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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모뉴엘 '3조원대 사기' 추가기소.."관피아의 전형"
무보·수은·국세청·KT ENS 관계자에 8억 뇌물
법정관리 신청 3개월만에 검찰수사 마무리
2015-01-25 09:00:00 2015-01-25 14:57:44
[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검찰이 모뉴엘 박홍석(53·구속기소) 대표 등을 3조4000억원의 사기 혐의로 추가기소하고 모뉴엘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모뉴엘이 지난해 10월20일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사기 행각이 발각된 지 3개월여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김범기)는 박 대표를 특경법 사기, 허위유가증권작성·행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뇌물공여, 배임증재 등 혐의를 적용해 추가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은 아울러 사기에 가담한 신모(50·구속기소) 부사장과 강모(43·구속기소) 재무이사 등 모뉴엘 임원 4명도 함께 추가기소했다.
 
미국으로 달아난 무역보험공사 전 영업총괄부장 정모(48)씨는 기소중지하고 범죄인인도청구 절차를 준비 중이다. 그는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 직전 사표를 내고 국외로 도피했다.
 
◇3조 4천억 사기대출..'회전거래'로 돌려막아
 
검찰에 따르면 박 대표 등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저가의 홈씨어터 PC(HTPC)의 가격을 부풀려 작성한 허위 수출채권을 시중은행 10곳에 매각하고 3조4000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수법은 이른바 '회전 거래'로 빚으로 빚을 막는 '카드 돌려막기'와 동일한 구조였다. 채권 상황기일이 다가오면 또 다른 허위 수출을 만들어 대출받은 돈을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수입업자에게 송금, 대금을 결제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물건을 선적하지 않고도 마치 선적한 것처럼 허위 선하증권을 작성해 2011년 8월부터 3년간 수출채권 매각시 행사한 혐의도 있다.
 
이들은 금융기관이 현지 실사를 나오기 전 미리 연락을 받고 준비해 마치 제품을 실제로 생산하는 것처럼 가장했으며, 2008년부터 6년여간 허위 수출입거래를 매출과 순이익에 포함시켜 2조7000억원 상당을 과대계상해 회계분식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무보 등에 수년간 로비..하룻밤 1200만원 술접대도
 
모뉴엘은 이같은 수법을 수년간 사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 등을 상대로 한 치밀한 로비가 있었다.
 
박 대표는 KT ENS와 거래규모 유지·확대를 위해, 무역보험공사와 무역보험 한도 증액을 위해, 수출입은행과는 수출금융 한도 증액을 위해, 국세청의 세무조사 단축을 위해 관계자들에게 2011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총 8억600만원을 뇌물로 뿌렸다.
 
담뱃갑이나 비눗갑에 500만~100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넣어 건네거나 5만원권 현금을 과자·와인상자, 티슈통에 넣어 1회에 3000만~5000만원씩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뿐만 아니라 모뉴엘의 협력업체와 허위 고문계약을 체결해 고문료 명목으로 돈을 건네거나 자녀를 모뉴엘에 취직시켜주고, 강남의 고급 유흥주점에서 하룻밤에 1200만원 상당의 술접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관피아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자료제공=서울중앙지검)
 
 
 
◇무보 수출채권 유동화 한도 4년만에 6배 증가
 
박 대표가 로비를 벌인 기간에 무역보험공사의 모뉴엘에 대한 수출채권유동화 한도는  급격히 늘어났다. 2010년 4900만달러였던 한도는 2011년 8800만 달러, 2012년 1억6400 만달러, 2013년 2억8700만달러, 지난해 3억600만달러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수출입은행의 여신 지원 한도 역시 2011년 40억원에서 2012년 277억원으로 7배로 뛰었다. 특히 해외수입자로부터의 수출대금 회수를 수출입은행이 책임지는 금융상품인 '수출팩토링'으로 2013년 419억원, 2014년 840억원을 더 지원받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박 대표와 모뉴엘 임원들을 관세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국외재산도피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어 모뉴엘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계륭(61) 전 무역보험공사 사장과 수출입은행 비서실장 서모(55)씨 등 6명을 구속기소하고,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사무소장 이모(55)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모뉴엘의 파산으로 상환이 불가능해진 5500억여원은 결국 국책 금융기관을 포함한 은행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이 가운데 무역보험공사의 보험·보증액은 3428억여원이다.
 
이 돈은 주로 M&A자금이나 회사 운영비, 연구개발비, 제주사옥 건축비, 커미션, 직원 월급 등에 사용된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확인됐다.
 
◇무보 "보험금 못줘"..은행들 "소송 불사"
 
무역보험공사는 모뉴엘 사기대출 사건 관련 시중은행이 청구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밝혔고, 은행들은 이에 반발하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모뉴엘 대출사기와 금품로비 수사를 총괄한 김범기 부장검사는 "변인호 사건, KT ENS 사건에 이어 대출 사기가 되풀이되면서 건실한 중소·중견기업의 여신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했다"면서 "무역금융 여신의 순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할 수 있는 개선책이 나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자료제공=서울중앙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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