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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세월호 1주기, 진상규명 시작도 못 하고 맞아야 하나
2015-04-02 17:04:46 2015-04-02 17:43:21
[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
‘세금 도둑’ 논란에 이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공방으로 참사 1년이 다 되도록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가 제 모습을 갖추지 못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월호 참사 1주기 까지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7일 조사위 사무처의 인원을 조사위가 요구했던 120명에서 90명으로 축소하고, 조사위가 제시한 3국 1관 조직체제를 1실 1국 2과로 바꾸는 내용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해수부는 특히 전체 인력에서 파견 공무원 비율을 민간인보다 높게 책정하고, 진상규명 업무의 내용을 정부의 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수준으로 한정했다.
 
이에 대해 야권과 조사위는 강력히 반발했다. 이석태 조사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지난 27일 입법 예고된 특별법 시행령안은 세월호 특위의 업무와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행정부의 하부 보직으로 전락시킬 의도가 명확하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2일 “아직도 차가운 팽목항 바다 속에는 9명의 실종자가 남아 있다”며 “정부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즉각 철회하고 특별법의 취지에 맞는 시행령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국 조사위는 2일 오전 회의를 열어 특별법 시행령 입법예고에 대한 철회요구안을 의결했다. 정부가 조사위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시행령이 다시 만들어질 때까지 조사위의 활동이 중단되고, 현재 시행령을 강행한다면 조사위의 파행이 불가피하다. 어느 쪽이 됐든, 당분간 조사위의 기능 마비를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시행령은 지난 ‘세금 도둑’ 논란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새누리당 추천 조사위원인 황전원 위원은 지난 1월 조사위 설립준비단이 정부에 요구한 예산이 과도하다며 당시까지 회의 내용과 정부에 요구했던 예산 내역 일체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곧 여야 갈등으로 비화했다. 현재 대통령 정무특별보좌역인 김재원 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조사위를 ‘세금 도둑’, ‘탐욕의 결정체’로 몰아붙였다. 이후 여권을 중심으로 조사위의 규모와 예산을 축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대됐고, 이같은 새누리당의 요구는 정부 시행령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더욱 큰 문제는  조사위를 둘러싼 갈등이 내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황 위원 등 새누리당 추천 조사위원 5명은 이 위원장이 조사위의 활동을 중단시키고, 대통령과 여야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한 데 대해 ‘정치공세를 중단하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현재까지 정황만 보면 정부 여당은 결코 조사위 활동을 지원하고, 진상규명을 하는 데에 적극적이지 않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고 책임자들을 엄벌하겠다"고 수차례 말했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한 점의 의문도 남기지 않겠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또 참사 1주기를 맞아 희생자들과 실종자들에게 최소한의 도리라도 하고 싶다면 불필요한 논란거리를 만들어 갈등을 양산하기보단 지금이라도 특별법의 취지에 맞게 시행령을 수정하고 조사위 활동에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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