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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만 남은 칭화유니…입지 확인한 SK하이닉스
"중국 자체 노력 만으로는 기술적으로 한계"
2015-11-30 13:52:10 2015-11-30 13:52:10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SK하이닉스가 중국 반도체 선봉장인 칭화유니그룹의 지분투자 등을 포함한 협력안을 거절한 것을 두고 양사의 입지가 엇갈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계 내 위상을 재확인한 반면 기술력 확보가 시급한 칭화유니의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30일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칭화유니의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그간 중국의 반도체 시장에 대한 야욕이 계속된 상황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6일 대만매체 테크뉴스는 칭화유니그룹이 SK하이닉스 지분 15~20%를 인수하고 중국에 공장을 신설해 낸드 플래시 제품을 생산하는 안을 SK하이닉스에게 제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제안은 받았지만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최근 한국 업체들의 위험성만 부각되다가 처음으로 ‘기회’의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D램 분야는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의 협력 없이 중국 자체 노력만으로 기술을 습득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칭화유니의 제안이 받아들여졌다면 상황은 달라지지만, 인수합병(M&A)만으로 반도체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역부족일 것"이라며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국내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업체의 위상이 다시한번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칭화유니가 SK하이닉스 지분 15~20%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칭화유니그룹이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인 SK텔레콤의 지분율이 20.1%에 불과해 이 경우 SK텔레콤의 최대주주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
 
칭화유니는 이번 협상실패로 체면을 구겼다. 기술력 확보를 위한 일종의 '간보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협상 대상자들이 협력하지 않을 경우 다른 경쟁사가 대신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감을 증폭시키는 ‘죄수의 딜레마’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 인수 제안을 통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SK하이닉스 인수 제안을 통해 마이크론과 삼성전자를 압박하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이천 공장 전경. 사진/뉴시스
 
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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