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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이것만은 바꿔라)금산분리·공정시장, 선택아닌 필수!
(신년기획)②시장 구조모순 개선 거시정책 필요
2013-01-07 10:37:37 2013-01-14 13:14:41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재계 관련 공약중에는 공정거래법 개정과 금산분리 강화가 대표적인 재벌개혁안이다.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논란도 뜨겁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입장 차이도 있지만 박 당선자가 진통을 감내하고 매듭 지어야 할 대목이다.
 
중소기업계에서는 박 당선자가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방안으로 약속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집단소송제 도입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며 박 당선자가 '중소기업 대통령'을 내세운만큼 조속한 공약 이행을 주문하고 있다. 아울러 대기업에 대한 '처벌 수단' 뿐만 아니라 시장 구조적 모순을 개선하는 거시적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의 주요 재계 단체들은 박 당선자의 공정거래법 관련 공약이 지나친 '엄벌주의'라며 우려를 나타내며 '수위 조절'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박 당선자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금산 분리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반대 입장을 내비치며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 대-중기 '극과 극'
 
박근혜 당선자의 공약 중 가장 무게중심이 쏠려있는 공정시장 방안은 '경제적 약자에 대한 권익 보호'에 맞춰져 있다. 쉽게 말해 대기업이 계열사에 대해 부당한 방법으로 일감을 몰아주거나 원청업체가 하도급 업체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반칙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얘기다.
 
박근혜식 공정시장론의 가장 핵심적인 세 정책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집단소송제 ▲전속고발권 폐지로 압축된다. 같은 듯 다른 세가지 공약은 모두 시장 지배적 행위자에 대한 과징금, 영업 규제 등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경제정의실천연합, 참여연대 등은 공정시장 공약에 적극적인 지지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지난 이명박 정권 내내 대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온 시민단체들은 세가지 공약이 조속히 실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지난달  박근혜 당선자와의 면담 이후 "박 당선인이 연내 경제민주화 입법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최대 10배까지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전속고발권 폐지 등 대선공약을 지키겠다고 다시 한 번 약속했다"며 공약 이행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재계는 공정시장 공약이 불공정행위를 철저히 밝혀서 대가를 치르게 하는 부분까지는 동의하지만 '보여주기식'의 엄벌주의로 변질되는 것에 대해 강한 경계감을 표출하고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불공정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보다는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라며 "공정위가 본래 설립 취지에 맞게 단순히 불법 행위를 적발하는 기관에서 벗어나 담합, 일감 몰아주기 등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당선자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공약은 아직까지도 찬반논란이 매우 격렬한 영역이다. 전속고발권은 가격 담합 등 공정거래 분야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이처럼 공정위가 독점하는 고발권을 조달청, 중소기업청, 감사원 등에도 나눠주겠다는 게 박 당선자의 구상이다.
 
중소기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악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폐지를 적극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갖가지 이유로 검찰 고발을 포기하면서 전속고발권이 '대기업 봐주기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문제의식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속고발권 폐지의 경우 공정거래법상에서 많은 부분을 고쳐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실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내며 "다만 고발권이 법리적, 합리적 판단 하에 운용되도록 신중한 검토를 거쳐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재계 관계자들은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 폐지로 불필요한 소송이 난무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의 한 핵심관계자는 "전속 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대기업에 대한 소송이 빈발하는 문제보다는 2, 3차 하청업체간 고발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게 문제"라며 "결국 중소기업을 더 어렵게 만드는 길"이라고 공약 폐기를 주장했다.
 
◇재계, 금산분리 강화에 '초긴장'
 
박 당선자는 대기업 지배구조를 뜯어고치는 급진적 방식보다는 대기업의 횡포를 규제하는 온건 재벌개혁을 선호한다. 재벌그룹이 계열사를 늘리고 총수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순환출자와 관련, 박 당선인은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는 규제하지 않는 절충안을 내놨다.
 
재계를 가장 긴장시키는 부분은 박 당선자가 유독 금산 분리 강화방안에 대해 좀처럼 양보 의사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경련, 대한상의 등 주요 경제단체와 고위 관계자들은 너도나도 할 것이 일제히 금산 분리 도입에 반대하고 있지만 시민사회에서는 확실한 공약 이행을 주문하고 있다.
 
이기웅 경실련 간사는 "재벌은 현행 법의 허점을 이용해 지주회사에게만 적용되는 금산분리 원칙을 피해 제2금융권 계열회사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다시 산업자본 등 계열회사에 재출자함으로써 총수의 지배력을 확장하며 계열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당선자가 내놓은 금산 분리 공약은 사실상 안철수, 문재인 후보가 내놓은 공약과 동일선상에 있는 것으로 경실련이 그동안 주장해온 바와 일치한다"며 반드시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은 금산 분리 방안이 기존의 순환출자구조를 인정하겠다고 약속한 박근혜 당선자의 순환출자 관련 공약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모순을 초래하기 때문에 실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하고 있다.
 
대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박 당선자의 순환출자공약과 금산 분리 공약이 이율배반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박 당선자가) 금산 분리에 대해 여전히 확고한 입장을 나타내는 것이 다소 의아하다"며 "종국적으로는 현재의 금산분리 방안이 재계와 적당한 타협점을 도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경제성장은 불가피하게 가져가야 하는 부분이지만 적어도 박 당선자가 약속했던 금산분리와 공정거래법 개정안 공약은 확실히 이행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며 “아울러 성장과 동시에 법인세 인상 등 재분배 구조에 대한 고민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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