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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이자람, 주요섭 단편소설을 판소리로
판소리 단편선 <추물/살인>
2014-11-20 19:08:44 2014-11-20 19:08:44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소리꾼 이자람이 주요섭의 단편소설 두 편을 판소리로 만들었다. 그동안 선보였던 판소리 <사천가>, <억척가>와는 달리 이번에는 직접 출연하지 않고 대신 작, 작창, 예술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공연은 두산아트센터와 이자람의 '판소리만들기 자'가 공동제작했다. 판소리만들기 자의 소리꾼 이승희, 김소진과 고수 김홍식, 이향하, 신승태가 출연하며, 드라마터그와 연출은 양손프로젝트의 연출가 박지혜가 맡았다.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이자람은 '동시대와 소통하는 1인극'으로서 판소리의 가능성을 탐험한다. 그간 선보인 일련의 작업들에 대해 이자람은 자신과 함께 하는 소리꾼들에게 그들만의 판소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판소리를 소리꾼 예술로써 고민하는 작가와 작창자가 많아진다면, 소리꾼들이 행복해지고, 또 판소리라는 장르가 적어도 100년은 더 이어지지 않을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자람의 판소리 만들기가 이제는 익숙해진 까닭일까. 20일 두산아트센터에서 공개된 작품은 파격적이라기보다는 현대적인 느낌이 강했다. 공연은 주요섭의 단편 <추물>과 <살인> 두 편으로 구성된다. 김소진이 <추물>에, 이승희가 <살인>에 출연해 열연한다.
 
지난 2월 2014두산아트랩 공연 당시 소리꾼 김소진(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극장에 들어서면 먼저 병풍을 배경으로 하는 미니멀한 무대가 관객을 기다린다. 최소한의 장식을 한 무대 배경 덕분에 자연스레 시선은 소리꾼들의 의상에 꽂힌다. 김소진은 흰 바탕에 꽃 자수가 놓여진 저고리와 밝은 노란색 치마, 이승희는 레이스가 달린 흰색 저고리와 치마를 입는 등 각기 작품의 성격에 맞게 디자인된 한복을 입고 등장한다.
 
두 작품 모두 병풍을 무대 배경으로 삼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대조적이다. 우선 병풍의 색깔부터 다른데 <추물>은 흰색, <살인>은 빨간색이다. <살인>의 경우 병풍 한 면이 거울로 되어 있기도 하다. 또 병풍에 걸린 저고리와 치마는 이 두 작품이 여인들의 이야기임을 암시한다. <추물>에는 밝은 빛깔의 고운 저고리가, <살인>의 경우 하얀 치마, 녹색 치마가 병풍 한 켠에 걸려 있어 대비를 이룬다.
 
지난 2월 2014두산아트랩 공연 당시 소리꾼 이승희(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이처럼 무대는 원작 인물의 순수성과 욕망을 각각 시각적으로 상징한다. <추물>의 주인공은 못 생긴 외모 탓에 시집 간 첫날밤부터 소박을 맞은 언년이다. 마치 물감이 조금 흩뿌려진 하얀 캔버스처럼 보이는 무대는 자신을 향한 각종 시선의 폭력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내면의 아름다움을 지켜내는 언년이와 닮은 모습이다.
 
<살인>의 빨간 무대는 어려서부터 창부로 내몰린 우뽀의 가혹한 삶을 담아낸다. 그녀는 우연히 젊고 잘생긴 청년을 목격하면서 자신의 처지에 대해 인식하게 되고 포주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무대의 거울은 우뽀가 이처럼 자신의 처지에 대해 직시하면서 삶의 굴레를 벗어나게 된다는 극의 내용을 간명하게 나타낸다.
 
공연 내내 등장해 소리꾼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고수들은 북과 장구 외에 캐스터네츠, 아코디언, 카주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루며 흥을 돋운다. 또 소리꾼들이 사설과 창 외에 곁들이는 노래와 춤의 경우, 소리꾼들의 개성을 살리는 한편 판소리를 오늘날 관객의 눈높이에 맞추는 역할을 한다.
 
공연의 전반적 완성도가 높아 기존의 판소리 외에 판소리 레퍼토리를 추가하겠다는 소기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판소리로 담아내기에는 원작 소설 중에 극적인 부분이 다소 적다는 것, 그리고 여운을 남기는 소설과 달리 결말이 다소 갑작스럽게 교훈적으로 끝나는 듯한 점이 일부 아쉬움으로 남는다. 공연은 11월 2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만나볼 수 있다(문의 02-708-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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