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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하리 처음처럼, 이정도 인기일줄 상상도 못했죠"
(인터뷰)조판기 롯데주류 상품개발팀장
2013년 시장성 점검 후 10월 정직 프로젝트 돌입
"당분간 순하리 수급에 총력 기울인 후 새 상품도 선보일 것"
2015-07-08 08:10:20 2015-07-08 08:10:20
올 상반기 유통 식음료업계에서 가장 '핫(hot)'한 상품을 꼽자면 롯데주류의 '순하리 처음처럼'일 것이다. 순하리는 지난 3월20일 출시된 후 100일만에 4000만병 판매를 돌파하며 과일소주(리큐르) 바람을 일으켰다. 특히 SNS를 통해 제품과 맛에 대한 평가들이 빠르게 전파되며 판매는 지금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같은 순하리의 성공을 누구보다 뿌듯하게 바라보는 이가 있다. 롯데의 첫 맥주인 '클라우드'를 개발해 '안타'를 치고 이번에 순하리로 '홈런'을 친 조판기 롯데주류 상품개발팀장이다. 1991년 전북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두산그룹에 공채로 입사, 계열사인 두산주류에서 사내 기술원과 마케팅 부서를 두루 거쳤다. 이후 회사가 롯데주류에 인수된 후 기술개발팀에서 새로운 술을 개발하고 있는 '술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사실 2013년 기획·개발 단계에서 순하리가 20대 여성에게 호응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하지만 시장의 작은 확장 정도로 생각했었지,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조 팀장은 젊은 세대가 점점 '순하고 맛있는' 술을 찾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순하리 개발은 2013년 초에 시작, 예비시장타당성 점검을 거친 후 같은해 10월부터 정식 프로젝트에 진입했다. 
 
◇ "예상 뛰어넘는 반응…저가 전략 성공" 
"최근 10년간 사용행태조사(UNA)를 통해 젊은 층들의 음용행태를 파악했다. 결론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주류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보드카에 음료를 섞어 마시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안될까. 가장 큰 장벽은 섞어 마시는 때와 장소가 한정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예 믹스된 제품을 내놓자고 생각했다."
수많은 과일이 실험대에 올랐고, 최종적으로 유자가 선택됐다. 조 팀장은 향, 맛, 제품의 콘셉트의 일관성이 가장 뛰어난 과일이 유자라고 생각했다.
"수십종을 검토했다. 시트러스(감귤류) 계열, 베리류, 그리고 향초계다. 유자 외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재료는 감귤과 깻잎이다. 특히 깻잎은 상큼한 과일과 섞어 중년층을 공략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통상 기업들은 주류 상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4~5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콘셉트 개발, 디자인과 레시피 개발을 거쳐 가장 마지막에 시장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이 단계를 통과하면 출시가 결정되고 마케팅 전략이 수립된다.
"사실 순하리는 두 종류의 제품으로 출시될 계획이었다. 하나는 독한 술로, 격식있는 자리에서 얼음에 희석해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대중적이고, 20대들이 찾는 산뜻하고 도수가 낮은 제품이었다."
롯데주류는 처음 순하리 계획 당시 기존 저도주보다 비싼 가격을 책정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급속도로 악화, 가격저항이 심하다는 조사 결과가 발목을 잡았다.
"마지막 단계로 번들테스트(수요예측조사)를 했는데 저가 모델마저 소비자들이 '그 가격이면 구입하지 않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결국 프리미엄 라인을 없애고 저가 모델 역시 새로운 병 생산을 포기한 후 기존 소주병에 담았다. 그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고 생각한다."
◇ 레시피 변경…"분명 오해가 있다" 
최근 순하리는 그 인기만큼이나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출시 초기 포함됐던 '증류식 소주'와 아미노산이 현재는 빠져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맛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 저도주 소주에서는 '밍밍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알콜향이 살아있는 증류식 소주를 약간 첨가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초기 순하리 역시 희석식 소주 99.9%에 증류식 소주 0.1%로 만들었다. 하지만 자체 조사결과 '좀 더 부드럽고 순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 증류식 소주를 뺀 것이다. 과즙과 과일향은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일부 소비자들은 원가절감을 위해 증류식 소주를 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출시 초기 상표 뒷면 원재료 및 함량 항목에는 '증류식소주(쌀:국산 100%)'라는 문구가 있었으나 지금은 없다. 소비자들은 이 항목을 기억하고 이전 순하리에는 100% 증류식 소주만을 담았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전체의 0.1%만 들어간 것이다. 이 정도 양은 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조 팀장은 앞으로도 꾸준하게 순하리 레시피에 변화를 줄 것을 예고했다. 소비자의 입맛과 반응에 따라 맛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최적의 맛을 찾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순하리 뿐만 아니라 모든 제품에 대해 꾸준히 소비자 의견을 취합하고 레시피를 변경한다. '처음처럼' 등 메이저 브랜드는 1개월 단위로, 마이너 브랜드는 3개월 단위로 조사가 이뤄진다. 지금 순하리는 1주일 단위로 확인한다. 맛은 물론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도매상과 현장 소비자, 업소 반응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해 모니터링 한다. 이것은 우리뿐만이 아니라 경쟁사도 똑같다. 고객들은 인지를 잘 못하시겠지만 보이지 않는 경쟁을 통해 조금씩 제품의 진화를 진행하는 것이다."
◇ "저도주 트랜드 이어질 것…후속 제품 준비 완료"
조 팀장에게 향후 저도주 시장의 전망에 대해 물어봤다. 점점 낮은 도수를 선호하는 고객들의 입맛이 앞으로도 계속될지, 아니면 반전이 있을지 궁금했던 터다.
"저도주 시장은 순하리가 출발점이 돼서 과일소주 뿐 아니라 고객들이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고도주는 비싼 제품이다. 선진국들의 문화를 봐도 결국 대중적·가족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술 역시 저도주로 가볍게 갈 것이다."
조 팀장은 새로운 과일소주를 선보이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단, 당분간은 순하리 수급에 총력을 기울인 후에 진행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나의 브랜드가 정착이 된 후 확장하는 방법이 있고, 한꺼번에 여러 종류를 시장에 내놓는 방법이 있는데 우선 순하리 하나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후속제품은 언제든 준비돼 있다."
 
(사진=이철 기자)
이철 기자 iron62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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