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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훈

(인터뷰)노리플라이 권순관 “7년만의 정규…간결하고 따스한 음악 됐으면”

두 번째 정규앨범 ‘Connected’ 오는 9일 발매

2020-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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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지훈 기자] 2006년 권순관은 정욱재와 노리플라이를 결성해 제17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뒤돌아보다로 은상을 차지했다. 이후 노리플라이로서 세 장의 정규 앨범과 한 장의 EP를 내놓았으며 고백하는 날을 비롯해 수많은 싱글을 발매했다. 솔로로서는 정규앨범은 물론, 김현철, 이승환, 윤하, 박지윤, 이승기, 권진아, 정승환 등 수많은 뮤지션에게 노래를 선물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가 훌쩍 넘어버린 그는 꾸준히 음악을 만들어왔던 지난날을 돌아봤고, 자신이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Connected)’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권순관이 오는 9일 발매하는 7년 만의 정규 앨범 ‘Connected(커넥티드)’는 쉴 틈 없이 달려왔던 뮤지션 권순관의 지난날들에 대한 환기다. 음악을 만들며 자기 내면의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춰왔던 그는 이 앨범을 작업하며 그동안 스쳐 지나왔던 수많은 사람을 하나씩 마주했다. 음악이 있었기 때문에 함께할 수 있었고, 음악 때문에 사랑할 수 있었던 사람들. 권순관은 이 사람들과 연결되어 나라는 존재가 있었고, 이 모든 것은 예정되어 있었다는 묘한 운명론과 함께 이번 앨범을 완성했다.
 
두 번째 정규앨범 ‘Connected’에는 첫 번째 트랙 이사를 비롯해 타이틀 너에게’, ‘Connected’ ‘다시 만날때까지’ ‘너에게만은 아름답기를’ ‘깨달아’ ‘Stay’ ‘터널등 총 8트랙이 수록된다. 권순관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메시지를 간결하게 풀었고, 사운드 역시 많은 부분을 덜어내며 편하게 커피 한잔하며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음악들로 앨범이 채워졌다.
 
노리플라이 권순관. 사진/해피로봇
 
Q. 솔로 뮤지션으로서는 7년 만의 정규다.
노리플라이 3집을 중간에 내서 7년 만이라고 느껴지진 않아요. 그래도 7년이라고 하니까 내가 그렇게 일을 안 했나싶기도 하고, 팬들에게 죄송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 시간 동안 그래도 꾸준히 음악을 쌓아왔어요. 그 덕에 방향도, 색도 바뀌었으니 그 결과물들을 들려드릴 수 있어서 설레요. 오랜만에 마실 나가는 느낌이에요.”
 
Q. 본격적인 앨범 작업은 언제부터 했나.
작년 3월 정도부터였던 것 같아요. 1년 정도 걸렸는데, 사실은 겨울에 발매 예정이었어요. 아주 추울 때 내려고 했는데 3월이면 봄이잖아요. 늦어지긴 했지만 그만큼 곡 수도 늘었어요. 항상겨울에 내자고 작업하면서 막상 봄이 돼야 내게 되는 것 같아요.”
 
Q. 겨울이라는 계절감을 살린 앨범을 기획했던 건가.
개인적으로 음악이 계절을 탄다고 생각은 안 해요. 그래도 겨울이 제일 음악을 듣기 적합하다고 봐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 고요한 가운데 음악에 집중하는 느낌이라 그걸 노렸는데 그 노림수가 빗나갔어요(웃음). 들어보신 분들은봄에 어울리는 뮤지션이다라고 이야기해주시는데 제가 노리는 바랑은 항상 다른 것 같아요.”
 
Q. 타이틀곡 너에게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이별 감성은 아닌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주는 직접적인 이야기들이 많아요. 타이틀곡 너에게의 경우는 특히나 아내한테 쓴 노래에요. 아내와 같이 힘든 시간을 걸어왔어요. 그렇게 지나온 힘든 시간들조차도사랑의 완성이라는 과정이라고 해주고 싶었어요. 노래를 들려줬는데 아내가 그걸 듣고 펑펑 울더라고요. 그게 저한테는 용기가 됐고 힘이 됐었어요.”
 
