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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아베)⑥머니게임에 뛰어든 BOJ..결과는 엔고?
주가·채권·통화 BOJ의도와 반대로 널뛰기
신흥시장 불안에 엔화로 자금 이동
엔고..아베노믹스 시나리오 차질 불가피
2013-06-13 15:00:00 2013-06-13 15:00:00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아베 총리와 일본은행(BOJ)이 내놓은 경기부양책의 핵심 축인 엔화 약세에 비상등이 켜지며 아베노믹스 시나리오가 삐걱거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일본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치솟고 있으며 주가는 무너지고 있다. 
 
양적완화 발표 당시 장기 국채금리 하락을 유도하고 증시를 부양하겠다던 BOJ 의도와는 정 반대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안정을 꾀하겠다며 스스로 머니게임에 뛰어든 BOJ가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머니게임 어려워"..BOJ의도와 시장흐름 '반대'
 
13일 일본 외환시장에서 오후 2시37분 현재 미 달러대비 엔화 환율은 1.79%내린 94.36엔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뉴욕외환시장에서 103.23엔으로 치솟은지 한 달도 안돼 8.6%하락(엔화 가치 상승)한 것이다. 
 
엔화 강세 전환으로 일본 주식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같은 시각 닛케이 225지수는 전일대비 5.47% 폭락한 1만2561.77엔에 거래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일본 금융시장이 이달 들어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아베노믹스를 추진하는 핵심 동력이던 엔화 약세 행진이 조만간 끝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엔화 강세 전환은 일본 장기 금리 상승과 이에 따른 주가 급락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지난 4월 초 매년 60~70조엔의 자산매입 방침을 밝혔던 구로다 BOJ총재는 “전반적인 채권금리 하락을 유도하면서 포트폴리오 재조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만기 국채금리도 BOJ발표 직후 0.315%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장기금리는 가파르게 오르면서 5월3일에는 0.860%까지 치솟았다. 
 
이후 구로다 총재는 지난 5월22일 “중앙은행이 완전히 장기금리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하면서 시장의 신뢰는 추락했다. 이날 10년 국채수익률은 1%가까이 치솟았고 23일 닛케이 225지수는 7%폭락했다.
 
 
엔화 약세 흐름이 주춤해진 것도 이 때부터다. 지난 5월9일 100엔을 돌파했던 달러당 엔화값은 이달 들어 99엔대로 내려간 이후 하락세를 지속 12일(현지시간) 현재 95.30엔대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로다 총재의 말대로 채권금리가 하락했다면 투자자금이 주식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국채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주가 상승을 지지할 동력이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지난 1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시장 예상과 반대로 기존의 금융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사사키 융 JP모건 이사는 “머니게임에 스스로 뛰어들어 채권과 환율, 주식시장을 움직이려고 한 일본은행은 그 게임의 어려움을 몸소 실감하고 있다”며 “실물경기에서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기 전까지 이 같은 심리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고 전환..달러보다 무서운 신흥시장 '불안정'
 
엔화가 강세로 전환한 또 다른 요인은 신흥시장의 불안정을 들 수 있다. 최근 이머징시장의 주가와 채권이 급락하고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 정책을 축소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이로 인한 불안감이 신흥시장 자금 유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양적완화 우려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달 말 이후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지수는 11%, 태국은 10%, 필리핀과 러시아는 7~8%나 하락했다. 여기에 남아프리카 랜드화나 인도 루피화 브라질 레알 등 신흥국 통화가치도 가파르게 절하되고 있다.
 
 
신흥국 시장의 불안이 엔고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동안 엔화를 매도하고 신흥국 통화를 매수해왔던 투자자들이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말 이후 최근까지 진행된 엔화 약세는 대부분 해외 단기투자자들의 엔 매도 포지션에 따른 것이다. 규모나 강도로 볼 때 글로벌 금융시장에 쌓인 엔 매도 누적 포지션이 꽤 클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엔 매도에 대한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의 통화와 자산에 대한 매수포지션을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융 이사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시장 자산을 청산할 경우 반대에 걸려있던 엔 매도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엔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신흥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이탈되는 자금 대부분이 엔화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아베노믹스의 시나리오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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