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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훈

(인터뷰)‘사이다 밴드’ 피싱걸스…록스타로의 ‘도약’

‘응 니얼굴’로 맞이한 펑크 밴드 피싱걸스의 전성기

2020-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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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지훈 기자] 영국 BBC Two 계정은 지난해 꼰대를 오늘의 단어로 선정, ‘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나이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꼰대는 한국에서 만들어졌지만 전 세계인도 공감하는 키워드가 됐다. 이제는 어린 꼰대’ ‘꼰대 인턴’ ‘착한 꼰대등 변형된 꼰대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며 대한민국은 꼰대와의 전쟁에 한창이다.
 
피싱걸스는 지난해 1212일 발매된 밴드 신곡 응 니얼굴로 대한민국의 청년들을 대표해 꼰대들에게 시원한 일갈을 뱉었다. 스펙에 대한 참견은 물론, 외모에 대한 비하까지 모든 방식으로 상대를 깎아 내려야 직성이 풀리는 꼰대들에게 응 니얼굴(이나 보고 얘기해)”이라고 받아 치는 피싱걸스만의 독특한 화법은 묘한 쾌감을 안겨줬다. 이후 이 노래는 각종 SNS를 통해 공유돼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했으며 피싱걸스는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 진출하는 쾌거까지 이뤄냈다.
 
피싱걸스는 그저 운 좋게 히트한 노래로 인기를 누리게 된 밴드가 아니다. 2013 4인조로 데뷔 앨범 꺼져짜져 뿌잉뿌잉을 발매 후 꾸준히 홍대 신에서 활동해왔고, ‘나랑만 놀아줘’ ‘승민씨와 함께’ ‘일 초도 없단다에 이어 첫 정규 앨범 ‘Fishing Queen’까지 연달아 선보이며 어느덧 8년차 펑크 밴드로 성장했다. 통통 튀는 메시지와 펑크록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운드로 피싱걸스만의 이미지를 구축했고 기존 멤버인 비엔나핑거(보컬, 기타), 양다양다(베이스)에 새로운 얼굴 유유(드럼)가 합류했다. 홍대 3대 축제 가운데 하나인 경록절무대에 올라 메인스트림은 물론, 홍대 신에서도 인정받는 밴드가 됐다. 이처럼 피싱걸스는 한발씩 차세대 록스타 반열에 다가가고 있다.
 
피싱걸스. 사진/네츄럴리뮤직
 
Q. 새 멤버 유유 합류 후 상승세다. 3인조 재편 과정을 듣고 싶다.
비엔나핑거: 처음에는 4인조였지만 두 멤버가 나갔어요. 절대 사이가 안 좋아서 나간 건 아니에요(웃음). 인터뷰에서 때때로 언급하는데 그 언급조차 좋아해줘요. 드럼을 담당할 새로운 얼굴이 필요했고 유유에게 DM을 보냈어요. 유유를 선택한 이유는 실력과 비주얼을 겸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유: 언니가 SNS 메시지로 피싱걸스의 프로필과 소개를 보내주셨고, 함께 할 생각이 있냐고 물어 봐주셨어요. 저는 예전부터 밴드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좋은 기회가 왔던 거에요. 한달 뒤에 오디션을 봤어요. 언니들이랑 일 초도 없단다를 합주했는데 잘 맞는다는 느낌이 왔어요.
 
Q. 유유 합류 후 달라진 점이 있는가.
비엔나핑거: 유유가 들어오고 나서 저나 양다양다는 자극을 많이 받아요. 아무래도 활동한지 오래됐기 때문에 어떤 새로움을 잘 느끼질 못해요. 신기했던 어떤 순간들이 귀찮고,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그런데 유유는 예전의 저희처럼 모든 일을 신기하다고 느껴요. 그런 유유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게 돼요. 유유는 피싱걸스의 복덩이입니다.
양다양다: 유유가 으쌰으쌰를 많이 해줘요. 그리고 제가 항상 팀의 막내였는데, 덕분에 막내를 탈출하게 됐어요(웃음). 예전에는 듣고만 있어야 했던 순간이 오면, 저도 화를 표출할 수 있어요. 이게 살아있는 구나,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일동 웃음) 저도 이제 할말 하면서 살 수 있어요.
 
