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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가 던진 묵직한 질문..참된 언론인은 무엇입니까?
2014-09-16 19:08:22 2014-09-16 19:13:00
◇<제보자> 포스터 (사진제공=메가박스)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진실이 먼저입니까. 국익이 먼저입니까?"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이 질문이 핵심키워드로 불려졌던 시기가 있었다. 지난 2005년 겨울쯤에 있었던 '황우석 사태' 때였다. '진실이 먼저냐, 국익이 먼저냐'를 두고 대한민국이 갈라져 끊임없이 싸웠던 시절이다.
 
이 시기 당시 황우석 박사를 검증하기 위해 노력했던 MBC <PD수첩> PD와 제보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나왔다. 임순례 감독의 신작 <제보자>다.
 
영화를 취재진에게 선공개하고 배우 및 감독의 촬영소감을 들어보는 <제보자> 언론시사회가 16일 오후 2시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렸다. 임순례 감독을 비롯해 배우 박해일, 유연석, 이경영, 송하윤, 류현경 등이 참석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 영화를 보면 당시의 사건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면밀한 취재로 만들어져서인지 디테일이 상당하다. 제보자가 부부였던 사실부터, PD의 취재과정, 황 박사의 대응법, 당시의 국내 정서 등을 정확하게 풀어낸다. 약 10년이 지난 이 때 임순례 감독은 왜 '황우석 사태'를 재조명한 것일까 궁금했다.
 
임순례 감독은 "줄기세포가 진짜냐 아니냐를 밝히는 기획이었으면 이 영화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한 언론인과 그 제보자에 집중을 하려고 했다. 그런 부분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줄기세포의 진실 여부를 떠나 우리에게 필요한 언론인은 이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문제제기를 한다. 특히 박해일이 연기한 윤민철 PD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 강직한 성품을 가진 인물이다.
 
마치 영화 <명량>에서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리더상을 그린 것과 맞물리는 느낌이다.
 
임 감독은 "윤민철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언론인에 가깝다. 다혈질이지만 자신의 신념에 대해서는 끝까지 밀고 가는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박해일은 "영화를 하면서 언론인들을 많이 만나게 됐는데, 내가 언론인을 연기하면 어떨까 싶은 호기심에 밀고 나갔다. 근성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소재의 중심에 있는 인물 황우석 박사는 이경영이 연기했다. 극중 인물명은 이장환이다. 겉으로는 인간적이고 선해보이지만, 뒷면에서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일삼는다. 그러면서도 후반부 인간적인 후회를 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극 후반부 이장환 박사는 "너무 멀리 왔다. 사람들의 기대에 맞는 행동을 하려다 잘못을 했다"는 후회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기자간담회에서는 이 장면을 두고 실존인물인 황 박사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해 임 감독은 "그 장면을 넣은 이유는 당시 그 사태가 그분(황우석 박사) 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비난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그분을 믿고 따른 국민, 언론인, 정부 등 비난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라며 "한 개인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한국사회의 총체적인 잘못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너무 얄밉게 연기한 것 같다"고 말한 이경영은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캐릭터로 받아들였다. 회환과 후회도 있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제보자 심민호 역을 연기한 유연석은 tvN <응답하라 1994>에서 보였던 풋풋한 대학생 이미지를 벗고 아픈 딸과 양심 사이에서 고뇌하는 역할로 이미지에 변화를 준다.
 
고뇌하는 제보자의 내면을 절제된 감정으로 훌륭히 표현한다. 연기 스펙트럼이 넒음을 입증하는 연기력이다.
 
유연석은 "이전 작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심민호 같은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다"며 "또 배우로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작품을 하기보다는 관객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고, 메세지를 줄 수 있는 작품에 함께할 수 있다면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이 영화를 택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황우석 사태'를 통해 참된 언론인의 군상을 드러내고, 작금의 현실은 어떤지에 대해 반성하게끔 만든다. 언론에 변화가 있는가에 대해 묻는 듯 하다. 뚜렷한 주제의식이 있는 이 영화는 오는 10월 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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