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처벌강화만이 능사일까
엄벌 요구 청원 잇따르는 가운데 신중론도
입력 : 2018-01-14 17:04:37 수정 : 2018-01-14 17:04:37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크고 작은 집단폭행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정부가 형사미성년자 기준 나이를 낮추는 소년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처벌 강화가 능사는 아니라는 실효성 논란도 뒤따르고 있다. 
 
1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학교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총 6만3429명으로 나타났다. 월 평균 1153명의 인원이 학교폭력으로 경찰에 붙잡힌 셈이다.
 
실제로 학교폭력은 점차 대범해지고 과격해지고 있다. 지난 6일에는 같은 학교 여학생 2명과 20대 남성 2명으로부터 인천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피해자 A(18)양이 6시간동안 집단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 조사 결과 A양은 피의자들이 자신들의 명품 옷에 피가 묻었다며 현금 45만원과 성매매까지 강요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실제 학교폭력 사범으로 구속되는 인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불구속되거나 14세 미만 촉법소년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훈방조치로 끝난다. 소년법을 악용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현행 소년법은 18세 미만 소년범에게 최대 형량을 제한하는 소년법 특례규정을 적용하고 있어 극악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도 최대 형량을 피해갈 수 있는 구조다. 
 
학교폭력을 저지른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현장에서도 손 쓸 도리가 없어 학교폭력 재범률은 40%에 육박한다. 10명 중 4명이 다시 학교폭력 범죄에 연루된다는 이야기다.
 
보다 못한 시민들이 청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소년법을 개정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글이 폭증하고 있다. 한 청원인은 청원 게시판을 통해 “과거 사이버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후 극심한 우울증과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다”며 “청소년이란 이유로 제대로 된 법적 처벌을 피해가는 것은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년에 대한 낮은 처벌 수위가 청소년 범죄를 더욱 키운다는 주장이다.
 
결국 정부는 지난달 ‘학교 안팎 청소년폭력 예방대책’을 발표하며 형사미성년자 기준 나이를 기존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소년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 올해부터 가출·성매매·비행 청소년을 직접 찾아가 상담하는 ‘아웃리치 전문요원’, 중·고위험군 청소년과 1대1 맞춤형 상담을 벌이는 ‘청소년 동반자’를 각각 30명과 115명씩 늘릴 계획이다. 
 
다만 학교 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폭력을 또 다른 폭력으로 대응한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엄벌주의’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정부의 청소년 폭력 예방 대책 발표와 관련한 성명서를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 방식까지 폭력적이어서는 안 된다”면서 “현행 학교 폭력 예방 교육은 폭력 예방의 중요성만 강조할 뿐 내용이 빈약한 탓에 관련 법적, 제도적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 역시 정부의 학교 폭력 관련 상담 확대와 관련해 “학교폭력 사범으로 구속되는 청소년들은 가정불화나 따돌림 같은 복합적인 이유가 많은데, 단순 상담으로 얼마나 해결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25일 전북 전주 투신 여중생 관련 학교폭력위원회 재심이 열린 전북도청 앞에서 숨진 여중생 유가족측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조용훈

배운 것보다 배울 것이 더 많아 즐거운 조용훈 기자입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