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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업계 CEO들 "한·중 FTA 실익 미미..中 역공 우려"
"中 자급률 향상, 국내 시장서 경쟁..중국 경기침체도 문제"
2014-11-20 12:58:30 2014-11-20 14:01:15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더라도 큰 실익이 없을 것이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한국석유화학협회가 매달 개최하는 사장단 조찬 모임에 참석한 최고경영자(CEO)들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결과에 대해 적지 않은 우려를 표시했다.
 
기초유분의 관세철폐 속도가 느린데다가 파라자일렌(PX)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품목은 관세철폐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 탓이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한·중 FTA 타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기초유분 등의 품목이 10년 내 관세철폐 대상으로 분류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중국은 에틸렌과 벤젠 등 기초유분과 파라자일렌 등 중간원료에 대해 2%의 관세를 적용해 왔다.
 
허 사장은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이 증설을 많이 진행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단번에 시장을 개방하는 게 한국 기업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중국은 아직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입량이 많기 때문에 방어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정도 자급률에 도달하게 되면 한국 기업들이 수입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중국 업체들의 역공을 우려했다. 관세철폐 기간이 길어질수록 중국 기업들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꼴이 된다는 의미다.
 
방한홍 한화케미칼 사장도 장기적 관점에서 실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방 사장은 "일부 석유화학제품은 FTA 효과를 누리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중국 제품이 국내 시장으로 흘러 들어올 공산이 크다"면서 "중국은 계속해서 자급률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수출이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석유화학업계 CEO들은 중국의 경기침체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중국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더 문제" 라면서 향후 전망을 불투명하게 내다봤다.
 
손석원 삼성토탈 사장 역시 "중국 기업은 경쟁력 없는 사업에는 절대 뛰어들지 않을 정도로 만치 않은 경쟁 상대"라며 "여기에 현지 시장 상황도 침체 돼 (국내 기업들의)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한·중 FTA 타결에 대해 당장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중국 석유화학 기업은 기술 경쟁력이 없다"면서 "시장을 전면개방 할 경우 한국기업에 시장잠식 당할 것 같아 관세철폐를 유예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박 회장의 발언은 중국과 기술격차가 있는 만큼 관세철폐 기간 안에 기술 경쟁력을 키워 현지 기업들의 추격을 따돌리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현태 한국석유화학협회 상근부회장도 "우리가 원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일부 품목에서 관세 인하가 이뤄졌다"면서 "중국 석유화학 제품은 가격이나 질면에서 국내 기업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FTA로 인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장단 조찬 모임에서는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이 '2015년 중국경제, 변화와 전망'을 주제로 강연했다. 전 소장은 중국 경제금융 분야의 대표적 중국통으로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과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전무)을 거쳐 현재 경희대 차이나 MBA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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