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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이케아 상륙, 국내 가구산업에는 '재앙'"
양해채 회장 “불합리한 역관세 구조 개선해야”
2014-09-21 09:24:16 2014-09-21 09:28:29
[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가구공룡으로 불리는 이케아의 상륙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상륙 이전부터 이케아만의 독특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 초대형의 유통채널은 국내 가구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혀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문제는 이케아의 진출로 밥그릇을 뺏길 처지에 놓인 국내 중소 가구업체다. 이케아의 저가공세에 '프리미엄' 전략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대형 가구사들과 달리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왔던 중소 가구업체는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대다수가 생존 자체를 걱정하는 가운데 일부는 다른 일로 생업을 바꾸기에 이르렀다.
 
◇양해채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장. (사진=뉴스토마토)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에서 만난 양해채 회장(사진)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저가시장을 공략하는 이케아의 마케팅 전략은 중견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타깃이 될 것"이라며 이케아의 국내 진출은 가구산업으로서는 '재앙'과 같다고 표현했다. 40년 넘게 가구제조업 외길 인생을 걸어온 그가 바라본 가구업계의 현실이다.
 
그는 "이케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끊임없는 신기술, 디자인 개발과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되지만 아직 국내 가구산업은 몇몇 대기업과 브랜드 업체를 제외하고는 이 상황을 헤쳐나가기 매우 어렵다"며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업체가 도산 위기로 낸몰리고 가구업을 포기하는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국내 대형 가구사들은 원스톱·초대형 매장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 확보에 몰두하는 한편 이케아의 저가전략과는 차별화된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웠다. 이케아의 빈 틈을 노리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영세업체들의 사정은 다르다. 이케아 오픈 디 데이(D-Day)가 임박해질수록 중소 가구사가 내걸은 현수막의 가격 할인율만 높아질 뿐이다. 가격할인은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자, 마지막 대안이다.
 
양 회장은 국내 가구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불합리한 역관세 구조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가구산업을 한층 위험에 빠트리는 역차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완제품 또는 반제품 가구를 수입할 경우 관세가 0%인 반면 목재가구의 필수 원부자재에는 8%의 관세가 부과된다. 완제품이 아닌 원부자재를 수입해 국내에서 가구를 완성하는 국내 가구사에게 불리한 구조다.
 
이 같은 역관세 구조로 이케아와 같은 수입 가구업체는 가격 경쟁력을 키우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 머지않아 국내 가구시장까지 완전히 잠식할 것이란 게 양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역관세 구조는 국내 가구사가 제조단계부터 경쟁력에서 뒤떨어지도록 되어 있는 구조"라며 "원부자재에 대한 관세를 철폐해서 이케아와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중소 가구업체의 생존을 위한 지원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구제조업에 종사하는 업체 가운데 1000여곳이 연합회에 등록된 상태이지만 센터 등 가구산업 생태계의 구심점이 없어 교섭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가구업계의 최대 약점이다.
 
양 회장은 "중소 가구사에 대한 지원을 위해서는 가구지원센터 설립이 필요하다"며 "센터를 통해 디자인 개발, 공동장비 구비, 전문교육, 품질인증 지원 등이 이뤄져 경쟁력을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기는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양해채 회장은 이케아의 국내 상륙이라는 가구업계의 최대 위기를 발전 기회로 삼겠다는 뚝심을 드러냈다.
 
"이케아의 국내 진출로 당장은 국내 가구업체들이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지만 이를 기회로 삼는다면 국내 가구업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매년 개최하고 있는 한국국제가구 전시회를 발전시켜 다용도용 신제품 가구, 국내 고유브랜드 가구 등을 전시하는 마케팅 장으로 활용해 국내 가구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해외 수출시장도 개척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그는 국내 가구산업의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다.
 
양 회장은 “불합리한 구조 개선과 지원을 위해 정부에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움직임이 없는 상태”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가구산업이 소외받지 않도록 경기도는 물론 중앙부처에 역관세 구조 개선과 센터 건립 등 지원 방안을 계속 건의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양해채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최근 중소가구업계의 상황은 어떤가.
 
▲가구와 관련해 정부 예산감축과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위축으로 현재 가구업계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얼마전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B사는 경영악화로 인해 부도가 났고, 가정용 가구시장을 주도했던 업체들도 부도가 나거나 경영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가구업체들이 아사 상태라고 해도 무리한 표현이 아니다.
 
-이케아 진출에 따라 업계 판도가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가.
 
▲메이저 업체들은 강력한 브랜드파워, 마케팅 능력을 바탕으로 국내시장에서 생존이 가능하겠지만 모든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가구업체는 엄청난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특히 이케아 가구 제품은 중저가이기 때문에 국내 메이저급 가구업체보다는 중소가구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최악에는 국내 중소업체들이 이케아의 단순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가국산업의 핵심 경쟁력은 창의적인 디자인과 제품개발이다. 연합회에서는 가구산업이 노동집약적인 사양 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디자인이 핵심요소인 최첨단 산업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품질확보를 위해 서울·경인가구공업협동조합과 '가구 시험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또 여러 가구단체 및 가구업체로 구성된 '가구산업발전전문위원회'를 출범시켜 활동하고 있다.
 
-이케아 진출에 따라 생존에 위협을 받는 중소 가구업체를 위해 정부나 지자체에 바라는 점은.
 
▲첫째, 매년 개최하는 '한국국제가구 및 목공기계전시회'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다. 국내 중소가구업체의 판로개척 및 홍보를 위해 전시회가 활성화되어야 하지만 예산 지원이 거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둘째는 가국산업기술지원센터 건립을 통한 체계적인 연구개발 사업 지원이다. 가구 부품소재 및 디자인개발, 공동장비 구비, 시제품제작 지원, 가구관련 전문교육, 품질인증 지원 등을 통해 국내 가구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센터 건립은 어느때 보다 시급한 과제다.
 
이 뉴스는 2014년 09월 17일 ( 14:50:32 ) 토마토프라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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