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정부에 항공 전담부서 신설 건의…차기 주력산업 대비해야"
신만희 항공우주진흥협회 이사 "세계는 항공산업 전쟁 중, 한국 갈 길 멀다"
"반도체와 자동차에만 집중, 대기업들도 항공으로 눈 돌려야"
입력 : 2018-07-06 07:00:00 수정 : 2018-07-06 07:00:00
[뉴스토마토 양지윤·최병호 기자] 하늘길 전쟁이 치열하다. 항공시장의 잠재적 성장성에 주목하면서 세계 각 국도 발 벗고 나섰다. 지난해 세계에서 항공기를 이용한 여행객 수는 40억명을 넘었다. 세계 항공산업은 오는 2023년까지 7246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6곳의 저비용항공사(LCC)가 하늘길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국내에서 항공산업은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다. 항공사를 필두로 운송업계는 호황을 누리지만, 항공기체와 부품을 제조·개발하는 항공제조 분야는 그늘에 가려졌다. 업체는 영세하고 경쟁력도 뒤진다. 정부 지원도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세계 항공제조 시장점유율은 0.5%, 규모로는 5조원 수준에 그친다. 일본은 물론 중국에도 밀려 동북아시아 국가 중 가장 열세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우주항공 시대를 맞아 항공산업을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선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항공산업은 이대로 어항에 갇혀야만 할까. <뉴스토마토>는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의 신만희 이사를 만나 항공제조 육성 방안과 과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정부에 항공산업 전담부서 신설을 건의했다"며 "기업들도 차기 주력산업을 대비하는 측면에서 항공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에 대해 소개해 달라.
협회는 1992년도 9월 설립됐다. 항공제조 업계에서 산업의 발전을 위해 모여 만든 대표단체다. 회원사 의견을 모아 정부에 건의도 하고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부품개발과 연구개발 논의, 과제 발굴 등을 주로 한다. 정부에서 '항공산업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한다고 하면 업계를 대표해서 의견을 전달하기도 한다. 인력 양성 측면에서는 중소기업의 직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과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국내외 동향 조사도 하고, 2년마다 '서울 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도 열고 있다. 차기 전시회는 내년 10월에 개최된다. 
 
신만희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이사.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항공시장의 성장성이 높다. 하지만 여행객을 실어나르는 항공운송 분야에 비해 비행기 제작·설계 등 항공제조 분야는 아직 선진국에 크게 뒤진다는 평가다.
기체구조물 부문에서는 우리나라의 가공기술과 품질이 뛰어나다. 하지만 항공기의 핵심 부품이라면 역시 엔진인데, 이 부분은 다소 뒤처지는 게 사실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통상 엔진 기술을 티어 1~3으로 나누는데, 우리나라는 티어2 정도로 평가된다. 세계적으로도 엔진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손꼽힌다.  

항공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기도 하지만 고용창출에서도 중요성이 부각된다.
크게 보면 공정과 일자리의 질로 나누어진다. 기체구조물 제조는 조립과 가공으로 분류되는데, 항공기는 자동화가 안 된다. 기체와 부품은 기본적으로 용접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잉처럼 글로벌 항공기업도 단순 자재운반 등 일부 공정은 기계나 로봇이 하지만, 나머지 공정은 기술자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조립한다. 항공기 기체는 대형 구조물인데, 1대를 제작할 때 들어가는 부품은 30만개가 넘는다. 자동차 1대에 들어가는 부품의 15배다. 때문에 고용창출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단순 고용창출만 아니라 일자리의 질도 중요한데, 항공산업은 연구개발 비중이 크고 자본집약적인 특성이 있다. 그래서 고학력 노동자와 고급인력들이 많이 종사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항공 선진국은 고급인력들이 종사하다가 창업으로까지 연계되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우주항공시대를 맞아 인공위성과 무인기, 드론 개발이 주목된다.
우주 쪽은 상업용보다 정부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이나 러시아 등도 우주산업은 국가가 투자하고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발사체 등을 정부 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상업용으로 확대될 수 있는 기술력은 없다고 봐야 한다. 드론은 핵심기술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세계 7위권 정도는 된다. 영세한 업체들이 너무 많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다들 "드론, 드론" 하면서 예산을 투입하지만, 그에 비해 성과는 아쉽다. 소형 업체들의 연구개발이 조금 더딘 면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생각만큼 드론의 수요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민간에서도 수요가 창출돼야 하고, 정부도 나서서 수요 창출에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컨트롤타워 측면에서 보면 플랫폼 시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운용하고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핵심기술도 개발되고 고용도 창출된다.

