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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이적표현물 소지 등 처벌 국보법 조항 합헌"
"명백한 위험 있을 때로 한정 적용…합헌
김이수·이진성·강일원 "표현의 자유 침해"
2015-05-04 06:00:00 2015-05-04 06:00:00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사진/헌법재판소
 
이적행위, 이적단체가입행위, 이적표현물 제작·소지·반포·취득행위 등을 처벌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해당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국가보안법 7조 1항과 3항, 5항 등이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고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국가보안사범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법원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모두 합헌결정 했다고 4일 밝혔다.
 
또 반국가단체 조항에 대한 위헌심사 청구에 대해서는 "반국가단체에 북한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은 사실인정 내지 법률조항의 포섭·적용, 법원의 법률해석이나 재판결과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다"며 각하했다.
 
재판부는 '이적행위 조항'에 대한 판단에서 "북한의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주장이더라도 협력의 동반자로서의 주장이나 건설적 비판, 사적인 견해의 피력은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성이 없어 이적행위 조항에 의해 처벌되지 않을 것이 명백하고 구성요건적 행위인 찬양, 고무, 선전, 동조의 의미 역시 불분명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합헌"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가 처한 특수한 안보현실에 비춰볼 때 구체적 위험이 현존하지는 않더라도 그 위험성이 명백한 단계에서 이적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결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적단체가입 조항'에 대해서도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적용되므로, 정부가 특정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단체의 활동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위험성은 거의 없다"며 "조직력을 갖추고 있는 단체는 언제라도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으므로, 단체에 가입한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은 결코 표현의 자유나 결사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 아니다"며 합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적표현물 조항'에 대해서도 모두 합헌으로 결정했다. 우선 "이적표현물 조항 중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과 '이적표현물 소지'는 의미가 불명확하다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고 이적표현물의 제작·소지·반포·취득행위에 대해서도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므로 기본권 제한이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적표현물의 소지·취득행위에 대해서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전자매체 형식의 표현물들은 실시간으로 다수에게 반포가 가능하고 소지·취득한 사람의 의사와 무관하게 전파, 유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적표현물을 소지·취득하는 행위가 지니는 위험성이 이를 제작·반포하는 행위에 비해 결코 적다고 볼 수 없어 이적표현물 조항은 표현의 자유 및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적행위 조항 중 '동조' 부분에 대해서는 김이수 재판관이 반대 의견을 냈다. 개념에 비해 어떤 주장까지 처벌하는 것인지 경계가 불분명해 죄형법정주의 원칙 중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자의가 개입될 경우 통일·군사·안보문제에 관한 개인적인 견해를 표명하거나 정부의 대북 정책을 정당하게 비판하는 경우까지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적행위 조항 중 ‘동조’ 부분은 구성요건에 관한 엄격한 해석을 도외시한 채 수사기관과 법원이 자의적으로 처벌대상을 정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동일한 발언을 하더라도 발언자의 과거의 전력이나 평소의 행적 등을 이유로 처벌 여부를 달리할 수 있어 자의적인 차별취급이 가능하게 되고, 반대자나 소수자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오·남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 및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적표현물 조항 중 '소지·취득한 자'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도 김 재판관과 이진성, 강일원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 등은 "이적표현물의 소지·취득행위는 그 자체로는 대외적 전파가능성이 없으므로 국가의 존립과 안전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적표현물을 소지·취득한 사람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는지를 인정하기 위한 기준은 매우 추상적이고 주관적이며 불확실하므로 과거의 이력을 문제삼아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자의적으로 처벌이 가능하게 돼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해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수원지법과 서울북부지법은 북한에 대한 찬양고무와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 등(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던 권모씨와 김모씨가 이적행위, 이적단체가입행위, 이적표현물 제작?소지?반포?취득행위 등을 처벌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해당 조항은 죄형법정주의 원칙 위반 및 표현의 자유에 위반돼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자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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