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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청년실업의 슬픈 초상
2015-05-25 10:00:00 2015-05-25 13:35:41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통해 청년기를 가리켜 유동성(mobility)과 내면성(interiority)을 특징으로 하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로 규정했다. 수많은 혼란 속에 철학적 정체성이 쌓이고, 이를 기반으로 삶의 방향을 정하는 분기점이라는 뜻이다.
 
푸르름의 시기에서 고민하고, 도전하고, 또 때로는 방황해야 할 우리 ‘청년(靑年)’의 실상을 보면 처참하다. 이상은 오간 데 없고,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는라 꿈은 포기한다.
 
'삼포', '오포'를 넘어 최근에는 연애·결혼·출산·집장만·꿈·희망·대인관계까지 포기한 ‘칠포 세대’로 스스로를 비하한다. 실업자와 신용불량자의 합성어인 ‘청년실신’이 등장하는가 하면, 인문대 졸업생 90%는 논다는 ‘인구론’ 등 더 이상 청년에게 ‘희망’과 ‘열정’의 수식어를 찾기 어렵다.
 
지난 수년간 청년실업의 고착화가 만들어낸 우리 청년의 초상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올 2월말 기준, 청년 실업률(15세~29세)은 11.1%로 지난 1999년 외환위기(IMF) 직후 실업률 11.5%에 육박했다. 더 심각한 건 아르바이트나 프리랜서 등 불완전한 취업상태까지 포함한 체감실업률이 22.9%~37.5%에 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 10명 중 3~4명은 취업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얘기다.
 
청년실업 장기화는 경제 분야를 넘어 정치·사회 등 전방위적 국가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이미 유럽 일부 국가의 경우 정부가 제대로 청년실업에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사회적 불만이 극에 달해 소요사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국회는 ‘청년 일자리 만들기’에 온 힘을 쏟는다고 부산을 떨고 있지만, 공허한 말잔치에 불과하다. 정부는 공공부문 청년 일자리 증가, 해외 취업 지원, 중소기업 취업 장려, 청년인턴제도 등 이름만 바꿔 청년실업 해소에 나섰지만, 좀처럼 청년고용은 증가하지 않았다. 설령 취업률이 증가했다 하더라도 대부분 일자리의 질(質)이 떨어지면서 ‘고용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일자리 부족의 표면적인 이유는 경기침체 장기화와 기업의 투자 기피를 꼽을 수 있다. 여기에 높은 대학 진학률, 대기업 쏠림현상, 제조업 기피 등도 청년실업 악화에 힘을 보태는 요인들이다.
 
물론 이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단기간 내 해결할 수 없다. 이 와중에 중소기업과 제조업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과 복지 수준 격차를 줄일 수 있다면 우리가 직면한 최악의 청년실업은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 무분별한 중기 적합업종 진출 등 자본의 횡포에 대해 정부가 강력한 규제책을 마련해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중소기업 역시 직원 복지 강화나 근무환경 개선 등을 통해 우수한 인재채용에 적극 나선다면 변화의 물꼬를 틀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외국어, 학점, 자격증 등 획일화된 채용 조건들 대신 구직자들이 ‘도전’과 ‘열정’, ‘끼’를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우리사회가 기회의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 청년이 푸르름을 잃을 때 그 사회의 생명력은 다하게 된다.
 
김영택 탐사보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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