후발주자인 중국은 2008년 민간항공기 개발에 착수, 지난해 중형여객기 'C919'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중국이 항공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것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다른 선진국을 보면, 우선 미국은 직접 지원보다 우회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N)을 통해 기술을 개발한 후 민간으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보잉 747만 해도 1960년대 군용 수송기 프로토타입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유럽은 성공불 형태로 장기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에 정부가 정책적으로 '국제공동개발사업(RSP)' 펀드를 조성, 여기에 참여하는 기업은 정부가 보조금과 융자 지원을 했다. 중국은 시장을 잘 공개되지 않아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원이 엄청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21일 중국 선양시의 왕리걸 무역촉진회 부회장 등 무역대표단 6명이 우리나라 항공산업 현황에 대한 정보 교류와 협력 확대를 위해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를 방문했다. 사진/뉴시스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부서 신설을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에 건의한 사항이다. 현재는 산업통상자원부 내에 '자동차항공과'가 있는데, 아무래도 산업 규모와 비중을 따지면 자동차산업이 70조원, 항공산업이 5조원이라서 자동차산업 쪽으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항공산업을 등한시할 수도 없으니 항공산업만 다루는 부서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지금 자동차항공과에 12명의 직원이 있다. 항공을 다루는 분은 2.5명이다. 항공을 전문적으로 맡은 분이 1명, 무인기를 하면서 자동차도 같이 하는 분이 1명, 방사청에서 파견온 분 1명이다. 항공을 제대로 신경 쓸 여력이 안 된다.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에서 부서 신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더 말씀드리면, 김영삼 대통령 때인 1993년에는 항공과가 따로 있었다. 당시 중국과 수교를 하면서 중국과 국제 공동개발로 중형기사업을 하게 됐고, 이를 위해 항공과를 만들었다. 하지만 1년 반 정도 사업을 진행하다가 결렬되자 항공과가 사라졌다. 업계에서는 아쉬움이 많다. 

업계에서 최근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TCA(민간항공기교역협정) 가입 문제다.
항공운송 업계와 항공제조 업계가 TCA를 보는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브라질과 중국 등은 왜 TCA에 가입하지 않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느냐? "국가 경제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이 산업을 보호해야 하고 이를 위해 TCA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TCA에 가입해서 부품을 싸게 가져오는 게 중요하냐, 아니면 완제기도 제대로 못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항공기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게 중요하냐를 따져야 한다. TCA에 가입하면 시스템상 항공산업을 국가가 보호·육성하는 게 어렵다.
 
국내 항공산업이 가진 경쟁우위가 있다면 무엇인가.
미국과 유럽은 산업 인프라가 달라서 우리나라의 직접적 경쟁국이 아니다. 핵심 기술에서는 개선이 필요하고 가격과 품질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인의 손기술과 머리가 남다르다. 그런데 이런 장점이 자동차나 전자 등 주력산업에 집중된 점이 아쉽다. 국가가 항공산업 인프라 조성에 나서줘야 한다. 최근에 몇몇 기업들이 항공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려고 한다. 국가적으로 차기 주력산업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대기업이 반도체 이후의 전략으로 항공산업에 진출했으면 한다.
 
양지윤·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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