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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대못 박은 설계 규제)②"시너지 위해 규제 푸는 게 바람직"
전문가들, 부작용 안전장치 전제로 설계-시공 겸업 허용에 긍정
2019-03-25 06:00:00 2019-03-25 06:00:00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건설 기술 발전을 위해 건설사의 설계 겸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데 동조했다. 4차 산업혁명 등 기술 융합이 시대적 화두인 상황에서 설계와 시공이 따로 분리돼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대형 건설사가 설계까지 겸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독과점 현상이나 부작용 등에 대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우리나라에서 설계와 시공을 분리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규제를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제품을 개발하거나 만들 때 같이 해야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특히 우리 건설업은 설계와 시공 등이 나눠져 있어 해외 발주처 입장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볼 수 있다”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규제를 풀고, 이런저런 경쟁이 활성화되면서 규모의 경제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 국가의 경쟁력도 올라가고 효율성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기본적으로 규제를 없애는 것에 동의한다”라며 “우리나라는 공종에 따라 적용되는 법령과 규제 내용이 다르고 소관부처도 다원화 돼 있어 효과적인 관리가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건설업 관련 연구원들은 오래전부터 건설사의 설계 겸업 허용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기술정책연구실장은 지난해 열린 ‘4차 산업혁명시대의 발주제도 혁신 세미나’ 등에서 “건설사가 턴키를 단독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건축 설계와 시공의 겸업을 금하는 업역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해외건설 시장은 기획, 금융, 설계, 시공, 운영, 유지보수 등 사업 전주기에 걸친 종합적 역량을 요구한다. 반면 국내는 업역 규제에 막혀 있기 때문에 성장하는 해외건설 시장을 잡으려면 국내건설 시장의 구조와 환경을 해외 시장과 일치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건설 대기업이 설계까지 독식하게 되는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가 있다. 현재 건축사사무소 중 대기업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곳은 몇 곳 없다. 우리나라 전체 건축사 사무소는 약1만3000개 중 5인 미만의 건축사사무소가 전체 건축사 사무소의 97%에 달한다. 이 때문에 설계-시공 칸막이를 풀면 대형 시공사에 유리한 시장이 형성되고, 결국 영세한 건축사사무소는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설계와 시공 분야 칸막이를 제거하는 것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한다.
 
김준환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건설사들이 설계까지 같이 할 수 있으면 규모가 큰 설계회사들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대부분 영세한 설계회사들은 사라질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점을 어떻게 풀 것인지 논의를 먼저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도 “사실 대형 건설사가 설계까지 다 하면 설계업체들이 고사될 위험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업역 규제 완화 이후 문제를 일으키는 업체에 대한 처벌이 강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설계와 시공을 한 업체가 담당하게 되면 시공에 유리하도록 설계할 수도 있고, 사용하는 자재 등도 유리한 방향으로 발주자를 설득해 진행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안전 등 부실 공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심교언 교수는 “규제를 둔 이유가 자기들끼리 안전 등을 무시하고 일을 진행시키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며 “만약 안전 등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업체가 있다면 철저하게 망하는 길로 가도록 처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화설계된 건축물 이미지.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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