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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좋은 성장의 전략, 공정성장과 약자성장
2016-10-25 06:00:00 2017-01-11 00:42:43
성장은 보통 좋은 것이다. 그러나 모든 성장이 좋은 것은 아니다. 통일과 비슷하다. 통일은 민족의 염원이고 냉전체제의 극복이고 항구적인 평화의 길이다. 따라서 보통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 전쟁이나 파괴, 인간성 말살, 국가범죄가 수반되어서는 안된다. 파괴와 전쟁을 수반하는 통일은 좋은 통일이 아니다.
 
성장은 우리가 안전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보통 좋은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착취하는 성장, 환경을 파괴하는 성장, 일부 계층을 소외시키고 파멸시키는 성장, 일부 대기업만 이윤을 남기는 성장,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지우는 지속 불가능한 성장은 좋은 성장이 아니다. 경제 성장의 결과를 국가와 기업만이 누리는 성장은 좋은 성장이 아니다. 이런 성장은 일부 기득권세력, 일부 자본가들에게만 좋을 뿐 노동자, 농민, 시민, 소상공인, 중소기업인 등 국민 대다수에게 좋지 않다. 나쁜 성장은 대한민국에도 좋지 않고 지구에도 좋지 않다. 인간을 파괴하고 환경을 파괴하고 지구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성장을 하되 좋은 성장을 해야 한다. 열심히 일을 하고 성장을 했는데 주위가 갑자기 지옥이 되어 있으면 안된다. 열심히 노력해서 성장한 결과가 ‘헬조선’이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좋다.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이 오래 일하고 임금을 적게 받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015년 한국의 취업자 1인당 평균노동시간은 2천113시간이고 시간당 실질임금은 15.67달러이다.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 뒤에서 두 번째로 길다. 구체적으로 비교해 보면 한국 노동자는 OECD 평균보다 1년에 두 달 더 일한다. 그러면서 시간당 실질임금은 3분의 2 밖에 안된다. 한국 노동자는 독일 노동자보다 4.2달 더 일하고 시간당 실질임금은 절반이다. 미국과 비교해 보면 1.8달 더 일하고 시간당 실질임금은 역시 절반이다. 한국보다 노동시간 짧은 나라에는 그리스, 칠레, 폴란드, 헝가리, 에스토니아, 체코, 슬로바키아 등이 있다.
 
이런 성장은 좋은 성장이 아니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선진국이 아닌 나라도 하는 노동시간 단축을 제대로 못하는 성장은 좋은 성장이 아니다. 단단히 잘못된 성장이다. 그 결과가 헬조선, 흙수저론, 청년실업, N포세대, 분노사회다. 유사 이해 최고의 스펙을 가진 청년들의 대량실업, 취업되자마자 구조조정의 위협을 받는 노동자, 조기퇴직으로 노후를 질 나쁜 노동시장에서 보내야 하는 어르신, 귀여운 아기 낳기를 꺼리는 젊은이, 이것이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이다.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 정도면 지금까지의 성장정책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성장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대기업, 재벌 중심의 경제정책을 집행하면서 경제를 망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좋은 성장, 일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성장을 위해서는 두 가지 성장전략이 필요하다. 공정성장과 약자성장이 그것이다. 공정성장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성장이다. 재벌의 특권을 통제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한 거래를 보장하는 성장,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를 해소하는 성장,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성장, 기업도 잘 되지만 일하는 자들이 일한 만큼 대접받는 성장, 지역이 골고루 잘 사는 성장이 그것이다.
 
공정 성장 전략도 훌륭하지만, 약자 성장 전략도 필요하다. 성장과정에서 노동자, 농민, 중소기업, 자영업,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지위와 주체적 역량을 강화하여 구조적으로 공정하고 평등한 성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 규칙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사회적 약자의 불리한 위치를 대등하게 바꾸지는 못한다. 노동자를 협상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바꾸지는 못한다. 자본에 대항하여 노동이, 강자에 대항하여 사회적 약자가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나아가 기득권을 통제하고 견제하여 좋은 성장, 지속가능한 성장, 함께 잘사는 성장을 만들 수 없다. 사회적 약자의 지위와 주체적 역량이 높아져야만 기득권에 대응할 수 있고 좋은 성장을 만들 수 있다.
 
유경준과 강창희의 연구에 의하면 100명 이상 기업에 노조가 있으면 평균임금이 2.1%~12.1% 더 증가한다. 사회적 약자의 지위와 역량이 강화되어야 사회적 협약이나 노사정 대타협도 가능하다. 정부의 개입도 최소화할 수 있고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도 보장된다. 공정성장, 약자성장 전략으로 좋은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김인회 인하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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