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가 만난 라이징스타)①천우희, 교복이 어울리는 소녀 감성
입력 : 2014-04-16 07:00:00 수정 : 2014-04-16 07:00:00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연예계는 스타로 인해 생명력이 유지된다. 대중들은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갈망한다. 뉴스토마토는 대중에게 아직 다소 낯설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신예 스타를 발굴하고자 한다. '토마토가 만난 라이징스타'는 톱스타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신예를 깊이있게 조명하면서 태생부터 현재까지 심층 분석할 계획이다. (편집자)
 
영화 '써니'의 본드녀로 기억되고 있는 천우희는 화려한 비주얼을 가진 배우는 아니다. 청순하고 예쁘장한 인상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맡는 배역이 늘 무겁고 강하다. 무서울 정도로 세거나, 지극히 우울하거나다. 감성이 복합적이다.
 
하지만 천우희는 단순하지 않은 감성의 캐릭터들을 자신만의 색으로 풀어낸다. 연기력만큼은 20대 여배우들 중에서 손꼽힌다. 또래 여배우 중에서도 특출난 연기력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 천우희를 라이징스타로 꼽은 이유다.
 
어떤 작품에서든 싸움꾼의 인상이 강한 천우희의 실제 모습은 풋풋하고 순수한 느낌이 들었다.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연기에 대해서 말할 때는 굉장히 진지했다. 
 
아직도 작품에서 교복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천우희는 "10대의 풋풋한 감성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예쁜 역할보다는 망가지는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해 "배우는 예쁘지 않아도 캐릭터에 몰입하면 아름다움을 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우희는 몸무게에 대한 짓궂은 질문에 "뼈대가 얇아요"라고 위트있게 대답했다 (사진제공=나무엑터스)
 
◇프로필
 
이름 : 천우희(본명)
생년월일 : 1987년 4월 20일
키 : 163cm
몸무게 : 뼈대가 얇아요
주요작품 : '마더', '써니', '우아한 거짓말', '한공주'
 
◇출생
 
1987년 4월 20일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길을 가다가 과일을 한아름 얻는 꿈이 천우희의 태몽이다. 아버지가 꾸셨다. 1남 1녀의 둘째로 세 살 위 오빠가 한 명 있다.
 
"형제가 있으면 아무래도 어릴 때는 엄청 싸우잖아요. 동생 질투를 많이 하는데, 오히려 오빠는 부모님보다 저를 더 예뻐해줬어요. 여태까지 살면서 저를 때리거나 욕하거나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천우희가 주인공으로 나선 영화 '한공주'에서의 공주와는 전혀 다른 행복한 가정에서 사랑을 받은 아이였다.
 
◇혼자서도 잘 놀았던 천우희의 초등학교 2학년 때 모습. 사진을 들고 새초롬한 표정을 짓는 얼굴이 인상적이다 (사진제공=나무엑터스)
 
◇어린시절
 
과일을 한아름 안고 태어난 이 여자 아이는 부모들이 키우기 편했다. 말도 잘듣고 혼자서도 잘 놀았다. 잘 때가 되면 잠을 잤다. 다소 까탈스러웠다는 오빠와 달리 가만히 둬도 별 탈이 없었다.
 
"엄마가 그러는데 저는 부모입장에서 아주 키우기 편한 아이였대요. 수더분하고요. 뭐를 사달라고 조르면 엄마가 '내일 사줄게'라고 하면 '그래'하고 쿨하게 넘겼대요. 반항도 없고. 그러다보니까 오빠만큼 추억이 많지 않아요. 좀 아쉽기도 하더라고요."
 
혼자서도 잘 노는 천우희. 연기자로서의 끼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듯 했다. 아버지는 이천에서 도예를 하셨다.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 옆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찰흙을 빚었다.
 
"아버지가 예술적인 감각이 있으세요. 노래도 잘하시고. 평소에 저한테 '너는 나 못 따라와'라고도 하세요. 아버지한테 끼를 물려받은 것 같아요."
 
