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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크라우드펀딩 법안의 현실적 문제
2015-05-26 12:00:00 2015-05-26 17:31:05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개정안’(크라우드펀딩법)이 곧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크라우드펀딩법 도입의 목적은 불특정 다수의 소액 투자자를 온라인을 통해 모집하고 창업벤처 등에 투자를 유도하면서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데 있다. 과연 이번 법 개정은 우리나라의 벤처 창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신성장 엔진이자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벤처 창업 활성화가 주요 경제현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창업 벤처기업)들이 정부 정책 자금지원이나 대출에 의존하며 자금 조달 및 투자 유치에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엔젤투자나 벤처캐피탈 투자와 같은 지분형 투자를 받는 창업 벤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창업 벤처는 위험이 높은 것이 당연한데, 현재 상황에서는 창업한 사람들이 전적으로 재무적인 위험을 감당해야 하니 선뜻 창업하기 어려운 것이다.
 
크라우드펀딩은 온라인 상의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대중의 지혜’(Wisdom of Crowds)를 활용해 사업성을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소액 분산 투자를 통해 창업 초기의 위험도 분산되고 사업을 검증하는 기회도 되며 입소문(Word of Mouth)을 통해 초기 고객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미국의 '창업기업지원법'(JOBS, 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Act)을 비롯해 일본과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이런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업자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창업 벤처 활성화라는 입법 취지를 고려해 보면 이번 크라우드펀딩 법안은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특정 금액 이상의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증권 분석기관의 평가 의견이나 회계감사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 경우 큰 규모의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미국의 웨어러블 시계 제조사 페블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00억원 이상을 유치했다. 또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기기 업체인 오큘러스는 27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이후 오큘러스는 페이스북에 2조원에 인수돼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가져다 줬다. 증권 분석기관의 평가 의견이나 회계감사 보고서 제출 의무는 더 이상하다. 회사에서는 펀딩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백만원을 들여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금융회계 보고서를 읽는 것이 과연 벤처 사업성 평가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둘째,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한 규제의 내용이 지나치다. 업종 제한, 기업 제한, 연간 투자액 제한, 주식매각 제한, 광고행위 제한, 중개업자 제한 등이 그것이다. 창조적인 기술과 사업모델로 크라우드펀딩을 추진하려다가도 제한에 걸려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기꾼들이 판치게 하고 투자자를 보호하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 크라우드펀딩의 사상은 다수의 투자자들이 합리적으로 사업 가능성을 검토하는 데에 가치가 창출되는 것인데, 규제를 통한 제한에 의해 사업이 스크린된다면 투자자들이 형식적 요건으로 말미암아 충분히 성장 가능한 사업을 검토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셋째, 취득 유가증권의 1년 간 전매 제한은 장기적인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의도이겠으나 일부 투자에 대해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유가증권 유통시장을 좀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한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투자자들이 환금성이 떨어지는 크라우드펀딩 투자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다. 게다가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금융이 본업이 아닌 핀테크 기업이 P2P 대출 중개업을 하려면 대부업으로 등록해야 하는 등 일관성 있는 핀테크 제도로 발전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본 법안 개정은 창업 벤처를 온라인으로 활성화 하려 하지만, 규제와 제도는 오프라인을 벗어나지 못한 면이 역력하다. 온라인 상의 투기꾼을 규제하려다가 창업 벤처를 활성화할 골든타임을 놓칠까 우려된다. 크라우드 펀딩 법안은 공포 후 6개월 내 시행해야 하기에 올해 내 또는 내년 초에 시행될 상황에서, 세부적인 시행령을 제정할 때에는 좀 더 창업 벤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크라우드 펀딩 제도가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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