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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고귀닫은정부)②민원에 문 닫아 건 도시, 세종
2014-12-18 14:26:16 2014-12-18 14:26:16
[뉴스토마토 방글아·최병호기자] 세종청사 3단계 이전이 오는 26일 마무리 되면 본격적인 '세종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평가가 좋지만은 않다. 건물 등 하드웨어는 들어섰지만 정부의 주요 기능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이다.
 
세종시에는 17부5처16청과 기타 10개 기관을 비롯한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20개(42%)가 터를 잡는다. 정부는 세종시를 출범시키며 '정부3.0'의 실현을 공언했다. 이는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낮은 국민 행복도에 대한 반성에 기초해 국민을 중심에 둔 '개방·공유·소통·협력'을 추진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 달리 세종시 출범에 따른 정책효과는 반감됐다. 여론조사 업체인 월드리서치 조사를 보면, 국민들의 정부3.0 인지도는 34%에 머물러 있다. 공무원 99.5%가 정부3.0을 인지하고 있다는 조사와는 상반된 결과다.
 
세종시 이전과 정부3.0을 연결시켜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문 소통형 정부를 지향했던 정부로서는 오히려 역효과만 얻은 것이다. 세종시 이전 후 국민과의 소통이 더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정부 부처 장·차관과 실·국장급 실무자들의 세종시 부재가 크다. 지난 9월 기준 세종시로 자리를 옮긴 부처의 장·차관 18명 중 세종시로 전입신고를 한 경우는 3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서울과 세종 간 먼 거리를 핑계로 세종시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국토교통부가 10월 내놓은 '세종시 공무원 이주계획 전수조사'를 봐도 세종시로 이전한 부처 소속 공무원들의 19%는 '나홀로' 이주했고, 15%는 아예 이주 계획이 없었다.
 
가뜩이나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정부에서 장·차관과 실무 공무원들까지 세종시에 있지 않으니 행정공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불통정부의 이미지만 더 키우고 있는 셈이다.
 
◇고용노동부 세종청사 출입구 앞에서 국민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방글아기자)
 
국민이 민원을 제기하려고 세종청사에 오더라도 공무원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청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세 단계나 되는 보안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점도 문제다.
 
먼저 부처 정문에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고 건물 내로 이동하면 엑스레이 수하물 검색기 등 보안검색을 받은 뒤 안내 데스크에서 신분증을 방문증으로 교환해야 한다. 방문증을 받고도 담당 공무원을 대동하지 않으면 건물 입장이 허락되지 않는다.
 
민관협력을 위해 국민과 자주 접촉해야 하는 정부가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세종시의 유일한 장점이 그나마도 줄어든 민원"이라는 이야기가 부처에서 회자된다.
 
정부 통계상으로는 정보공개청구 건수도 증가하고 민원해결 기능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온라인 민원해결 기능의 일부 개선을 제외하면, 오프라인에서의 면대면 소통은 오히려 나빠졌다.
 
정부는 각종 불편을 줄이기 위해 2016년까지 세종청사 내 6개 복합민원센터를 설치해 '원스톱 민원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빛좋은 개살구'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세종청사 내 부처별 민원 접견실을 뒀지만 실무급 공무원들의 부재와 출입 절차의 불편함 등으로 활용도가 낮고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원복합센터 설치를 놓고 부처 간 업무 공유가 안 돼 엇박자도 나온다. 세종시 행정복합도시 계획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행정자치부와 협의해 민원복합센터 건립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으나 행자부 관계자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세종시 지자체 민원센터를 말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텅 빈 세종청사 내 부처별 민원 접견실.(사진=방글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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