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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악화 정유·화학업계, 20일 동시다발 주총
정유업계, 실적부진에 배당금 無..석화업계는 전년과 동일
2015-03-06 11:28:13 2015-03-06 13:23:33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3월20일 오전 10시.
 
'슈퍼 주총데이'의 법칙은 올해도 어김없이 통용됐다. LG화학 등 극소수를 제외하고,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날 일제히 주총을 개최한다. 금요일을 노려 언론의 관심을 피하고, 그마저도 분산을 유도한다. 또 주주들의 발길이 여기저기로 흩어지면서 실적 악화에 따른 주주들의 원성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지난해 유가 급락의 직격탄을 맞아 사상 초유의 2000억원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SK이노베이션과 S-Oil은 이번 주총에서 상반된 대표이사 선임 카드를 꺼내든다. SK이노베이션이 대표이사를 전격 교체한 반면 S-Oil은 연임을 택하며 믿음을 보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철길 총괄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정 총괄사장은 1979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대한석유공사(유공)에 입사해 SK경영경제연구소 경영연구실장을 역임했다. 2008년 SK C&C로 자리를 옮겨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을 맡은 뒤 2011년부터 대표이사로 활동했다.
 
S-Oil은 나세르 알 마하셔 대표이사를 재선임한다. 마하셔 사장은 2012년 3월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4년째 S-Oil을 이끌게 됐다. 마하셔 사장은 S-Oil의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정제부문 글로벌 책임자로서, 안팎에서는 정유부문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자국 내 정유시설 현황과 내수·해외 판매, 전략적 비축 계획 등을 파악해 제품 공급 최적화 시스템을 운영한 경험이 출중하다. 하지만 대표이사 취임 후 2013년과 지난해 연이어 부진한 성적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실망을 안겼다. 실적 개선은 그가 직면한 최대 과제다.
 
양사는 올해 이사보수한도에서도 상반된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8명의 이사의 보수한도를 12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전년 150억원 대비 30억원 낮춰 잡았다. S-Oil은 이사의 보수한도(11명)를 지난해와 동일한 15억원으로 책정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 악화로 주주들에게 무배당을 하는 상황에서 이사보수 한도도 줄여서 운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왔다"면서 "올해는 지난해 이사보수 집행 결과와 실적 등을 고려해서 감액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배당에도 나서지 않는다. SK이노베이션은 1980년 이후 34년 만의 무배당이며, S-Oil은 지난 2000년 쌍용정유에서 간판을 교체한 후 처음이다. 다만 S-Oil은 우선주에 대해서는 25원을 배당키로 했다. 고배당주로서의 간판도 내리게 됐다.
 
◇사진=뉴스토마토.
 
석유화학 업계는 올해 정관변경과 신사업 추가 없이 회생에만 전념한다.
 
오는 13일 석유화학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주총을 개최하는 LG화학은 사내이사에 박진수 부회장을 재선임하고, 조석제 사장(최고재무관리자·CFO)과 하현회 LG 사장을 신규 선임한다. 하 사장은 2010년 LG디스플레이 IT사업본부장을 거쳐 지주회사의 시너지팀장을 2012년부터 1년여간 맡았다.
 
LG화학은 올해 사외이사 4명을 포함한 7명의 이사의 보수한도를 80억원으로 정했다. 지난해 이사 11명(사외이사 6명)의 보수한도는 110억원이었지만, 연말 인사를 통해 3사업본부 체제에서 '3본부 1부문'으로 재편하면서 이사수를 줄였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는 각 사업부 본부장들이 이사회에 참여했지만, 올해부터는 경영에 전념토록 하기 위해 이사회 구성원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올해 보통주 4000원, 우선주 4050원을 배당키로 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5% 급감했음에도 배당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한화케미칼은 김창범 전 한화첨단소재 사장을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올해 이사보수한도(사외이사 6명 포함 총 9명)는 120억원으로, 지난해와 같지만 이사수는 1명 줄었다.
 
한화케미칼의 배당금은 지난해와 동일한 보통주 1주당 150원, 우선주 1주당 200원이다.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 역시 배당금이 지난해와 같다. 롯데케미칼은 보통주에 1000원을, 금호석유화학은 보통주 1500원, 우선주 1550원을 배당할 예정이다.
 
효성은 박태호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과 이병주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한민구 전 한국특허정보원 이사장, 손병두 전 KBS 이사장 등 4명의 사외이사는 재선임으로 결론이 났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정관에 국내외 산림·농산물·광물자원 개발사업과 골프장운영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효성은 올해 보통주에 2000원을 배당한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4% 개선된 만큼 배당을 늘리기로 했다. 효성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난해 연말 배당 확대를 독려한 만큼 이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배당을 늘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유독 정부와의 보조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한편 대부분 기업들의 주총이 약속이나 한 듯 한날 한시에 열리자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재계는 주총에서 건설적인 논의 대신 형식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부득이하게 특정일로 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주총꾼들이 주총장에서 돈을 요구하는 등 매년 IR 담당자들이 진땀을 빼고 있다"면서 "주주들이 의미있는 발언을 한다면 회사도 신경을 쓰겠지만, 실제 주총장 분위기는 이와 달라 형식적으로 개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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