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중기 내비게이션' 자처한 김동열호 중기연, '최저임금' 등 현안은 외면
입력 : 2019-05-27 06:00:00 수정 : 2019-05-27 06:00:00
"중소기업 관련 정책과 현안 이슈에 관해 선제적으로 방향을 알려주고 대안을 제시하는 똑똑한 '내비게이션' 이 되겠습니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첫 해인 지난 2017년 11월 취임일성으로 "중기연구원이 '국내 유일 중소벤처기업 전문 싱크탱크"라고 강조하며 "최고의 중소·벤처기업 전문 연구평가기관으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중소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연구실장과 재정경제부장관 정책보좌관 등을 거치면서 현장과 정책 경험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았던 김 원장의 발언이었기에 업계에 주는 울림은 컸다. 또 취임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새로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라는 미션을 받았다"면서 역할 강화에 의욕을 드러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 원장이 온 이후 중기연구원은 이전보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다. 정책연구 보고서의 주제가 이전보다 뚜렷해졌다. '중소기업 분야의 활성화 방안'이나 '해외 시장 진출 전략' 등 두루뭉술한 주제에서 벗어나 피부에 와닿는 연구를 하고자 하는 고민의 흔적이 일부 엿보인다. 대중소기업간 불합리한 차별제도와 근로시간 단축 등의 주제를 중소기업 입장에서 비교적 충실하게 다룬 보고서들이 그 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기연구원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박한 평가가 나온다. 연구 수요자인 중기부는 물론 중소기업계 쪽에서도 "싱크탱크로서 존재감을 찾기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중기업계의 최대 고민거리인 '최저임금'과 '단축근로제'와 관련해 침묵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연구원은 지난해 12월 '근로시간 단축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및 정책과제'라는 보고서를 낸 이후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당시 보고서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최대 3개월에서 6개월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한 게 마지막이다. 지난 2월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으나 중기·소상공인업계는 최대 1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가 타당한지 여부를 따져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아 싱크탱크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에서도 존재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업계는 지불능력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업종·규모별로 차등 적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 제도 보완을 거듭 요청하고 있는 반면 중기부는 거듭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쪽 모두 중기연구원에 대한 불만이 크다. 중기부 내부에선 중소기업·소상공인업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 근거를 중기연구원이 마련하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업계는 중기연구원이 중소기업 입장에서 현안을 집중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기능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각자 바라는 점은 다르지만, 중기연구원의 정체성과 역할이 모호하다는 의견은 일치한다. 달리 말하면 현안에서 만큼은 '무색무취'한 전략을 버리고 제 색깔을 내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중소기업 현장의 어려움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설득력 있고 세밀한 정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기연구원이 중심을 잡고 길잡이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중기IT부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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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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