Q. 아내 이야기가 나왔으니 결혼 생활이 궁금하다. ‘너에게와 얽힌 이야기가 있나.
다리를 크게 다쳤었고, 육아를 함께 했던, 봄이 될 즈음에 작업했어요. ‘너에게의 첫 가사는 날씨 좋은 날 나갈까예요. ‘쉴 틈 없이 살았잖아’ ‘한숨 돌려도 될까이야기하는 노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항상 부족한 남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마음들을 노래로 표현하고자 했어요. 예전에는 구체적이지 않고, 중의적인 표현을 많이 썼는데, 이번에는 한 사람에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했어요. 앨범 전체적으로요.”
 
Q. 앨범명이 ‘Connected’. 어떤 의미를 담았나.
연결되어있다는 뜻인데, 저라는 사람이 이전에는 홀로 존재한다고 생각했어요. 뮤지션들의 성향도 자기 자신에게 포커스를 맞춰요. 저도 그랬기 때문에 주의를 둘러보지 못했어요. 이제야 비로소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게 됐어요. ‘이 사람들과 내가 연결되어있고, 그래서 나라는 존재구나. 만남은 예정되어있는 만남이 아닌가그런 운명론적인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앨범을 내고 노래를 만들고 하는 것도 사람들과 연결돼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전체적인 부분을 이번 앨범을 표현하려 했어요.”
 
Q. 타이틀곡과 앨범명이 다르다. ‘너에게를 타이틀로 결정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와이프는 다른 노래들도 다 좋아해요. 저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가 뭘까 했을 때너에게였어요. 이번 앨범을 통해 많이 비우고자 했어요. 소소하고 비어있는 노래가 전면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싶어서 너에게를 타이틀로 정하게 됐어요.
 
Q. 앨범과 동명의 수록곡 ‘Connected’에 크러쉬가 참여했다.
예전부터 서로 다른 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 중에 하나였어요. 크러쉬와 함께한 이 노래는 어떻게 보면 큰 도전이었어요. 흑인 소울을 기반으로 하는 노래였고, 노래를 제가 혼자 불렀을 때 이상하게 재미없고 착한 거예요. 트렌디하고 스타일리쉬한 부분도 있는 노래라 제 목소리만으로는 살리기 어려웠어요. 고민 끝에 크러쉬에게 부탁했는데 흔쾌히 들어주셨어요.
 
Connected 커버 이미지. 사진/해피로봇
 
Q.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크러쉬는 작업 방식에서 자유롭더라고요. 노래 한 소절을 부르다가 코러스를 쌓고, 보통은 다 완성하고 나서 하거든요. 참 공식 없이 작업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보컬트랙을 다 만들어놓지 않으면 불안한데 중간에 코러스도 하고 춤도 추고 그 흥을 가지고 작업을 하더라고요. 제가 1, 크러쉬는 2절인데 크러쉬가 부르자마자 장르가 바뀌었어요. 이 친구의 매력을 더욱 느낄 수 있는 작업이었어요.”
 
Q. 프로듀서로 활약 후 다시 플레이어로 귀환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작업하면서 다른 점이 있었나.
차이가 확실히 있어요. 저는 원래 작곡가로 데뷔를 했으니 곡을 만들고 프로듀싱을 하는 데 있어서 스스로 부담이 크지 않아요. 하지만 무대에서고 노래하는 건 부담인 일이었어요. 운동선수처럼 컨디션도 관리해야 하고요. 12월에 공연했을 때 앨범 작업을 하다가 무대에 오르려니 그게 또 힘들더라고요. 어떤 전환이 필요했어요. 대중이 보기에는 저 역시 그냥 가수에요. 프로듀서 출신이라는 면죄부를 주고 보는 게 아니에요. 평가에 대한 부담이 있어서 준비를 많이 했어요.
 
Q. 방금 말했던 단독 공연 ‘Connected’는 발매되지 않은 노래를 선보이는 프리뷰 형식이었다.
모든 공연 통틀어서 가장 부담됐어요. 관객들도 노래를 모르니까 더 경청하고, 저는 더 부담되더라고요. 저는 사실 큰마음 먹고 했어요. 앨범이 늦어지니 팬들에게 선 공개를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제가 마지막 앵콜곡을 하는데 많이들 울어주셨어요. 그 눈물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다시 좋아하는 뮤지션이 돌아왔다는 느낌을 받으셨던 게 아닐까 싶어요. 아니면 오랜 시간 기다려온 세월에 대한 설움일 수도 있겠죠(웃음). 여러 감정이 복합적이었을 거예요. 그래도 끝나고 나서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해주셔서 기분 좋았어요.”
 
