. 숨이 멎을 것 같은 극한의 긴장감은 영화 제목 그대로 극장 전체를 고요의 공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딱 하나 설정 만으로 모든 것을 뒤바꿔 버릴 수 있단 장르 전개 방식 고유성을 뒤틀어 버리는 파격을 증명해 낸 바 있다. 전 세계 영화 마니아들이 열광했던 이유가 분명했다.
 
 
 
전 세계에서 깜짝 흥행에 성공한 1편 개봉 이후 3년 만에 등장한 2편은 여전히 숨이 멎을 듯했다. 긴장감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그 세계는 여전히 고요했다. 숨소리조차 목숨을 위협하는 칼날이었다.
 
2편은 우선 몇 가지가 달라졌다. 1편에선 괴물들의 존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이번 2편에선 그들이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약간의 힌트가 등장한다. 1편에선 주인공 애보트 가족외에 다른 생존자는 딱 한 명 등장한 바 있다. 그 인물 역시 아주 잠깐 등장한 뒤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2편에선 에보트 가족외에 또 다른 생존자 집단이 공개된다. 한 마디로 세계관이 확장된다. 그리고 또 하나. 인물들 내면도 확장된다. 2편은 1편에서 가족들을 구하고 사망한 아버지 리 애보트죽음 직후부터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2'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남편 리가 죽은 뒤 에블린(에밀리 블런트)은 세 아이를 홀로 책임진 채 안전한 곳을 찾아 나선다. 청각장애가 있는 큰 딸 레건(밀리센트 시몬스) 그리고 둘째 아들 마커스(노아 주프), 여기에 갓 태어난 막내. 에블린은 온 신경을 곤두세운 채 세상을 경계 중이다. 그렇게 주변을 살피며 세상 속으로 한 발 더 내딛는 에블린 가족. 안전해 보이는 폐 공장을 발견한다. 곳곳에 누군가 설치해 놓은 덫이 있다. 둘째 마커스가 덫에 걸려 큰 상처를 입고 고통에 몸부림 친다. 결국 괴물들은 반응해 달려 들기 시작한다. 1편에 등장한 바 있는 레건의 보청기가 유일한 괴물들 약점. 시각이 없이 소리에 반응하는 괴물들은 보청이 고주파가 유일한 약점이다. 보청기 고주파를 증폭시켜 괴물들 위협에서 간신히 빠져 나온 에블린 가족. 그리고 그 곳에서 그들을 구해준 한 사나이. 과거 동네 이웃이었고, 죽은 남편 리의 친구 에멧(킬리언 머피)이다. 에멧은 괴물들에게 이미 아내와 자식들을 모두 잃고 현실의 지옥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중이다. 구하긴 했지만 에블린 가족을 보호해 줄 여력이 없다. 에블린 가족에게도 에멧에게도 현실은 여전히 그리고 당연히 지옥이다. 두 사람 모두 아내와 남편을 잃었다. 두렵고 고통스럽다. 그들은 다른 누군가가 필요하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2'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1편에서부터 이어진 알 수 없는 라디오 방송. 의미를 알 수 없는 노래만 매일 같이 전파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레건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정체를 우연한 기회에 풀어낸다. 자신과 엄마 그리고 두 동생, 여기에 새롭게 만난 에멧. 우리와 다른 생존자들이 있단 것. 레건이 푼 비밀이다. 라디오가 흘러나오는 곳 위치까지 지도를 통해 파악했다. 하지만 여전히 폐 공장 밖은 괴물들이 우글거린다. 에블린과 마커스 반대에도 불구하고 홀로 또 다른 생존자들을 찾아 떠난 레건. 홀로 떠난 레건을 걱정하며 에멧에게 도움을 청하는 에블린. 상처 입은 마커스와 갓난아기 막내. 그리고 두 아들을 돌보는 에블린. 모두가 무사할 수 있을까. 이들을 도울 또 다른 생존자들은 존재할까.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2'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1편과 마찬가지로 이번 2편도 역시. ‘소리를 내면 죽는다란 공포는 콰이어트 플레이스속 세계를 지배하는 공포다. 하지만 진짜 공포는 따로 있다. 소리가 없어진 세상. 그 세상에서 진짜 없어진 건 소리가 아닌 시각이다. 인지하지 못하고 생활하는 청각과 시각의 인과관계가 콰이어트 플레이스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미 1편에서도 등장했고 그 세계를 지배해 왔다. 소리가 사라졌지만 사실 소리를 지배하는 괴물들은 언제나 소리 뒤에 등장했다. 소리가 등장하면 괴물이 등장하고 그 이후에는 죽음이 드리워진다. 이 같은 일련의 공식은 영화 속 세계관을 공유하는 인물들은 물론 이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까지 조종한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2'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렇게 보이지 않는 괴물과의 추격에서 애보트 가족은 언제나 항상 숨고 피하면서 생존을 택해왔다. 하지만 2편에선 다르다. 남편 리가 죽은 뒤 에블린과 레건 그리고 마커스와 갓난아기 막내. 이들 가족은 보이지 않는 괴물소리가 사라진 세상에서의 생존을 위해 싸움을 선택한다. 적극적인 싸움, 즉 사냥은 아니다. 전투와 전쟁도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눈앞에 다가온다면 피하지 않고 맞선다. 1편에서 우연히 알게 된 레건의 보청기 고주파가 괴물들에겐 치명적인 약점이란 게 적극 활용된다. 무엇보다 이런 방식은 2편이 1편과는 완벽하게 다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단 부가적 설명이 된다. 1편이 생존에 방점이 찍힌 공포 스릴러였다면, 2편은 생존을 위한 액션이 등장한다. 일종의 영웅적 서사를 취할 수 있는 키워드를 던져 놓은 셈이다. 레건이 풀어낸 수수께끼 같은 라디오 속 노래의 정체, 그리고 또 다른 생존자들에 대한 단서. 고립된 공간에서 생존을 쟁취했고, 그 생존을 바탕으로 투쟁을 선택한 애보트 가족은 그래서 확장된 콰이어트 플레이스속 세계관을 이끌어 갈 히어로 전환 과정의 기회를 얻은 셈이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2'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콰이어트 플레이스’ 1편은 아빠 그리고 엄마 에블린이 이끌어 가는 서사였다. 하지만 2편이 죽은 아빠도 아니고 생존한 엄마도 아닌 그렇다고 동생 마커스 아니면 새로운 인물 에멧도 아닌 청각장애를 가진 큰 딸 레건의 모습으로 막을 내린단 점은 세계관의 확장과 함께 서사 구조의 세대 교체까지 시사한다. 소리가 없는 세상에서 소리를 잃은 한 소녀의 활약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2'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콰이어트 플레이스 1편과 2편 동일하게 극장이란 공간에서 즐겨야만 하는 가장 완벽한 콘텐츠다. 소리가 주는 공간의 체험 여기에 소리가 이끌어 가는 시각의 공간화는 이 영화를 무조건적으로 극장에서 관람하고 체험해야만 하는 이유를 전달하고 증명한다.
 
1편의 흥행과 2편의 전개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또 다른 이야기와 확장된 세계가 담고 있는 비밀이 당연히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궁금하게 만든다. 오는 16일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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