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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스토리)소통하는 제조 혁신 '인더스트리 4.0'
독일, 스마트 팩토리 선두주자…중국·미국 후발주자
2015-07-07 16:09:13 2015-07-07 16:09:13
독일이 추진 중인 제조업 전략 ‘인더스트리 4.0’을 보면 영화 ‘어벤저스’가 떠오른다. 내로라하는 영웅들의 결사체인 어벤저스처럼 4.0 전략에는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사이버물리시스템과 사물인터넷 등 최첨단 기술이 모두 집약돼 있다. 히어로들이 혼자보다 함께 있을 때 더 큰 능력을 발휘하듯, 각각의 기술은 한데 어우러져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인더스트리 4.0의 가장 큰 특징은 기계 간의 소통이 가능해졌다는 것. 기계가 소통한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물론 사람이 정해놓은 프로그램에 따라 작동하지만, 4.0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팩토리 내 기기들은 주체적으로 상황을 판단한다. 전통 제조업의 중앙통제방식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개별 기기들은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을 탑재하고 있어서 상호 간에 정보교환을 할 수 있고, 고장이 나면 스스로 작동을 멈추고 알아서 수리한다. 스마트 팩토리는 고객과도 소통한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기술이 고객과 공장 사이에 다리를 놔준 덕분이다. 스마트 팩토리는 클라우드 상에 있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선별·취합해 일련의 패턴을 만든다. 이어 고객이 어떤 디자인을 선호하는지, 어떤 재질을 원하는지 재빨리 파악한 후 생산에 반영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하는 일은 거의 없고 기계와 개별 고객은 다이렉트로 연결된다. 이 덕분에 다품종·대량 생산 시대가 열렸다. 규모의 경제를 누리면서도 개성을 추구하는 개인의 취향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인더스트리 4.0을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스마트 팩토리는 독일에서 개발 단계에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전 세계 곳곳으로 퍼져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프로스트 앤 설리반에 따르면 기계와 기계 간에 정보를 수집하고, 전달하여 인간에게 편리함을 주는 M2M(machine-to-machine) 기술은 2020년까지 세계 120억개에 달하는 부품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BI인텔리전스는 사물인터넷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면 오는 2019년까지 세계 경제에 1조5000억달러의 부를 안겨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1980년 당시 20조달러에 그치던 세계 GDP가 2020년에 90조달러로 올라설 것이란 연구결과도 있다. 2015년 현재 세계 GDP는 74조달러 수준이다.
 
◇독일 주도 인더스트리 4.0, 중국·미국 추격전 
 
인더스트리 4.0은 지난 2010년 독일이 내놓은 제조업 성장 전략이다. 지난 몇 년간 독일은 정보통신산업협회(BITKOM)와 엔지니어링협회(VDMA) 등 산업단체를 중심으로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신흥국들을 따돌리기 위함이다. 그러나 독일이 4.0계획을 발표하기 무섭게 중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추격전에 나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 포스코 연구자료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12차 5개년 계획 내 7대 전략사업분야의 일환으로 사물인터넷 센터를 설립하고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을 연구하는 등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리커창 총리는 정부의 새로운 액션 플랜으로 모바일 인터넷 등 온라인 기반 기술을 언급하기도 했다. 사기업 중에서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가 인더스트리 4.0 개발 사업에 3억3000만달러를 쏟아 부었다. 알리바바 관계자는 "제조업에 인터넷을 가미하면 전통 제조업이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며 “이커머스 사업이 성장하면 중국에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IT 강국인 미국 또한 제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어 독일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고 있다. 미국은 2009년부터 ‘리메이킹 아메리카’라는 슬로건을 걸고 제조업 부활 정책을 추진 중이다. 미국 정부는 이를 위해 기술 개발과 인력 육성을 함께 담당하는 교육 기관 15곳과 45개 연구소를 건립할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은 제조업 협의체인 AMP3를 운영하고 있으며 NIST4와 NSF5 등 과학기술 단체를 통해 수억달러 단위의 연구개발 또한 진행하고 있다.
 
◇이종 기술간 결합이 관건
 
강대국의 참여가 잇따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독일이 당분간 인더스트리 4.0 시대를 이끌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이치뱅크는 보고서를 통해 “독일은 유럽 제조업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기반이 탄탄한 데다 솔루션 기술력도 탁월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솔루션은 다양한 소프트웨어 패키지나 응용프로그램과 연계된 문제들을 처리해주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그러나 독일이 주도권을 상실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역시 독일 못지않은 제조업 기반을 지니고 있고 미국은 IT·소프트웨어 부문 강자이기 때문에 4.0 기술을 배양할 만한 토양을 갖추고 있다.
 
결국 이종 기술간 결합을 더 매끄럽게 해내는 국가에 최종 승리가 주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공학과 전자공학, 기계공학 등 2개 이상의 공학과 IT를 누가 더 매끄럽게 결합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스마트 파워그리드와 관련된 기술도 승패를 가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기술은 에너지 네트워크와 통신 네트워크가 합쳐진 지능형 전력망으로 차세대 전력망 사업을 말한다. 사물과 사람, 사물과 사물 간의 통신 기준을 세우는 것 또한 관건이다. 아울러 자동차, 에너지, 산업기계 등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 또한 숙제로 남아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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