Q. 앨범 작업이 끝난 후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줬을 때 반응은 어땠나.
욱재 같은 경우에는 말 안 해요.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서로 수고했다고 말해줘요. 김동률 선배에게 들려드렸을 때는, 그분께는 항상 제가 조바심을 가지고 가게 돼요. 좋은 말씀을 잘 안 해줘요(웃음). 그런데 이번에는 흠잡을 데 없다고 진심으로 잘했다고 칭찬해주셔서 굉장히 감사했어요. 스스로 앨범을 작업하며 많이 비워내려 노력했는데, 형은 비워내서 훨씬 더 좋다고 해주셨어요. 제 노래들은 몇 번이고 들어야 귀에 들어오는 편이에요. 이번에는 한 번에 쏙 들어왔던 것 같기도 해요.”
 
Q. 타이틀곡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을 줬던 아내의 평가도 궁금하다.
여태까지 냈던 앨범 중에 가장 좋다고 해줬어요.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휘둘리지 않아요. 이대로도 충분히 좋은 앨범이고, 의미가 있어요. 하지만 아내가 좋다고 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아내랑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제가 아내에게 많이 의지하는 편이라 더 힘이 됐어요.”
 
Q. 비워내기 위해 노력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
노리플라이 3집을 작업하면서 명반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미친 듯이 작업했어요. 결과물은 만족스러웠지만 부자연스러운 부분들도 있었어요. 그게 못내 아쉬워서. 이번에는 혼자 붙잡고 있기보다는 편곡자들과 상의하면서 즐겁게 작업하자 했어요. 권영찬 형이 너는 솔로 1집 때랑 다른 사람 된 것 같다고 했어요. 그 정도로 작업 방식이 많이 변했다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은 이렇게 접근해야 듣는 사람도 간결하게 들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냥 커피 마시면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 그 안에 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요.”
 
권순관. 사진/해피로봇
 
Q. 7년 만에 발매하는 정규앨범인데 욕심은 없나.
많은 걸 바라진 않아요. 전부터 저희를 좋아해 주셨던 분들이 다시 귀 기울여주셨으면 해요. 이 앨범은 제 음악 인생에 있어 한 과정이고, 이걸 통해 더 좋은 음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새로 구상하는 게 있어요. 이번 앨범에 싣지 못한 노래도 있고요. 이걸 EP 형태로 작업할 생각이에요.”
 
Q. 권순관, 노리플라이를 잘 모르고 있는 20대들에게는 어떤 뮤지션으로 남고 싶나.
제가 고인 물처럼 보일 수 있잖아요. 예전 세대의 답습처럼요. 하지만 그냥 여기 따뜻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줬으면 해요. 우직하게 장인처럼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있다. 자극적인 소재, 자극적인 음악이 아니어도 이렇게 맛깔나게 만족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있다고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Q.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음악을 해왔다. 뮤지션 권순관은 어디까지 왔다고 생각하나.
저는 한참 멀었어요. 음악을 평생 할 생각이에요. 지금으로서는 중간도 아니고 4분의 1지점이랄까요. 항상 모든 앨범에 아쉬움이 남았고, 그 덕분에 다음에 더 잘해야지 하는 동력이 됐어요. 위대한 업적을 남긴 뮤지션들의 삶을 보면서 위안을 얻어요. 그 시대에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사후에 인정받는 사람들을 보고 제 방향을 잡았어요. 내가 죽을 때 완성된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권순관의 정규 앨범을 기다려줬을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래 기다려주셨던 만큼, 만족할만한 앨범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냥 편하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노리플라이나 솔로나, 저는 구분 짓지 않고 앨범을 만들었어요. 뭔가 웃음 지을 수 있는, 따뜻한 미소를 지어줄 수 있는 앨범이었으면 해요.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고, 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지훈 기자 free_fro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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