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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한번뿐인 내 인생! 간(肝)처럼 살지 말자
2015-07-02 06:00:00 2015-07-02 06:00:00
한국인의 술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 하고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알코올 소비량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8.73리터로 전년 대비 4.8% 감소했지만 한국인의 특성상 독한 술을 위주로 마시기 때문에 여전히 건강에 대한 염려가 많다.
 
한편으로 걱정을 하면서도 ‘에이, 아직 끄떡 없지!’라며 호기를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침묵의 장기’라고 불리는 간에 이상이 있음을 알아 차렸을 때는 이미 회복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은퇴를 앞둔 지금 40~50대의 모습과 닮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리부터 은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거나 실천으로 옮기지 않다가, 막상 은퇴를 하고 나서야 무엇을 해야 할지 찾는 실수를 범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지금 생활하기도 빠듯해서 노후를 위해 마련할 여유자금이 없다”고 하거나, 막연하게 “어떻게든 되겠지”, “그때 가서 생각해 봐야지”라고 생각한다. 은퇴 후 창업이나 여유로운 생활 등을 꿈꾸면서도 미리 준비해 놓지 않아 남아도는 시간과 부족한 생활비로 몸과 마음에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노후의 가장 큰 적은 건강과 자녀라는 말이 있다. 열심히 노후자금을 모으고 절약하며 살더라도, 나이가 들어 큰 병에 걸리거나 자녀 양육에 적지 않은 목돈이 들어가게 된다. 그나마 건강은 나이가 들수록 관리하려는 경향이 있으나 자녀에게 지출하는 것은 자녀가 클수록 "남들만큼은 해줘야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녀에게 대학교까지의 교육비, 해외 연수비용, 결혼비용까지 대주니 그야말로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준다’라는 말이 딱 맞다.
 
문제는 그렇게 키운 자녀들이 부모를 봉양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저출산 시대에서는 노부모를 자녀 혼자서 모시기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오히려 자녀 양육의 지나친 지출로 노후를 어렵게 산다면 서로에게 무거운 부담을 주는 관계가 될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긴 노후는 본인뿐 아니라 자녀에게도 힘든 시기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후 의료비 대책을 전혀 준비하지 않은 유형이다. 30~40대처럼 비타민제나 건강보조식만으로 기나긴 노후를 버틸 수는 없다. 2011년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24만7000원으로 65세 미만의 5만8000원보다 무려 4배 이상 높다.
 
과연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 여기저기서 보내는 비명소리에 아무런 내색도 않고 참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이렇게 참고, 묵히고, 미룬 결과는 어떨까.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9.6%로 OECD국가 중 1위이고, 은퇴 후 필요한 소득 7억원은 꿈 같은 이야기이며 퇴직금으로 창업했다가 날려 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몸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간처럼 한국 경제의 눈부신 발전을 이끈 베이비부머가 은퇴하는 모습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다. 은퇴를 앞둔 40~50대들이야말로 은퇴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간(肝)의 한자를 풀어 보면 ‘생기의 근원이 되는 장기’이다. 간의 건강이 몸의 건강인 것처럼, 나의 건강이 우리 가족의 건강이다. 무조건 참거나 은퇴 후 미래를 외면하는 것보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한 건강한 은퇴 준비를 시작하자.
 
 
정하나 한화생명 보험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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