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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빅매치' 영화와 게임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2014-11-25 17:12:42 2014-11-25 17:12:45
◇<빅매치> 포스터 (사진제공=NEW)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내가 영화를 보는 건지 게임을 하고 있는 건지 잠시 분간이 안 되기도 한다. 한 판 한 판 미션을 깨나가는 게임처럼 영화는 빠르고 속도감 있게 흘러간다. 이정재가 주연을 맡은 새 영화 <빅매치>는 그렇게 영화와 게임 간의 줄타기를 하는 듯하다.
 
세계챔피언 타이틀 매치를 눈 앞에 둔 UFC 파이터 최익호(이정재 분)는 어느날 갑자기 매니저이자 친 형인 영호(이성민 분)가 사라지고 경찰이 체육관으로 들이닥친다. 경찰은 지난날 영호가 만난 사람이 사체가 돼서 발견됐다며 익호 역시 용의자라고 경찰서에 끌고 간다.
 
◇이정재 (사진제공=NEW)
 
불 같은 성격에 앞 뒤 안 가리는 익호는 졸지에 살해 용의자로 몰리고 형을 대신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다 유치장에 갇힌다. 그런 중 잠입해있던 누군가로부터 첨단 장비를 받는다. 귀 밑에 첨단 장비를 붙이자 에이스(신하균 분)로부터 형을 구하려면 명령에 따라 미션을 수행하라는 지시를 받게 된다. 그러면서 이 게임 같은 영화가 출발한다.
 
형을 미끼로 게임을 설계한 에이스는 얼굴을 가린 유력자 7명에게 도박판을 마련한다. OX게임처럼 단순한 미션을 설정, 익호가 성공하면 성공에 돈을 건 사람들이 돈을 따가고 미션에 실패하면 실패에 돈을 건 사람들이 돈을 따가는 방식이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에이스는 익호를 조종하며 영화의 줄거리를 끌고간다.
 
이후부터 영화는 단순해진다. 미션을 통과하려는 익호는 경찰과 조직폭력배들과 가리지 않고 싸움을 벌인다. 미션에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한다. 스토리나 세밀한 감성은 없다. 오롯이 '액션'에만 방점을 찍는다. 이소룡 주연의 <사망유희>와 같은 구조를 지닌다.
 
그러다보니 호흡이 정말 빠르다. 한 미션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미션이 열린다. 중국음식을 먹는 최익호부터 영호와 영호의 아내(라미란 분)의 키스신까지 112분이 굉장히 짧게 느껴진다.
 
익호를 맡은 이정재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100여명의 가까운 경찰 포위망을 뚫고 경찰서를 탈출하고 수 십명의 조직폭력배들과 액션을 치룬다.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려도 다치지 않는다. 흉기도 없이 맨 주먹으로만 싸운다. '얻어터지는 거에 천재성'이 있는 캐릭터인지라 수 십대를 맞아도 끄떡없다.
 
에이스가 설계한대로 움직이는 익호를 따라 영화가 흘러가다보니 이정재의 액션에 주로 몰입하게 된다. 이 부분은 꽤나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연기를 직접 소화했다는 이정재의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꽤나 힘들어보이는 작업을 훌륭히 소화했다.
 
◇신하균 (사진제공=NEW)
 
익호를 궁지로 몰아넣는 에이스 역의 신하균 역시 뛰어난 연기를 펼친다. 판타지가 강한 캐릭터를 창조해낸다. <제5원소>의 게리 올드만 같기도 하고 <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 같기도 하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신하균은 또 한 번 자신의 연기력을 입증한다.
 
다만 에이스가 왜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이유가 전혀 설명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에이스를 조금더 입체적인 악역으로 만들 수 있었음에도 그것을 포기한 것은 안타깝다.
 
◇보아 (사진제공=NEW)
 
국내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빅매치>를 택한 보아의 연기도 나쁘지 않다. 기술적인 면이나 감성을 드러내는 일부 장면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전반적으로 호평을 주고 싶다. 처음 도전하는 액션 연기도 무난하다.
 
이 외에도 형사 역을 맡은 김의성과 조직폭력해 행동대장 도끼 역의 배성우가 만들어내는 유머는 빠르고 숨가쁘게 달려가는 영화에 산소호흡기가 된다. 특히 예상치 못한 대사를 진지한 표정으로 내뱉는 배성우의 코믹 연기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 한다. 충무로가 좋아하는 배우라는 것을 증명하는 연기다.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극장을 채우고 있다. 그런 시기에 <빅매치>는 무더운 여름에 더 어울릴 법한 영화다. 킬링타임용으로 제격이다. 한 겨울에 시원하게 '쫙' 갈라진 수박을 먹는 느낌을 받고 싶다면 <빅매치>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개봉은 11월 27일. 상영시간 1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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