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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원 '하늘의 별따기'..조직사기 '바닥'
"임원 자리 줄어드는데 그마저 대물림"
"직원 충성도 저하시켜..장기적으로 기업에 부정적"
2014-10-22 16:51:25 2014-10-22 16:51:25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대기업들의 임원 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장기 불황에 따른 긴축 경영으로 향후 임원 수마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연말 인사철을 앞두고 총수 일가 젊은 자녀들의 임원 승진이 대거 예고되면서 문턱은 더 좁아졌다. 대기업의 임원자리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22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30대 재벌그룹 184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직원 대비 임원 비율을 조사한 결과, 지난 1분기 기준 단 0.87%로 집계됐다. 직원 115명당 임원 1명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직원은 82만3147명에서 6.1% 증가한 87만3548명을 기록한 반면, 임원은 7546명에서 1.1% 늘어난 7628명에 그쳤다.
 
상무, 이사 등 첫 임원에 진입하는 비율도 0.59%에서 0.57%로 낮아졌다. 임원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상무의 평균나이는 51.3세로 우리나라 평균 은퇴 연령이 53세라는 통계를 감안하면 은퇴 직전까지 살아남아야 겨우 임원에 발을 들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무, 사장으로 승진할 확률은 0.92%로 절반가량 줄었다. 전무 비율은 0.11%, 부사장 0.05%, 사장 0.02%로 집계됐다. 대기업에 입사해 사장까지 승진하는 확률은 1만명당 2명 꼴이다. 지극히 상부가 좁은 피라미드 구조다.
 
특히 여성 임원 승진 확률은 더욱 희박하다. 30대 그룹 임원 7628명 중 여성은 131명으로 1.7%에 불과했다. 여직원 21만1165명 대비 비율은 0.06%를 기록했다. 남성 임원비율 1.13% 대비 20배 가량 낮은 수치다. 사장단 중 여성은 전무했다. 그마저 총수 일가가 아닌 경우 여성으로서 사장에 오를 확률은 가히 제로다.
 
임원으로의 진입과 임원 간 승진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그룹사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인적쇄신 칼바람이 연말 재계 전체로 확산될 경우 임원 비율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임원 자리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벌 총수 자녀들은 연말 대거 승진을 앞두고 있어 우려는 더 크다.
 
지난 16일 정몽준 전 의원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이 31살의 나이에 상무로 승진했다. 연말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 구광모 LG시너지팀 부장이 올해 37살의 나이에 임원 승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외에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담당실장(31세),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 김남호 부장(39),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의 외아들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장(31) 등도 임원 승진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임원 승진확률이 낮아지면서 대기업에서 별 달기가 하늘에 별 따기가 되고 있다"며 "장기간 불황으로 대기업의 긴축경영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연말 정기인사 후에는 임원 비율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높아진 임원 문턱과 일반 사원의 승진 가능성 저하로 조직 전체의 사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채로 입사한 일반 사원들은 임원 승진은 꿈도 꾸지 않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라는 생존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또 은퇴 후 일자리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직장인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한 대기업 직원은 "최근 대기업 사원들은 임원까지 올라간다는 생각보다는 최대한 오래 회사에 다니고, 퇴직 후 안정적인 삶을 위한 준비에 시간을 보낸다"며 "이렇다 보니 예전처럼 회사 일을 내 일처럼 하기보다 정해진 일만 끝내고 최대한 개인생활을 보장받기 원한다"고 말했다.
 
(출처:CEO스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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