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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세계사 100대 명장 1위 '수부타이'
2014-10-02 08:14:42 2014-10-02 08:14:42
<수부타이> 리처드 가브리엘 지음 | 박리라 옮김 | 글항아리 펴냄
 
책 <수부타이>는 칭기즈칸 시대를 주름잡은 수부타이 바투르 장군의 일대기라고 보긴 어렵다. 위대한 장군만의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제목 낚시'라고 평할 수도 있겠다. 책은 수부타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보다는, 고려부터 헝가리까지 짓밟았던 몽골군의 전투사를 잔뜩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 기록된 역사가 매우 적은 탓이 크다. 있어도 과장이나 축소가 빈번했다. 저자인 캐나다왕립사관학교 역사학과 교수 리처드 가브리엘이 다양한 문헌을 수집해 조각을 맞추는 시도를 택한 이유다. 아라비아, 페르시아, 중국, 프랑스 등에서 전해지는 자료에 의존해 정보를 모았다. 독자는 이를 통해 말달리는 몽골군을 상상할 수 있다. 그는"이 위대한 장군의 군사 전기 중 서양에서 출간된 최초의 도서"라고 자신했다.
 
저자는 "수부타이는 전술적 탁월함에서는 한니발과 스키피오에 버금간다"며 "책략가로서는 알렉산더, 카이사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평했다. 수부타이는 얼마 전 영국 BBC가 꼽은 세계사의 100대 명장 1위에 올랐다. 이런 인물이 서양은 물론 국내에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니 전 세계가 몽골에 털렸던 이유 중 하나는 아닐는지.
 
▶ 전문성 : 이 책을 읽는 데 필요한 지식은 역사와 지리다. 몽골군이 침략한 고려에서 헝가리까지 여행을 떠나야 하니까.
 
▶ 대중성 : 칭기즈칸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밑에서 32개 민족을 정복하고 65차례 대격전에서 승리를 이끈 용장 '수부타이'는? 읽는 맛이 있어서인지 우리와도 관련 있는 얘기여서인지 5시간 동안 책을 손에서 놓기 힘들었다.
 
▶ 참신성 : 글쓴이는 흩어진 역사의 조각을 모아 칭기즈칸 시대의 퍼즐을 맞추고 있다. 예컨대 "누구는 몽골군 규모가 15만명이라고 썼으나, 많아 보인다"면서 "다른 사람은 8만명이라고 썼는데 또다른 사람은 수레가 몇 개라고 기록했으므로 실제보다 적은 수치"라고 설명하며 근사치를 제시한다. 21세기의 뉴스들도 무엇이 정확한 것인지 확신하기 어려운 판인 점을 고려하면 저자의 '당연한' 노력이 참신해보인다.
 
 
"노인 대장장이와 그의 두 아들이 무릎까지 쌓인 눈을 헤치며 험준한 산비탈을 따라 테무친의 막사로 향했다."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대장장이의 둘째 아들이었던 수부타이 바투르가 어떻게 칭기즈칸의 몽골군을 지휘하는 전략가가 됐는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시작점이다. 구체적 설명은 드물다. 하지만 칭기즈칸의 발언 속에 수부타이가 종종 주요 인물로 언급됐다는 점에서 그가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칭기즈칸은 "그들이 날짐슴이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면 그대 수부타이는 송골매가 되어 날아가 잡도록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몽골군이 금나라, 고려, 이슬람, 러시아, 서방을 휩쓸 때 탁월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한 지휘관이 수부타이였다. 그는 적국의 정치적 상황 등 정보를 수집해 이기는 전쟁을 결정했고, 다양한 경로로 공격해 적을 혼란에 빠트렸다. 외교를 시도했다가 다시 공격하는 기만적인 전략도 펼쳤다. 쓸모가 없는 동맹은 과감히 버렸다. 심리전도 동원해 민간인의 두려움을 자극했다.
 
실제 전투에서는 병력이 목표에 집중시켜 배치하기 전에는 공격을 감행하지 않았다. 기마병의 돌진과 동시에 보병과 다양한 병기를 동원한 지원 사격으로 집중 공격해 적을 파괴했다. 승전이 확실할 때도 다른 부대와의 연락 체계를 유지하고 패잔병을 끝까지 쫓아가 죽였다. 저항 의지를 꺾기 위해서다. 그들의 승리는 다른 게 아니라 '적군 섬멸'이었다.
 
칭기즈칸은 왕자들을 지휘관으로 임명했으나, 수부타이의 재능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왕자들을 달래려고 수부타이의 가치를 저버리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이는 몽골의 관습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야사크라는 가혹한 군령이 적용된 것이다. 칭기즈칸의 사위였던 토쿠차르는 그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곧바로 일반 사병으로 강등됐다. 또한 몽골족은 전쟁에서 패하면 원래의 지도자를 버리고 새 지도자에 충성을 다하는 것이 미덕이다. 지도자들이 대개 처형당할 것을 알고도 끝까지 목숨을 걸고 싸운 이유다.
 
수부타이는 지배자가 바뀌어도 전쟁과 모험으로 삶을 채웠다. 그의 관심사는 제국을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제국을 정복하는 것뿐이었다.
 
책 속 밑줄 긋기
 
우리가 몽골군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대부분 적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서양에서는 몽골군에 패한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몽골군의 규모를 부풀려서 기록하는 일이 점점 더 많아졌다.
 
규모가 작더라도 체계적으로 잘 훈련된 군대는 크고 체계적이지 않은 군대를 이길 수 있다.
 
사자가 이끄는 당나귀 군대가 당나귀가 이끄는 사자 군대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지도자는 두려움과 타협하지 않아야 한다."-나폴레옹
 
군사 문제에서 희망은 방법이 아니다.
 
마지못해 참전한 병사는 쓸모가 없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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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비사> 유원수 사계절
 
<일리아드> 호메로스
 
 
김동훈 문화체육부 기자
 
이 뉴스는 2014년 09월 28일 ( 16:39:58 ) 토마토프라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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