 ◇학창시절
  
한 없이 사랑받으면서 자란 천우희는 학교에 가자 감투와 인연을 맺었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반장을 도맡은 것은 물론 초등학교 때는 전교회장도 했다고 한다. 중학교에 올라서도 전교부회장을 했고, 늘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쾌활한 여학생이었다.
 
"평소에는 부끄러움이 많았어요. 그런데 뭔가 판이 짜여지면 잘 나섰어요. 무대체질이라고 해야 될까요. 하하."
 
공부는 적당했다.
 
"시험기간에만 공부하는 학생이었어요. 다행히도 공부를 안해도 잘 나왔어요. 언어나 사회는 재밌게 했어요."
 
공부에는 그렇게 뜻이 깊지 않았던 천우희는 고등학교 때 연기를 만났다. 고등학교 서클인 연극반에 들어가 '연기가 이런 거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연기자로서 꿈을 키운 건 아니었다.
 
"쉽게 생각했어요. 사실 그림을 그렸었는데, 흥미가 안 생기더라고요. 연기는 재밌었어요. 그래서 재밌으니까 '대학교도 연극영화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너무 쉽게 생각했나요?"
 
◇첫사랑
 
중학교 1학년 봄이었다. 우연히 알게된 3학년 오빠가 천우희의 첫 사랑이었다. 아쉽게도 풋풋한 14세 소녀의 사랑은 짝사랑에서 멈추게 된다. 스스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정말 좋아했어요. 첫 눈에 반한다는 걸 알게 됐죠. 한 번이라도 스쳐서 보려고 복도에 나와 있고, 어느 날은 사물함에 물건을 훔치려고도 했어요. 근데 사물함에 아무것도 없었어요. 좀 노는 오빠였거든요. 집에도 쫓아갈까 했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서 포기했어요."
 
어떻게든 그 오빠와 친해지려고 했던 천우희에게 기회가 왔다. 그 오빠가 친한 친구와 아는 사이였던 것. 천우희는 약 7개월간의 짝사랑 끝에 '빼빼로 데이'에 빼빼로를 친구에게 전달했다. 감성이 예민한 10대 천우희에게 엄청난 용기였다.
 
"그런데 친구가 하는 말이 '그 오빠 여자친구 있어'라는 말이었어요. 그 언니는 격투기를 했어요. 바로 마음을 접었죠. 약 반년이었는데, 빠르게 포기했어요. 하하."
 
◇'마더'를 촬영할 당시 봉준호 감독. 천우희는 봉준호 감독의 배려가 아직도 인상깊게 남아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연기의 시작, '마더'와 봉준호
 
경기대학교 연기학과 재학시절 사촌오빠의 권유로 우연히 영화 '신부수업'에 오디션을 보고 당당히 합격했다.
 
그리고 첫 촬영. 아무대사도 없이 서서 담배를 피는 여학생이었다. 알 만한 사람만 아는 장면이었음에도 경직되고 긴장감이 온 몸을 감쌌다.
 
"서 있기만 해도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제가 애드립을 하나 했어요. '저건 뭐하는 거야?'라고요. 대본에 없는 거였는데, 그게 영화에 나왔죠. 어안이 벙벙했어요."
 
이런저런 작품에 단역으로 출연하던 천우희는 '마더'에서 봉준호를 만났다. 지금도 그렇지만 '살인의 추억'과 '괴물'을 통해 최고의 감독으로 떠오른 당시 봉 감독의 입지는 상당했다.
 
게다가 진구와 베드신도 있었다. 쉬울 수가 없었던 촬영이었지만 천우희에게 있어 축제였다.
 
"감독님이 워낙 배려를 잘해주셨고, 계속 다독여주셨어요. 전국 각지를 돌면서 촬영을 했는데,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낯가림이 심해서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는데도 정말 즐거웠어요. 즐거운 축제 분위기였어요. 그 때 '영화와 연기라는 게 평생해도 멋있을 것 같은 직업'이라고 느꼈어요. 김혜자 선생님도 정말 멋있고."
 
