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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로 고개 숙이기에는 아까운 '광주 U대회'
선수들, '승리'보다 중요한 '축제' 개념 잊지 말아야
2015-07-08 06:00:00 2015-07-08 06:00:00
지난 3일 개막한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이하 광주 U대회)'는 축제다. 대학(University)과 올림피아드(Olympiad)의 합성어인 유니버시아드(Universiade)는 '스포츠를 통한 세계 대학생들의 교육과 문화발전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경기 성적과 메달 수상 여부를 떠나 전 세계 젊은이들이 어우러져 즐기고 배우는 것에 높은 가치를 둔다.
 
실제 광주 U대회에 참여하는 대학생 선수들은 이런 가치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몇몇 다른 나라 선수들은 선수촌 안의 훈련 시설을 벗어나 인근 중·고등학교를 찾아 훈련했다. 중·고등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거나 사인을 해주는 일도 잦으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의 광경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볕이 좋은 곳에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자전거로 도심을 질주하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선수들의 풍경도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대회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광주·나주·담양 등 6개 도시 투어에서는 외국 대학생 선수들이 김치 만들기와 홍어 시식을 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미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를 비롯한 총 25개국 대학생 선수들이 참가했거나 앞으로 참여할 예정인데 현재까지 반응이 좋다고 한다. 경기장과 선수촌만 누비다 갈 것이 아니라 낯선 장소에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가겠다는 대학생 선수들의 의지가 조직위원회의 준비와 맞물린 결과다.
 
광주 U대회를 비롯해 이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국가'를 들을 수 없다는 점이다. 시상식에서는 해당 선수의 국가가 울려 퍼지는 대신 '젊은이의 노래'라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의 공식 찬가가 나온다. 과거 냉전 체제를 관통하며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이 1961년 소피아(불가리아)에서 열린 2회 대회 때부터 지켜오고 있는 방침이다. 국가(國歌)로 상징되는 국가(國家) 개념을 과감히 벗어던짐으로써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어우러짐을 즐기는 '축제'라는 점에 방점이 찍혔다. 광주 U대회를 놓고 "종합 3위를 차지해야 한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점쳐 볼 수 있는 대회다"와 같은 말들을 들을 때 겸연쩍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5일 유도 경기는 그런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왕기춘(27·양주시청)은 남자 유도 81kg급 결승에서 칼무르자예프 카산(러시아)에게 판정패했다. 패배가 확정되는 순간 그는 매트에 이마를 대고 울었다. 세계선수권 출전권이 걸린 지난달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도탈락했기에 일순간 아쉬움이 복받쳤을 것이다. 그런 사정을 알기 때문에 짠한 감정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광주를 체험하고 싶다'며 웃는 얼굴로 인터뷰한 다른 나라의 대학생 선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다. 엘리트 선수가 되기 위해 학교나 공부와는 담을 쌓아야 했던 우리 선수들에게 "광주 U대회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인생 속 축제"라고 말해주고 싶다.
 
임정혁 스포츠칼럼니스트 komsy1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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