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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미래연구원)확산되는 ‘헬조선(Hell+조선반도) 담론’ 어떤 현상인가?
포기 및 좌절 담론, ‘금수저’ 아니면 사회부조리 탈피 못한다는 패배감 팽창
세대갈등 증폭, 어른이나 멘토에 대한 거부현상 심화될 듯
주입식 강요보다 감성 코드로 젊은이와 공감하는 소통의 리더십 필요
2015-11-30 14:14:06 2015-11-30 14:14:06
최근 들어 청년들의 포기 및 좌절을 담은 담론인 ‘헬조선’ 이라는 용어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담론은 향후 청년과 기성세대 간의 일자리 전쟁과 같은 세대갈등에 따라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젊은 층의 어른이나 멘토에 대한 거부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보여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하는 국가미래연구원이 의뢰한 (주)타파크로스의 빅데이터 분석결과와 (주)베스트사이트의 여론조사 ‘2040에 대한 국민의식조사-헬조선’을 종합한 결과다.[편집자 주]
 
‘헬조선’이라는 키워드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SNS등)에서 얼마나 확산되고 있는지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면 2014년도에 약 4만여건 정도의 담론이 있었던 것에 비해 2015년도에는 8만6000여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관련해 ‘고통’, ‘불안’, ‘불가능’, ‘무기력’, ‘불법’ 등 주요부정어 키워드 역시 작년에 비해 올해 무려 4배 이상 늘어난 양상이다.
 
(주)타파크로스는 분석결과 보고서를 통해 “포기세대의 불안감은 ‘생존’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좌절감이 핵심”이라면서 “헬조선이 내포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가 너무 다양하고 깊기 때문에 ‘금수저’가 아니면 사회 부조리를 헤쳐 나갈 수 없다는 개인적 패배감이 매우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헬조선에 대한 대안이 이민이나 여행과 같은 개인적 탈출이나 ‘파괴적 평등’을 의미하는 ‘죽창’(죽창 앞에선 모두가 평등)으로 나타나고 있어 사회적 변화를 위한 실천적 행동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일부 잘못된 어른들의 처신이 어른세대 전체를 ‘잘못된 어른’이라고 일반화시키는 현상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정치지도자나 기업인 등 모범을 보여야 될 분들이 더 많은 모범 사례와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험을 갖고 있는 분들은 무조건 경험을 주입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코드를 갖고 젊은 친구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소통의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여론조사 전문업체 (주)베스트사이트의 ‘2040에 대한 국민의식조사-헬조선’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헬조선’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경제적 부의 분배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아서’(21.6%)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개인적 노력을 통한 사회경제적 지위상승이 힘들어서’(16.5%), ‘세월호 침몰 사고 등 일반 국민의 안전에 문제가 있어서’ (14.7%) 등의 순이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경제적 부의 분배문제’라는 응답은 주로 40대 연령층, 기혼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개인적 노력을 통한 사회적 지위 상승 힘듦’이라는 응답은 30대 이상 연령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또 ‘일반 국민의 안전 문제’라는 응답은 남성보단 여성, 연령이 높을수록, 미혼보다는 기혼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극복 대책에 대해선 ‘사회적 계층이동의 확대를 위한 정책’(22.2%)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청년들의 일자리창출 정책’(20.2%),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 (14.7%)의 순이다.
 
응답자 특성별로는 ‘사회적 계층이동 확대 정책’은 주로 여성보다는 남성층, 기혼보다는 미혼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청년들 일자리 창출 정책’은 주로 남성보다는 여성, 20대 연령층, 기혼보다는 미혼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일종의 신규 합성어인 ‘헬조선’에 대해 응답자의 60.6%가 ‘알고있다’(아주+약간)고 응답했으며, ‘모른다’(오늘 처음+알지만 뜻은 모름)는 응답은 39.4%로 나타나 점차 사회에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별로 보면, ‘알고있다’는 여성보다는 남성층에서, 기혼층보다 미혼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연령이 낮아질수록 인지도가 높았다. 반대로 ‘모른다’는 남성보다는 여성층에서, 미혼보다는 기혼층에서 높았고,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응답률이 상승했다.
 
“우리 사회를 ‘헬조선’으로 부르는 것에 동의하는가” 여부엔 응답자의 65.3%가 ‘동의한다’(매우+동의하는 편)라고 답해 포기 및 좌절을 담은 ‘헬조선’ 담론에 응답자들 상당수가 동의하고 있다는 결과를 보였다.
 
응답자 특성별로는 여성보다는 남성층에서, 기혼층보다 미혼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연령층이 낮아질수록 ‘동의’ 응답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반대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남성보다는 여성층에서, 미혼보다는 기혼층에서 높게 나타났고,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높았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의 20~40세대 1001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20일부터 10월28일까지 9일간 설문지를 이용한 온라인 조사결과를 집계, 분석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 ±3.09%p다.
 
한편 헬조선(Hell+朝鮮)은 지난 2010년경에 등장한 인터넷 신조어다. ‘헬(Hell, 지옥)’과 ‘조선’의 합성어로,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당초 특정 커뮤니티의 극소수의 네티즌들이 사용했으나 언론에 소개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비슷한 개념을 가진 단어로는 ‘지옥불반도’가 있다.
 
국가미래연구원
패션노조·알바노조·청년유니온 등 관계자들이 지난 3월21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열정페이 규탄 청년, 노동, 시민단체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열정페이’ 역시 ‘헬조선’의 주요 요인의 하나로 지적된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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