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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노동개혁 논란)가이드라인에 묶인 노동개혁, 협상 여지 있나
박 대통령 '개혁안 변경·연계처리 불가' 입장 변수
여당 재량권 제한돼 실질적 협상 가능할지 미지수
2015-08-19 11:15:52 2015-08-19 11:15:52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 불발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빨간불이 커졌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담회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향후 협상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노총은 18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사정위 복귀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금속노조를 비롯한 일부 산별노조 조합원들의 반발 농성으로 노사정위 복귀 논의는 다음 회의(26일)로 미뤄졌다. 쟁점은 노조의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 허용과 ‘쉬운 해고’로 불리는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체계 확립(일반해고 요건 완화)이다. 이날 농성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은 두 의제를 논의 대상에서 철회해야만 노사정위에 복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노총의 요구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이 강경해 노·정 간 입장이 절충될 여지는 많지 않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대국민 담화에서 임금피크제 도입과 인사관리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담화의 절반을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한 국민적 동참을 호소하는 데 할애했다. 사실상 현재 의제들을 변경하지 않고 논의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결국 한국노총이 모든 의제를 논의한다는 것을 전제로 노사정위에 복귀하지 않는 한 정기국회 전 노사정위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큰 난관은 입법을 위한 국회의 논의 절차다. 노사정위에서 개혁안이 합의되거나 합의가 결렬돼 정부가 개혁을 강행한다고 해도 개혁안이 일방적으로 입법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최근 박영선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재벌개혁특별위원회를 당내에 설치했다. 특위는 최근 불거진 롯데그룹의 비정상적인 지배구조 문제를 계기로 구성됐으나, 실질적으로는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위원장 이인제)의 대항마적 성격이 강하다.
 
새정치연합이 그간 노동개혁의 선결과제로 재벌개혁을 주장해온 점을 고려하면 향후 논의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등 재벌개혁안이 노동개혁안의 연계처리 대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으로는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이 기존에 발의한 간접고용 금지, 사내유보금 과세, 법인세 정상화, 기업 지배구조 개혁 관련 법안들이 거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치적 ‘딜’ 역시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던 6월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꼭 필요한 법안을 당리당략으로 묶어놓고 있으면서 본인들이 추구하는 당략적인 것을 빅딜을 하고 통과시키는 난센스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치권을 비난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에는 여당의 원내대표가 교체되고 재의된 법안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폐기돼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번 노동개혁 논의에서도 ‘연계처리 금지’가 협상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박 대통령이 이미 ‘개혁안 강행’ 의사를 피력해 국회에서 실질적인 협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 재벌개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으나, 이는 협상 재량권과 별개의 문제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대통령이 생각하는 정책 방향이 있다고 해도 그게 국민적 이익이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면 입법부가 적절하게 손을 댈 수 있다”며 “최소한 입법 단계에서는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입법부의 논의와 결정을 지켜보는 게 도리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릴 예정인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금속, 화학노련 등 산별노조 조합원들이 위원장실 앞에서 거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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