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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씨 유족 "빨간우의 개입설은 허위"
경찰 4차 '부검협의'요청 거부…법원, 영장 다시 판단해야
2016-10-16 16:28:46 2017-01-11 00:52:26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 중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치료를 받던 중 숨진 고 백남기씨 유족들이 법원에 부검영장 타당성에 대해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백씨의 유족 대표인 딸 백도라지씨는 16일 오후 1시 이른바 백남기대책위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마련한 경찰의 4차 협의 요청에 대한 입장발표와 특검 도입 촉구 서명운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백씨 등은 고인을 돌아가시게 한 경찰이 부검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법원은 영장발부를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과 검찰이 청구한 영장 내용에 인용된 정체불명의 빨간우의에 대한 의혹은 국정감사와 언론보도로 해명돼 애초 영장청구취지가 사라졌다법원은 부검영장의 타당성에 대해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백씨 사망원인을 제대로 밝히기 위해서는 특별검사 도입이 불가피하다며 서명운동에 참여해줄 것을 국민에게 호소했다
 
일반적으로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취소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법해석상으로는 영장발부의 근거가 된 사유가 없어진다면 법원은 직권으로 발부된 영장을 취소할 수 있는 다는 것이 법률가들의 지적이다.
 
앞서 법원은 지난 26일 백씨에 대한 부검영장 청구를 기각했지만 이틀 뒤 경찰의 신청을 받아 검찰이 재청구하자 유족과 협의해 장소와 방법을 정하라고 단서를 달아 발부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재청구된 영장에서는 지난해 일베(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주장한 빨간우의개입의혹이 추가됐다.
 
일베는 백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질 당시 빨간우의를 입은 정체불명의 남자가 다가와 주먹으로 백씨의 얼굴을 가격했고, 이것이 백씨에게 치명상을 입혔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주장이 처음 나온 당시에는 별다른 반향이 없었지만 백씨에 대한 부검영장 신청과 발부, 국정감사가 이어지면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도 빨간우의개입설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건국대 의대 이용식 교수는 백씨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빨간우의의 폭행이라며 본인이 직접 물대포를 맞는 영상부검을 실시하겠다며 나선 상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우선 백씨 주치의였던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는 사건 발생 이틀 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코뼈 등의 손상은 관찰되지 않았고 상당히 높은 데서 떨어진 듯한 외상'이라는 의견을 내 '빨간우의' 개입설을 반박하는 답변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지난 14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사건 당시 영상을 초고속영상으로 분석한 자료를 공개하고 빨간우의개입설을 일축했다. 박 의원은 이날 자료를 공개한 뒤 근거 없는 인터넷 루머에 따라서 지금 쓸데없이 부검 영장 청구하고 집행하려는 거 아니냐고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질의했다.
 
김 총장은 "영장을 청구할 때는 여러 의혹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 중 하나인데, 그런 것들이 영장에 표현된 것이고 예단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사망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부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법원이 발부한 부검영장 유효기간이 점차 다가오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법원은 오는 25일을 영장집행 기한으로 지정했다.
 
백남기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씨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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