◇'써니' 포스터에 등장한 13명 중 천우희는 없었지만, 존재감은 누구 못지 않게 뚜렷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써니'와 본드녀
 
천우희이라는 이름이 각인된 건 '써니'에서였다. 730만 관객을 동원한 '써니'에서 천우희는 심은경을 괴롭히는 다소 무서운, 그러면서도 본드를 흡입하는 여학생이었다.
 
몽롱한 눈이 인상적이었고, 소리를 지르며 외로움에 미쳐있는 듯한 연기도 눈에 띄었다. 필자의 기억 속에 천우희는 영화를 보고 궁금해 이름을 따로 검색한 신인배우였다.
 
"저는 오히려 이 친구한테 연민이 느껴졌어요. 무리에 들고 싶은 외로움이 있는 소녀요. 본드는 상황이고 이 친구가 할 수 밖에 없는 선택이랄까요. 예쁘지 않았던 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배우는 예쁘지 않아도 그 캐릭터에 몰입하면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
 
주변에서 반응이 좋았다. 연기 잘하는 신예가 나타났다고 들썩였다.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담담하려고. 쉽지는 않더라고요. 아는 언니가 '이거 다 한 때다'라는 말을 되새길려고 노력했죠. '써니'는 정말 좋았던 추억이에요. 저는 감히 예상했죠. 500만이 넘을 거라고. 시나리오가 워낙 위트가 있고 재밌었거든요."
 
◇천우희의 얼굴로만 제작된 '한공주' 포스터. 천우희에게 있어서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사진제공=무비꼴라쥬)
 
◇타이틀롤 '한공주'
 
'써니' 이후 나무엑터스가 천우희를 점찍는다. 무게감이 있는 기획사의 제안에 응한 천우희는 이후 적지 않은 작품에 출연한다. 드라마와 영화, 독립영화를 가리지 않았다. 여러 작품 끝에  만난 작품이 바로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을 휩쓸고 있는 '한공주'다.
 
주인공은 커녕 주로 조연 위주로 작품에 임했던 천우희가 타이틀롤을 맡게 됐다. 포스터도 그녀의 얼굴로만 제작됐다. 메인포스터에 이렇듯 한 명의 인물만 나온 작품이 몇이나 있을까. 그만큼 이 영화에서 천우희의 역할은 지배적이다.
 
"읽자마자 마음에 들었어요. 시나리오가 사건이 중심이 아니라 끔찍한 사건 이후 엄청난 상처를 받은 이 소녀가 발버둥치는 삶에 초점을 맞춘 표현 방식이 좋았어요."
 
어려운 역할이다. 대사도 많지 않고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도 적다. 되도록이면 무표정으로 산다. 그 표정에서 수많은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 천우희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에요. 고민을 정말 많이했죠. 이 상처받은 마음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요. 앓듯이 연기했어요. 그래도 빠져나오려는 노력도 많이했죠. 연기 배울 때 '배우는 캐릭터를 닮는 것도 잘 닮고 비우는 것도 잘 해야한다'고 배웠어요. 공주를 연기하고 일주일 정도 몸도 마음도 아팠어요. 그 이후로는 괜찮아요.(웃음)"
 
공주라는 캐릭터를 두고 쉬운 역할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너무도 끔찍한 사건의 피해자라는 점이다.
 
40여명의 남자들에게 둘러쌓여 성폭행을 당하고, 그 모습이 촬영까지 된다. 어머니는 자신을 버리고 모르는 남자와 재혼했고, 아버지는 술에 쩔어서 산다. 숨 쉴 공간이 마땅히 보이지 않는 캐릭터다. 그럼에도 살기 위해 의지를 갖고, 때때로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한다. 그 모습이 러닝타임 내내 공감을 이룬다.
 
