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직장 민주주의와 노동이사제
입력 : 2019-06-20 06:00:00 수정 : 2019-06-20 06:00:00
64일 서울시는 노사상호존중과 협치의 경영문화 확산을 위한 서울특별시 노동이사 아카데미교육을 진행하였다. 이틀 동안 진행된 교육에는 금융노조와 공공운수노조 등 공공부문의 노조간부 약 40여명이 참여해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노동이사제를 배우고 토론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서울시의 교육은 지난 3년 동안 시행된 노동이사제의 운영 경험을 함께 나누고, 그 성과를 공공부문에 확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준비된 것이었다.
 
노동이사제는 각 기관의 종업원들이 직접 선거로 노동자의 대표를 뽑아 기관의 경영전반에 관한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제도로 20165월 서울시 산하 공사·공단·출연기관에 대한민국 최초로 도입됐다.
 
서울시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격렬한 찬반토론을 동반하는 사회적 논란 과정을 거쳐야했다. 서울시는 201411월 투자출연기관 혁신방안의 하나로 참여형 노사관계 모델을 발표한 후, 2015년 연구용역·전문가 및 투자출연기관 노사의 의견 수렴을 거쳐 노동이사 실시 계획을 확정했다. 이후 20169월 서울시 의회는 서울특별시 노동이사제 운영조례를 만들었다. 현재 노동이사는 종업원 100인 이상인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16곳에서 22명의 노동이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의 노동이사는 종업원 300인 이하 기관은 1, 300명 이상은 2명이 선출된다.
 
노동자 경영참여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노동이사제는 우리나라 노사관계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경영권이라는 낡은 이데올로기가 한국의 사용자에게는 신성불가침의 권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기업 경영에서는 통합이 아닌 배제의 대상이다. 그런데 국제노동기구(ILO)는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당연한 권리로 인정한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과 근로조건의 결정에 참여할 뿐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한 경영참여를 통해서 기업의 의사결정에 노동자대표의 참여를 보장하여 기업 수준에서 민주주의를 실질화하는 것이다노동자 경영참여는 산업민주주의의 취지로 이미 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도화, 보편화돼 있다.
 
그렇다면 노동자 경영참여의 의미는 무엇이고, 그것이 공공기관 지배구조 및 노사관계에 어떤 함의를 갖는가.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된다. 공장 문 앞에서 멈춘 민주주의를 공장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기업의 핵심적인 내부 이해관계자로서 경영참여를 통해 비로소 스스로를 통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정치적 약자가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정치적 민주주의라면 경제적 민주주의는 경제적 약자가 경제적 의사결정과정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내부의 감시와 견제가 이뤄져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일 수 있다. 경영진들이 갖지 못한 노동자들의 지식, 경험, 암묵지(know-how)를 바탕으로 생산성, 품질, 공정개선, 안전 등 성과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원활하고 투명한 소통 및 정보공유는 불필요한 노동쟁의를 줄일 뿐 아니라 합리적 의사결정과 더 나은 대안의 모색을 가능하게 한다.
 
경영에 대한 노동자의 참여는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기업 결정의 정당성을 높이고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토대가 된다.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변화하는 노동환경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탈산업화와 글로벌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조건에서, 과거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권력만으로는 노동자의 이해관계를 효과적으로 대표할 수 없다. 산업화시대 숙련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누렸던 노동시장 내 독점적 위치에 따른 구조적 권력은 시나브로 해체되고 있다. 약화되고 있는 전통적인 노동조합 권력 자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절실하다. 그것은 정보정당성의 역량이다. 정보는 기업의 발전 가능성 및 사업장의 활동 등에 관련하여 고용계약 관계에 본질적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들이다. 그리고 정당성이란 이러한 정보에 기초한 노동자의 행동이 더 좋은 기업과 사회를 목표로 하는 정의의 칼(sword of justice)’로 공론의 장에서 다른 행위자들을 설득해낼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노동자 경영참여운동은 서울시에서 첫발을 내디딘 후 경기도와 광주광역시 등 다른 지방정부로 확대되고 있다. 광주광역시와 경기도, 성남시는 조례 제정을 마쳤고, 경기신용보증재단에서는 노동이사가 선임됐다. 지방정부와 달리 중앙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시행은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여소야대 국회를 핑계를 노동이사제가 아닌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노조 대표가 이사회에 배석해 참관하는 제도이다. ‘속 빈 강정이고 공약 후퇴이다.
 
노동자 경영참여운동은 직장 문 앞에서 침묵하거나 작동을 멈추었던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심화하는 길이다. 일터 민주주의는 노동자들이 인사와 경영권 등 회사의 주요 결정에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노동자에게 책임만 묻는 것이 아니라 권리의 나눔을 통한 공존을 뜻한다. 노동자 경영참여와 직장 민주주의 구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노동개혁의 의제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roh40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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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하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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