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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백주부 같은 정치인을 보고 싶다.
2015-10-11 14:15:59 2015-10-11 14:15:59
◇이상동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겸임교수
서민적이다. 경제적이다. 주위의 흔한 재료를 최대한 활용한다. 무엇보다도 쉽다. 방송계의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한, 이른바 먹방에서 백주부(백종원)가 주도하는 요리의 특징이다. 이 내용을 '서민적이어야 한다', '쉬워야 한다' 등 당위적 명제로 바꾸면 정치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이 점에서 정치에서 쌓인 불만과 불신을 해소하고자 하는 정치심리학적 요인도 먹방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로 설명될 수 있다. 안타깝지만 앞으로도 먹방의 인기는 계속될 것 같다.
 
최근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도 왜 먹방이 이토록 오래 인기를 유지하는지를 보여준다. 여론조사 결과 19대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가 역대 현역 의원에 대한 평가 중 최저를 이루고, 현역 의원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절반을 차지했다고 한다. 지난 8일 종료된 19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에 대한 평가 역시 최악에 가깝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침통하다.
 
국회도 하나의 집단이다. 그래서 우리는 집단지성을 기대했다. 집단지성이 무엇인가. 다양성과 전문성을 갖춘 집단이 올바른, 때론 올바르지 못하더라도 정당한 과정을 통해 합의의 결론을 도출해내는 기반이다. 그런데 이런 집단지성이 유일하게 통하지 않는 곳이 국회다. 계파와 파벌로 인해 국회의원 고유의 독립성과 다양성은 상실했고, 자기만의 만능소스와 같은 콘텐츠, 전문성도 찾아볼 수 없다. 전문성과 다양성을 전제로 대화와 타협, 토론문화가 정착될 때 집단지성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국회는 이런 모습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당연한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20대 총선을 6개월 남겨두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들의 시선을 먹방에서 정치로 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위에 언급한 당위적 명제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 간단히 몇 방울로 맛을 내는 만능소스(콘텐츠)를 가진 인물이 여의도에 입성해 집단지성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요리만 쉽게 할 것이 아니라 정치도 쉽게 하자는 말이다. 쉽게 풀릴 문제를 어렵게 해결하기 때문에 정치가 꼬이고, 국민들은 괴롭다. 우리 국민들도 이제는 정신 바짝 차리자. 19대 국회가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유권자였던 국민들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제대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릇된 선택이라 낙심하고 '다음 선거 때 보자'는 말도 하지 말자. 선택 후에도 지속적으로 감시해서 국민의 힘을 보여주자. 그게 주인된 도리이자, 책임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민들이 단순히 먹방에 취해 있는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현상만 보고 평가할 게 아니라 그 본질, 숨은 의미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먹방에서 우리 국민들은 얇은 김 한 장으로 여러 재료를 하나로 모으는 김밥같이 포용하는 정치, 그릇에 놓인 밥에 온갖 채소와 고기, 고추장, 기름을 넣어 비벼먹는 비빔밥같이 화합과 통합의 정치를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자기만의 만능소스로 간단히 맛을 내고, 어렵게만 생각했던 요리는 아주 쉽게 할 수 있도록 알려주며, 가성비를 극도로 끌어올려주는 백주부같은 정치인을 우리 국민들은 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년 총선이 기다려진다.
 
이상동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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