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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코너로 몰린 그리스, 최종 선택은
채권단 긴축안 수용 의지…시리자 반란 '관건'
2015-05-03 15:18:47 2015-05-03 15:19:02
구제금융 협상 막바지 단계에서 그리스가 한 발 물러서겠다는 제스처를 보이자 냉기류가 흐르던 협상테이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 채권단의 거센 긴축안 요구, 바닥난 현금으로 코너에 몰린 그리스가 이전과 다른 유연한 태도로 돌아서며 협상 타결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채권단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던 연금과 노동,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 핵심 쟁점부문에 대해 일부 긴축을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그리스 정부가 디폴트 위기로 내몰리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겠다며 일명 '금지선'으로 설정, 완강히 버티던 부문이었던 만큼 이 같은 그리스 측 태도 변화에 대해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분석들을 쏟아내고 있다.
 
곶간은 비어가는데 빡빡한 구제금융 상환일정이 돌아오자 결국은 백기를 들었다는게 시장의 해석이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왼쪽)가 구제금융 협상 회담에 앞서 유로존 각 국 인사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숨통 조여오는 그리스…"결국 고개 숙일 것"
 
양보 없이 돈만 달라는 자세로 뻣뻣하기 그지 없던 그리스가 달라진 것은 더 이상은 버틸 여유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당장 오는 12일 IMF에 7.7억유로를 갚아야 하고 다음달 역시 15.3억유로 상환이 예정돼 있다. 그 이후에도 상황일정은 줄줄이 잡혀 있는 상태.
 
하지만 현재 그리스가 들고 있는 자금으로는 6월까지 버틸 수 없을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조건 이달 안에는 협상을 타결 짓고 구제금융 분할금 72억 유로를 받아내야만 하는 긴박한 상황이다.
 
극심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그리스에 대해 신용 평가사들도 일제히 '등급 하향' 카드를 빼들었다. 그리스가 채권단과 제시간에 협약을 마련해 채무 상환 기한에 맞출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 강등 이유다. 이 역시 그리스 정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협상이 지연되자 정부의 협상능력에 불만을 품은 국민여론마저 부정적으로 흘러가면서 그리스는 기댈 언덕 하나 없는 처지로 내몰린 상태다.
 
이에 더 이상 시간을 끌어봤자 득 될게 없다는 그리스 정부는 결국 고개를 숙일 시기가 됐다는 판단을 내린것으로 보인다.
 
최근 재편된 협상팀 수장인 차칼로토스 차관은 "정치적 계획이 있다면 일부 타협하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긴축안에 강경한 반대의사를 표명하던 바루파키스 재무장관도 "분할금을 지원받기 위해 채권단에 양보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협상타결에 적극적 의지를 표명한 그리스 측은 개혁안 수정 작업부터 들어갔다. 부가가치세율 인상, 민영화 등 채권단이 요구하는 일부 조항에 대해 수용하는 안을 다시 만들었다고 그리스 언론들은 일제히 전했다.
 
그리스 협상단은 새로운 개혁안을 가지고 채권단 실무진과 협상을 재개할 예정으로 이르면 3일(현지시간) 잠정 타결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오는 11일 유로그룹 정례 회의 이전에라도 협상 타결이 이뤄질 수 있다고 치프라스 총리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만약 3일에 합의가 잠정 타결될 경우, 내달 11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이에 대한 최종 승인을 내릴 예정이다.
 
◇협상 타결 기대감 너무 일러…"여전히 불투명"
 
한편 일각에서는 그리스 협상단이 채권단의 긴축안 요구를 받아들이더라도 집권당인 시리자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 협상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여전히 시리자 내부 강경 세력들은 추가적인 강력 긴축에 반대노선을 굽히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채권단이 만족할 만한 재정 개혁에 이르기까지 시리자 내부 갈등이 한동안 있을 것"이라며 "그리스 디폴트가 임박해지는 시점이 돼서야 양자간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시리자 내부 갈등으로 채권단과 유로그룹이 만족할만한 개혁안을 도출해내지 못할 경우, 이들 역시 물러설 조짐을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그리스 디폴트에 따른 충격을 완충시킬 만한 장치가 상당히 마련돼 있다는 이유로 유로그룹이 그리스에 대한 강경 노선을 끝까지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이후 적극적인 그리스 익스포져 축소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은행권의 위험 노출액은 35억유로에 불과하다. 유로존 내 최우량국인 독일의 노출도가 크나마 큰 편이지만 2012년과 비교했을 경우, 30%에 불과한 수준이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인한 그렉시트(유로존 탈퇴)까지 가더라도 개혁안이 만족할만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유로그룹이 절대 돈을 내주지 않을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그룹 현상단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진척이 이전과 비교했을 때, 고무적인 수준에 도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과정이 개선됐을 뿐, 본질적인 측면에서 는 여전히 진전이 없는 상태상태"라고 말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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