상처를 어떻게 상상했을까가 궁금했다.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이었을테니 말이다.
 
"본질적인 상처로 해석했어요. 일상생활에서 사람으로 인해 받은 상처라고 생각했어요. 경험을 해봐야지만 연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충분히 고민하고 상상했죠. 모든 것이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밥 먹는 것까지도요. 다행히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기뻐요."
 
이 영화가 천우희에게 가져다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타이틀롤로써 극을 이끈 것도 처음이고, 각종 관심을 받는 작품인데다가,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한 것도 그렇다. 더구나 메인포스터가 단 한 명의 얼굴로만 나오는 것은 정말 이례적이다. 이제껏 어떤 포스터에도 얼굴이 드러나지 않았던 천우희여서 더욱 특별한 포스터다.
 
"포스터에 제 얼굴만 있으니까 이상하더라고요. 포스터 촬영은 따로 하지 않았고, 영화 장면 중 한 장면을 쓴 거예요. '아싸' 했어요. 마냥 기뻤어요. 하나 챙겨가려고요."
 
◇천우희는 아직도 교복을 입고 10대의 감성을 그려내고 있다 (사진제공=무비꼴라쥬)
 
◇교복
 
만 26세 천우희는 유독 교복과 인연이 깊다. '써니'에서도, '우아한 거짓말'에서도, '한공주'에서도 그녀는 교복을 입고 있다. '써니'에 함께 출연한 심은경도 교복을 벗고 할머니가 되고 있는데, 천우희는 아직도 10대의 소녀 감성을 유지하고 있다.
 
천우희는 갑작스레 "어려보이기 때문 아닐까요?"라는 농담을 던졌다. 이내 "그건 아니고요"라며 "10대의 감성을 잘 표현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어요"라고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아직 성숙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해요.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좀 느린 것 같아요. 진지한 면이 없는 건 아닌데, 성장이 좀 느리지 않나 싶어요. 이게 꼭 단점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자신의 현재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파악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교복을 쉬이 벗지 못하는 천우희. 성인 역할에 대해 갈증을 느낄 것만 같았다. 게다가 맡는 배역 대부분이 무겁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그인데, 갈증이 없을리 만무했다.
 
"갈증 심했죠. 그런데 여러 역할을 오디션을 보는데, 제 나이의 옷을 입고 연기를 하면 제가 봐도 어색해요. 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욕심을 부린다고 될 일도 아니고요. 캐릭터에 대한 갈증, 정말 심했는데 이제는 많이 내려놨어요."
 
◇라이징스타 천우희, 톱스타가 된다면?
 
아직은 톱스타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연기력은 그 어떤 스타들보다도 뛰어나다고 자부하지만 인지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따른다. 톱스타가 된다면 천우희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그녀의 대답은 기부였다.
 
"기부이긴 기부인데, 엄청 크게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제가 뭘 보고 느꼈다면 당장 해줄 수 있는 수준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보다 어렵고 힘든 분들을 위해 바로 도와줬으면 해요. 지금은 그게 잘 안돼요. 나중에 모아서 해야지라는 생각 뿐이에요. 배우에게 있어서는 인기도 중요하잖아요. 그런 인기를 받는 직업이라면 물적으로도 돌려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천우희가 원하는 선물은 '한공주' 티켓인증샷 (사진제공=무비꼴라쥬)
 
◇받고 싶은 선물
 
4월 20일 생일도 가까워 온다. 선물을 주고 싶었다. 금전 혹은 물질적으로 직접 건네기에는 천우희와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 그래서 받고 싶은 선물을 묻고 공개해주기로 했다. 천우희가 원했던 선물은 '한공주' 티켓인증샷이다.
 
"이유는 당연하지 않겠어요? 꼭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1시간 넘게 이야기한 이유가 티켓인증샷에 담겨있다. 꼭 천우희를 위해서가 아니라 많은 학부모나, 10대라면 꼭 봤으면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여러분 17일 개봉이에요. 잊지 마시고,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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