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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온정의 손길 나누는 12월
2014-12-28 06:00:00 2014-12-28 06:00:00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말 봉사활동. (정리=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크리스마스·연말연시를 맞아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야구계도 어려운 주변의 이웃들을 향해 온정의 손을 내밀고 있다. 빛나는 별들의 선행으로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도 녹고 있다.
 
12월은 비활동기간으로 소속팀 공식 훈련은 없다. 그렇기에 선수들은 '쉬는 때'인 12월에 매년 봉사활동 등을 통해서 주변을 보살피는 시간을 가지곤 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아구계가 진행한 봉사활동 형태는 다양하다. 직접 몸을 움직여 하는 활동도 있고 물품 또는 기금의 기부도 있다. 최근 들어선 재능기부나 정규시즌의 성적에 따른 기업 매칭 그랜트 방식도 널리 활용 중이다.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에 참여한 두산 베어스 선수들. (사진제공=두산베어스)
 
◇최근 몇 년간 떠오른 봉사 아이템 '김장'
 
다양한 형태의 기부가 아닌 선수 스스로 몸을 움직여야하는 형태의 봉사활동으로 올해 애용된 것은 도시 달동네의 연탄배달과 김장이다. 연탄배달이 전통적인 프로야구계 봉사활동 아이템이면, 김장은 최근 몇 년새 빠르게 부상한(?) 겨울 봉사활동의 주요 아이템이다. 이는 팀과 선수를 가리지 않고 널리 활용됐다.
 
김장은 두산을 시작으로 삼성과 롯데도 동참했다. 다만 김장봉사의 경우, 김치를 만드는 것은 물론 전달해야 하는 등의 과정이 있기에, 대부분 외부 기관과 연계해서 진행됐다.
 
두산은 아직 비활동기간 전인 지난달 14일 서울시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시청 광장에서 주관한 '2014 사랑의 김장 나누기(서울 김장 문화제)'에 김현수, 노경은, 오현택, 이현승이 직접 참석해 김치를 담궜다. 이날 두산 선수를 포함해 3000여 명의 시민자원봉사자가 담근 6만1500여 포기의 김치는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된다.
 
롯데는 10일 오전 10시 부산 사직야구장 야외광장서 부산권 롯데그룹 13개 관계사가 참여한 '롯데 사랑나눔 프로젝트 1만포기 김장담그기' 행사에 참여했다. 야구단에서는 최준석, 송승준, 박종윤, 이명우, 문규현, 최대성, 김대우, 정훈, 홍성민, 김민하 등 10명의 선수들이 참여해고 이들을 포함한 500여 명은 1만여 포기의 김치를 장만했다.
 
삼성은 대구적십자사와 대구아동복지센터, 성가양로원에서 '2014 Together Lions 4U' 김장 봉사활동을 18일 마쳤다. 류중일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등 선수단 50명, 프런트 10명, 적십자 봉사단 40명 등 총 100명이 참석해 210포기 김치를 담갔다. 김장 총 소요 시간은1시간 30분. '장정'이 대거 참석한 덕분에 빨리 끝났다.
 
이날 김장에 직접 참여한 류중일 삼성 감독은 "생각보다 허리가 꽤 아프나 기분 좋게 김장을 했다"며 "선수들의 정성이 가득 담겨 있으니 분명히 맛있지 않을까"라고 웃어보였다.
 
프로야구 주관기관 KBO도 창립기념일(11일)에 양해영 사무총장 등 KBO 임직원, 김인식 규칙위원장, 이광환 육성위원장, 허구연 야구발전실행위원장, 도상훈 심판위원장, 김제원 기록위원장, 유남호 경기운영위원장 등 전문위원회 야구인과 서정환·조종규 경기운영위원 등이 함께 참여해 김치 1500포기를 담갔다.
 
KBO는 김장 직후 서울 포이동 재건마을을 찾아 70가구에 김치를 직접 전달했고, 나머지 김치는 적십자봉사원 추천을 통한 취약계층 약 260가구에 쌀과 함께 전달될 예정이다.
 
◇이대호가 20일 부산 아미동 부산연탄은행에서 팬클럽 회원 40명과 함께 '사랑의 연탄배달'을 진행했다. (사진제공=O2에스엔엠)
 
◇'연탄 배달'은 야구계 봉사 장기 아이템
 
김장과 함께 오랜 봉사 형태인 '연탄배달'도 흔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어린 야구 팬이면 아직 '연탄'을 쓰는 가정이 있단 점은 어색하게 느껴질지 모르나 도시 달동네에는 아직 연판을 쓰는 집이 많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 쓴다.
 
연탄배달은 김장과 달리 연탄 제조까지 하는 것은 아니다. 연탄이란 소재의 성격상 배달이 주이며 특히 연료 사용자 특성상 격오지 배달이다. 체력이 좋은 야구 선수에게 연탄 배달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크게 어렵지 않게 진행할만한 겨울 봉사활동이다.
 
올해 연탄배달의 문을 처음 연 팀은 LG다. LG는 지난 1일 서울 구룡마을에서 선수·프런트·팬을 포함해 모두 150여 명이 참여한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운동'와 함께 한 이번 활동은 LG가 연탄 1만여 장을 직접 마련해 배달까지 마치는 형태로 진행됐다.
 
한화는 7일 대전시 중구 부사동 일원에서 '사랑의 연탄배달 행사'를 진했다. 한화 선수들은 대전 한밭구장 홈 경기에서 시구자를 통해서 적립한 성금과 구단과 선수단의 후원금을 통해 마련한 1000만원 상당의 연탄·난방유를 지역 독거노인들에게 전했다.
 
