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금융권 총파업 '찻잔 속 태풍'…성과연봉제 확대 속도내나
사측 "개별협상 나설 것" vs 노조 "동력 입증…11월 2차 파업"
금융노조 "개별 접촉하지 말라" 지침에도 일부 노사 물밑접촉
2016-09-25 12:00:00 2016-09-25 12: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총파업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면서 시중은행이 추진 중인 성과연봉제 확대가 속도를 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노조는 11월 2차 파업을 예고하고 있지만 은행권 사측에서는 파업 동력이 더이상 없다고 판단하고, 잠시 중단했던 성과연봉제 태스크포스(TF)를 재가동하면서 성과연봉제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은행 노사에서는 물밑 접촉을 하는 곳도 있어 노사 합의 가능성도 불거지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금융노조의 총파업에는 노조 추산 7만5000명, 정부 추산 2만명 안팎이 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금융노조가 애초 예상했던 9만명보다는 적은 규모다.
 
금융시장 충격, 소비자 불편을 우려했던 금융당국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노조의 파업 목적인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에 대한 노조원들의 호응도가 낮다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총파업이 예상보다는 총파업이 탄력을 받지 못하면서 은행 사용자와 노조 간의 개별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은행권 사측은 지난달 금융노조의 산별 교섭 파트너인 금융사용자협의회를 사실상 해체하며 개별 협상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연내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금융노조가 개별 노조에 사측과 협상에 나서지 말라고 독려하고 있지만 일부 시중은행 노사에서는 물밑 접촉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과 농협은행 등 특수은행들이 총파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일부에서는 연말 금노위원장 선거 이슈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총파업 참여를 놓고 노사간의 조율이 있었던 곳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신한은행, 국민은행은 상당한 수준의 성과연봉제를 이미 갖추고 있다는 이유로 파업 참여율이 3%에 불과했고, 우리은행은 민영화 이슈 때문에 파업 참여에 소극적이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연합회장(사용자협의회장 겸임)을 비롯한 은행장들이 사측 대표 단체를 해산한 것도 개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의미"라며 "성과연봉제 도입이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노조는 2차, 3차 파업을 준비 중이어서 성과연봉제 이슈를 둘러싼 금융 노사의 대립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노조 측은 "당초 예상한 것보다는 적지만 사측과 정부의 압박에도 상당히 많이 참석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이는 파업 동력을 확인한 것으로 충분히 추가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진행한 지난 23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서 ATM을 이용하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참여 인원이 많지 않아 모든 은행 점포가 정상 영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