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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세제개편)가계소득 없는 가계소득 증대세제
2014-08-06 14:00:00 2014-08-06 15:58:03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4년 세법개정안(세제개편안)의 핵심은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다.
 
 
(그림=기획재정부)
 
임금을 올린 기업에 세액공제를 해주는 '근로소득 증대세제'와 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을 인하하는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투자와 임금증가, 배당에 활용하도록 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그것이다.
 
국민들의 소득을 늘려서 침체된 소비를 진작하고 이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선순환을 이끌겠다는 것이 목표다.
 
문제는 정부가 야심차게 내 놓은 가계소득 증대세제가 가계소득을 증대시키기에는 한계가 너무나도 뚜렸하다는데 있다.
 
세가지 패키지 세제는 3년간 한시적인 시행을 계획으로 이번에 모두 새롭게 도입되는 세제인데, 짧은 시행기간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것.
 
◇ 근로소득증대세제..월급 안올려주면 그만
 
먼저 근로소득증대세제의 경우 임원과 고액연봉자를 제외한 직전 3년 평균 임금증가율을 초과하는 임금증가액을 가시적으로 보인기업에 한해서 해당 임금증가분에 대해 10%를 법인세에서 세액공제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직원들 월급을 올려주면 기업도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아름다운 '윈윈(win-win)'의 그림처럼 보이지만 기업들이 이를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급여는 한번 올려주면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선 임금인상에 신중할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임금인상을 했을 때 세금혜택과 임금인상에 발생하는 비용을 비교하게 된다.
 
근본적인 문제는 세제 자체가 과세제도가 아닌 비과세·감면제도이기 때문에 기업이 선택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임금인상을 하지 않고 세제혜택도 받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또 중소·중견기업에는 10%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하고 대기업에는 5%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경제가 어려울수록 중소·중견기업의 임금인상 여력은 대기업보다 월등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 300인 이상인 대기업의 임금인상률은 3.6%로 전년도 증가율보다 0.1%포인트 늘었지만 중기업(상용근로자 100~299명)은 3.9%로 전년도(7.7%)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졌고, 근로자수 30~99명인 기업의 임금상승률도 전젼도의 절반인 3.2%로 추락했다. 또 10~29명인 기업은 5.8%에서 3.8%로, 5~9명인 기업은 5.0%에서 4.1%로 감소했다.
 
◇ 고소득자 배불리는 배당소득증대세제
 
배당소득증대세제의 경우 가계소득과 더욱 거리가 멀어진다.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 그리고 총배당금이 높은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에게 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을 현행 14%에서 9%로 인하하고, 고배당을 결정한 대주주에게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받지 않도록 선택적으로 25%의 분리과세를 허용하기로 하는 내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주식투자자수는 508만명으로 총 인구의 10%수준이며, 배당성향은 22.4%, 배당수익률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이 각각 1.1%, 0.8%에 그치고 있다.
 
주식투자자 중에서도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갈수밖에 없는 것. 이 제도를 통해 금융종합소득 합산과세를 통해 최고 38%의 고세율을 적용받던 것을 25%로 할인받을 수 있는 대주주들도 대한민국 극소수임에 분명하다.
 
가계부채에 허덕이고 소비여력에 목말라 있는 일반 가계의 소득증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셈.
 
◇ 기업소득환류세제 허술한 설계..배당에 몰아써도 비과세
 
3대 패키지 중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소득환류세제 역시 가계소득과 연결되기 쉽지 않다.
 
기업소득 중 일정비중을 투자와 임금증가, 배당에 활용하지 않는 경우 10%의 세율로 과세한다는 방안인데, 투자나 임금증가를 하지 않고 배당에 올인한다고 해도 기업소득의 일정비중 이상만 활용한다면 과세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제도인대다 반드시 임금증가에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선 장기적인 리스크가 될 임금인상에 비용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배당을 늘려 투자자들 배를 불리면 된다.
 
가계소득 증대라는 거창한 이름만 있을 뿐 기업의 선택에 따라 가계의 소득증대는 제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주영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금 단계에서 제도의 효과가 없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기업들이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선택해줄거라 믿는다. 좋은 투자처가 있는데도 단순히 세금을 안내기 위해서 배당을 하면 투자를 놓친 것에 대해 주주들의 비난을 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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