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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야놀자 대표 "모텔 100만 객실 양지화할 것"
2015-03-23 17:19:04 2015-03-23 17:19:04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국내 대표적 숙박 포털 '야놀자'의 이수진 대표(사진·37)는 여느 경영인과 다른 이력을 가졌다. 이 대표는 공업고등학교를 거쳐 천안공업전문대(현 공주대) 금형설계학과를 졸업했다. 20대 시절엔 금형 제품을 디자인하는 회사에서 일했다. 경영은 물론 숙박업과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 그가 야놀자를 창업한 지 10년이 지났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지난 2005년 3월 시작한 야놀자는 작년 매출액이 2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수진 대표를 최근 세 차례 만나 지난 10년간의 이야기와 앞으로 계획을 들어봤다.
 
◇이수진 야놀자 대표.(사진=야놀자)
 
◇"모텔서 4년 반 일하며 모텔 예약 서비스 구상"
 
"20대 때는 조명과 같은 금형 제품을 설계하는 회사에서 일했는데 퇴사 직전 연봉이 2000만원 초반이었어요. 가난했기 때문에 사업을 해서 돈을 벌고 싶었습니다. 돈이 최종 목표는 아니지만, 돈이 있으면 아플 때 병원에 갈 수 있고 여행도 다닐 수 있고 집도 구할 수 있죠. 종잣돈을 마련하는 방법을 찾던 중 친구 소개로 모텔에 취직했습니다. 모텔은 그때 처음 가봤는데요. 모텔 청소부터 주차, 프런트, 객실 관리 업무를 4년 6개월 하면서 그쪽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됐습니다."
 
일은 쉽지만은 않았다. 월 200만~300만원을 벌었지만, 24시간 일하고 다음 날 온종일 쉬는 시스템이었다. 사실상 쉬는 날이 없는 일을 계속할 순 없었다.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모텔 일을 잘 아니까 모텔 예약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음식점 가기 전에 예약하고 호텔도 예약하고 가잖아요. 모텔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면 그 추운 밤에 이 모텔 저 모텔 떠돌며 방을 찾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모텔의 생리는 수년간 경험해서 잘 알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봤고요."
 
시작이 거창하지는 않았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카페 커뮤니티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잘 되면 월 500만원은 벌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며 "10년간의 성과가 어떻게 보면 크지 않을 수도 있으나, 연 매출은 외부 투자 없이 매년 2배 상승했고 회사가 성장하면서 목표도 성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야놀자 직원 수는 10년 사이 200명가량으로 늘었고, 올해 실적 목표를 매출액 3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으로 계획할 정도로 컸다. 서비스 분야도 대폭 확대됐다. 모텔뿐만 아니라 호텔·펜션·풀빌라와 같은 숙박 시설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데이트·여행 정보는 물론 에이치에비뉴·호텔야자·호텔앤·모텔얌·이옥녀팥집 등 프랜차이즈까지 운영하고 있다. 우리동네상가·벼락여행 부산치기와 같은 신규 서비스를 포함하면 14개 온·오프라인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야놀자 관련 앱은 누적 다운로드 500만건을 넘었고, 제휴점도 4200곳가량 확보하고 있다. 회원 가입을 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다는 점에서 보면 큰 성과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자료=야놀자)
 
◇"성장 정체 판단해 조직 개편"
 
지난 2013년은 위기였다. 작은 회사가 8~9년 지속 성장했으나 정체를 겪었고, 직원들의 의욕도 예전만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어느날 생각해보니 대표인 저도 하루 종일 집중해서 일하는 게 2시간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직원도 저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며 "회사 성장을 위해서는 보다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는 걸 그제서야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야놀자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외부 인력을 수혈하고 성과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하고 기존 직급 체계는 없애면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일을 다 똑같은 시간에 하고 있으니 누가 성과를 내는지 몰랐습니다. 정해진 시간 내 역할에 맞는 일만 하면 됐으니까요. 친한 사람의 성과가 좋은 것 같고, 안 친한 사람은 안 좋은 것 같을 정도였죠. 방목형으로 바꾸면 쉽게 알아낼 수 있다고 봤습니다. 바꿨더니 매출액도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직원들이 평생 야놀자에서 일할 수도 있으나, 그 분들이 다른 곳에 가서도 경쟁력을 가지려면 이런 방식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못 배웠으니 전문 경영인을 모시기도 하고 예전에 읽은 책을 읽으면서 관점을 바꿔 시뮬레이션도 하면서 경영 전략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고도화로 성장발판"
 
야놀자는 올해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추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숙박 시장은 여전히 '블루오션'이라는 것. 이수진 대표는 "제가 파악하기로 우리나라 모텔은 3만 곳, 객실 수는 100만개 가량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숙박 시설"이라며 "국내 여행객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에게 이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모텔을 양지화·고도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서비스 개선과 동시에 모텔에 대한 인식 개선 작업을 지속해 여행과 숙박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10년간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며 쌓은 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보완하고 책자를 만드는 등의 작업을 통해 모텔 업주들에게도 서비스 고도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다른 경쟁자들요? 이 분야는 저희가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0년간 해왔듯이요. 더구나 아직 할 게 많습니다. 못한 것도 많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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