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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돈 앞에 가족은 없다
2015-08-04 17:12:13 2015-08-04 17:12:13
지난 2013년 제작된 드라마 '황금의 제국'은 가족이라는 집단에서조차 사회적 지위와 재산, 욕망에 따라 재벌가의 구성원이 이합집산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거대한 왕국을 건설하기 위한 명분은 허울일 뿐 가족간 자신의 욕망을 위해 상대방의 것들을 뺏어오기 위해 안달이다. 결국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욕망을 향해 달렸던 주인공 장태주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맞서 싸웠던 최민재와 최서윤은 검찰에 기소되면서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최근 재계 서열 5위인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지켜보면서 최후의 안식처인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개인의 욕망에 묻혀 더는 존재치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 롯데그룹 오너일가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50여년간 쌓아온 롯데의 기업 신뢰가치와 브랜드 이미지도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은 동생인 신 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반기를 들어) 폭행당했고,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을 해임했으며, 한국롯데 회장 및 롯데홀딩스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다는 아버지의 육성 녹음을 공개했다. 신동빈 회장 역시 이복 누나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5촌 조카인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이 신동주 체제 구축을 통해 한 몫 떼 가려는 것이라며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 맞서고 있다. 특히 아버지 신 총괄회장에 대해서도 고령으로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주장하는 패륜까지 서슴지않고 있다.
 
신격호·신동주·신동빈 3부자의 다툼을 보면서 “가족간 서류가 보증이고, 돈이 약속”이라는 드라마 속 주인공의 대사가 현실 속에서 그대로 되풀이 돼 놀랍기만 하다. 돈 앞에서 가족은 온데 간데 없다. 이 같은 재벌가의 혈육간 진흙탕 싸움은 반기업정서를 부추겼고, 정치권도 한 목소리를 내며 롯데 오너일가를 신랄하게 비판하게 했다.
 
우리나라의 많은 재벌기업들 창업주에서 2세로, 다시 3세로 이어지는 부의 대물림과 폐쇄된 가족경영, 여기에 자기 몫에 대한 욕심이 더해지면서 골육상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롯데 총수 일가가 지금이라도 대가 없는 희생이 미덕인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투명한 경영 승계를 통해 공생의 길을 가길 바란다.
 
김영택 탐사보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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