LG와 한화에 이어서 두산 선수들도 10일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와 함께 '사랑의 연탄나눔'의 이름으로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이날 김태형 감독 등 두산 선수단 및 임직원은 연탄 한장 한장에 따뜻한 마음을 담아 정을 배달하려 했다.
 
한국에 있던 시절부터 매년 겨울이면 연탄 배달을 진행한 이대호(31·日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올해도 지난 20일 부산 서구 아미동·감천동 일대에서 팬과 함께 진행하는 '사랑의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이 활동은 9년째 자비를 써 진행하는 오랜 활동이다.
 
◇(왼쪽부터)창원시장애인직업재활센터 양상호 팀장, 행복주식회사장애인근로사업장 임민숙 원장, NC 다이노스 배석현 단장, 내서보호작업센터 옥치율 원장, 창원시보호작업센터 황지영 팀장, 창원시장애인직업재활센터 정영민 센터장, 금시루 변환숙 원장, 창원시보호작업센터 윤수용 국장, 창원시직업재활센터 김미연 센터장, 창원시청 노인장애인청소년과 김금수 과장, 경남은행 황윤철 본부장, NC 다이노스 강남훈 본부장. (사진제공=NC다이노스)
 
◇매칭그랜트 "선수는 성적 오르고, 어려운 이웃에겐 웃음 늘어나고"
 
올해 국내 프로야구단이 가장 많이 진행한 사회공헌활동은 선수단 성적을 통해서 모든 기금의 기부다. 야구단의 기부금은 구단과 협약을 체결한 기업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일종의 매칭그랜트(Matching Grant) 형태다.
 
이와 관련한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올시즌 프로야구 공식 스폰서 '팔도'가 KBO와 함께 협약을 맺고 진행한 '왕뚜껑 홈런존'이다. 서울의 잠실구장을 뺀 전 야구장에서 진행된 이 활동은 각 구장의 특정 영역을 정하고 그 영역에 홈런을 치면 팔도가 홈런 한 개당 100만원 상당의 팔도 제품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제품 기부와 별도로 홈런을 날린 선수에게는 50만원의 홈런상금도 지급된다.
 
올해 프로야구가 열린 7개 구장에서 왕뚜껑 홈런존에 향한 홈런 수는 모두 59개. 결국 올해 팔도가 왕뚜껑 홈런존 홈런 기록을 통해 기부할 물품의 액수는 5900만원이다. 기부처는 개별 구단에서 선정한 곳으로 정했다.
 
이같은 '홈런존'은 올시즌 팔도 외에도 여러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각종 형태로 운영됐다. 가장 대표적인 야구단이 NC다. NC는 팔도는 물론 NH농협은행, 경남은행, 네네치킨, 아가방과 홈런존을 운영했다. 다양한 업종의 기업과 홈런존을 운영한 덕택에 적립된 상품 범위도 매우 폭넓다. '네네치킨 홈런존'을 통해선 660마리의 치킨이 누적됐고, '아가방 홈런존'을 통해선 200만원 상당의 유아용품이 적립된 것이다.
 
NC와 동일한 영남권 팀인 삼성과 롯데도 팔도 이외의 다른 기업과 제휴해 기부 활동을 했다. 삼성은 지역 연고은행인 대구은행과 함께 'DGB홈런존'을 통해 400만원(홈런 한 개당 50만원씩)을 모아 적립금을 대구사회복지협의회에 기부했고, 롯데는 식품업체 비락과 함께 손아섭의 안타 한 개당 10박스의 비락 라면밥을 적립해 2300박스(시가 1750만원 상당)를 저소득 가정에 전했다.
 
LG는 보림출판사와 함께 어린이재단이 추천한 '명진들꽃 사랑마을'과 성내종합사회복지관에 총 3247만원 상당 책을 기증했다. '3247만원'이란 금액은 LG의 승리당 50만원씩 적립해 만든 3100만원(62승)에 이병규(9)의 안타 한 개당 3만원씩 적립한 147만원(49안타)을 합한 액수다. LG는 보림출판사와 지난 2010년부터 벌써 5년째 이같은 도서지원 프로그램 운영을 함께하고 있다.
 
 
 
◇유희관과 김현수, 남경호가 지난 3일 서울 방배초교 야구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일클리닉을 진행했다. (사진제공=두산베어스)
 
◇봉사 방법은 많다..재능기부, 위문공연, 현수막 재활용 제품 수익금 기부
 
일반 기업과 다른 야구단이라는 조직과 야구선수라는 직업 특성에 맞는 사회공헌활동 형태도 적잖다. 
 
김현수는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장애인 특수학교인 충북 충주성심학교를 찾아 재능기부를 해오고 있다. 올해도 이같은 아름다운 전통은 이어졌다. 올해는 지난 8일 동료 선수인 이원석과 유희관, 임태훈 등의 함께 했다. 
 
행사에 참가한 김현수는 "비시즌을 맞아 좋은 후배 선수들과 평소 응원해주시는 팬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어 기분 좋다"면서 "매년 방문할 때마다 성심학교 선수의 실력도 늘고, 반갑게 맞아주니 내가 더 고맙고 더 큰 힘을 얻어간다"고 말했다.
 
김현수와 함께 충주성심학교를 찾던 유희관은 그의 모교인 방배초교의 야구부 후배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 3일 '방배초등학교 야구클리닉'을 진행했다. 이에 방배초교 야구부 선수들은 서울 잠실구장에서 야구의 기본기와 기술을 이제는 빅스타로 확고히 자리잡은 선배를 통해 익혔다.
 
창단 후 올해 최초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넥센은 포스트시즌에 사용한 현수막을 재활용해 에코백을 만들었다. 넥센은 에코백을 판매한 수익금을 저소득층 자립기금 형태로 기부했다. 국내 야구계에서는 그간 전례가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의 사회공헌활동이라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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