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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④그린뉴딜 '선봉' 정의선, 톱2와 격차 축소
구광모 회장·이재용 부회장과 반대로 신뢰도 상승
2020-08-03 06:05:00 2020-08-03 06:05: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3·4세 경영인 신뢰도에서 '톱 2'를 형성하고 있는 구광모 LG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격차를 좁혔다. 구 회장과 이 부회장의 신뢰도는 떨어졌지만 정 수석부회장은 반대로 높아지면서다.
 
정 수석부회장이 전기차 동맹을 위해 다른 그룹 수장과 릴레이 회동을 하고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그린뉴딜의 선봉에 선 모습이 두드러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일 발표된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 조사에 따르면 구 회장은 주요 그룹 3·4세대 기업인 중 '기업을 가장 잘 이끌 것 같은 인물' 1위를 차지했다. 지난 조사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던 이 부회장은 다시 2위로 밀렸다.
 
정 수석부회장은 3위로 지난 조사와 순위가 동일했다. 하지만 1·2위와의 신뢰도 차이가 줄었다. 구 회장(-0.29)과 이 부회장(-2.66)은 신뢰도가 하락한 반면 정 수석부회장(0.3)은 상승한 결과다.
 
정 수석부회장의 최근 적극적인 행보가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5월 천안 삼성SDI 공장을 방문해 이 부회장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6월 오창 LG화학 공장에서 구 회장, 지난달 서산 SK이노베이션 공장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잇달아 만났다.
 
본격적인 전기차 전환을 앞두고 국내 배터리 3사와 힘을 합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기차 배터리의 안정적인 공급망,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배터리 3사 입장에서는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초 전용 플랫폼(E-GMP)을 적용한 첫 전기차를 출시하는 것을 비롯해 2025년까지 23종의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고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10위권 이름을 올리면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재계 빅4의 협력은 배터리를 넘어 전방위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공유, 전동화로 대표되는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다른 기업과의 기술·경험 공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과 SK, LG는 반도체와 통신, 전장을 비롯해 미래 모빌리티에 필요한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갖춰 협업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높다.
 
정 수석부회장과 이 회장은 지난달에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 심장으로 불리는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다시 한번 만났다. 두 사람은 여기서 차세대 친환경 차와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달 14일 청와대가 주재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그린 뉴딜 대표기업 최고경영자로 등장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모빌리티 비전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중순 청와대가 주재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그린 뉴딜 대표기업의 최고경영자 자격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정부는 그린 뉴딜을 경제성장의 핵심축의 하나로 선정하고 2025년까지 73조원 이상을 투자해 66만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인 전기차·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 보급 확대는 그린 뉴딜에 포함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국민보고대회에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모빌리티 비전에 관해 설명했고 자연스럽게 '수소 전도사'로서 보여 준 행보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제로 탄소 시대를 위해 전기차와 수소차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기술기업이 될 것"이라며 "스타트업·중소 부품기업과의 상생협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또한 일자리도 많이 창출해나가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에 이어 4위 유지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신뢰도가 12.22에서 12.66으로 높아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동선을 공개하고 일반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어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5.72), 허윤홍 GS건설 부사장(5.6), 이선호 CJ 제일제당 부장(5.14), 박정원 두산 회장(4.13) 등의 순이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최하위를 유지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거주하는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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