피싱걸스 비엔나핑거. 사진/네츄럴리뮤직
 
Q. 신곡 응 니얼굴반응이 좋다. 소개를 해주자면?
유유: 우리 피싱 걸스의 신곡입니다. 제목이 참 자극적이잖아요? 노래도 자극적이에요(웃음). 특히 사이다 가사로 칭찬을 많이 받고 있어요. 잔소리를 끊임없이 하는 꼰대들이 정신차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 노래에요. ‘니 얼굴이나 생각해라하는 숨은 의미를 넣어 봤어요. 음악적으로 여러 시도가 있고 베이스는 저희의 아이덴티티와 같은 펑크락 요소를 넣어봤어요.
비엔나핑거: 저희가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4비트 셔플리듬으로 작업 했고, 중간에 랩도 시도했어요. 후반부로 가면서 전형적인 펑크리듬으로 끝나는 특이한 매력이 있는 노래에요. 메시지는 개인적 이야기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자 했어요. 이런 돌려까기가사는 저희 전문이거든요. 항상 곡을 쓸 때마다 대중이 직접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우리가 대신해주자했고 이 노래도 마찬가지에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심의가 나야 해요. 그래서 돌려까기전문 밴드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Q. ‘응 니얼굴뮤직비디오에는 머쉬베놈의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이냐에서 활약했던 홍석연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양다양다: 유명한 중년 배우분이 저희 뮤직비디오에 나오셨어요. 예전 이미지에 이어 라떼는 말이야의 표본으로 나오십니다. 뮤직비디오 프로덕션 쪽에서 도와주셨어요.
비엔나핑거: 뮤직비디오의 레퍼런스 가운데 하나가 머쉬베놈의 뮤직비디오였어요. 운명적으로 그 주인공분께서 나와오셨어요. 덕분에 마음에 드는 뮤직비디오가 탄생됐습니다.
 
피싱걸스 양다양다. 사진/네츄럴리뮤직
 
Q. ‘응 니얼굴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을 언제 느끼게 됐나.
비엔나핑거: SNS에서 핫해졌고, 커뮤니티에서도 저희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게 됐어요. 음악방송에 나갔었는데 다른 아이돌 분들보다 조회수, 하트가 높은 걸 보고 아 인기가 높아지고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양다양다: 제목이 자극적이니까 우선 관심을 가져주셨던 것 같아요. 그렇게 듣게 된 노래 가사에 이거 사이다다라는 반응을 주셨고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Q. ‘응 니얼굴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독특하다. 어떻게 작업하게 됐나.
양다양다: 저희가 하는 말장난 중에 하나였어요. 누가 뭐라고 하면 응 니 얼굴~’로 받아 쳤는데 비엔나핑거가 그걸 노래로 만들어줬어요.
비엔나핑거: 저희 가사는 항상 이런식으로 출발해요(웃음). 서로 응 니얼굴~’ ‘응 니 몸매~’ 하다가 이걸로 가사를 써야겠다 했어요. ‘응 니얼굴이라는 키워드를 잡고 그 안에 내용을 확장시켰어요.
 
Q. 멤버들이 생각하는 꼰대, 혹은 인상 깊었던 꼰대에 대해 한마디 해주자면?
양다양다: 저는 제 자신이 꼰대에요(웃음). 유튜브 영상 가운데 제가 꼰대가 돼서 유유를 훈계 하는 내용이 있었어요. 그런데 거기에 너무 푹 빠져서, 영상이 끝난 다음에도 똑같이 하고 있는 거예요. 며칠 전까지는 제 스스로가 꼰대였어요. 지금은 다행히 본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유유: 저는 알바를 오래해서 그런지 정말 많아요. 반말하시는 분들도 많았고, 같이 일하는 동료가 타투가 있다고 깡패같다 하시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냥 그런 분들의 공통점은 뻔뻔하다는 것 같아요.
 
Q. 작사, 작곡을 담당하고 있는 비엔나핑거는 더 할 말이 많아 보인다.
비엔나핑거: 결정적인 건 사람들이 음악 하는 뮤지션들한테 유독 언제 일 할거냐는 말을 많이 해요. 음악을 하는 게 직업인데 말이에요. 직장 다니고, 사업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더 무례하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이 많다고 해서 꼰대가 아니에요. 젊은 꼰대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제 주변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이 꼰대짓더 많이 해요. 그래서 노래를 만들었는데 이 노래를 가지고 또 꼰대짓을 하더라고요(웃음). 정말 못 말리는 사람들입니다.
 
피싱걸스 유유. 사진/네츄럴리뮤직
 
Q. 상승세가 뚜렷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났다. 아쉬움도 컸을 것 같다.
비엔나핑거: 불가피하게 활동을 멈추게 됐어요. 그래서 이 시기 동안에는 노래를 더 많이 녹음하고, 유튜브를 많이 촬영하기로 했어요. 우선 유튜브는 기획서 네 개 정도 회사에 보내 놨습니다. 재미있는 콘텐츠 많이 기대해주세요.
양다양다: 아직 정확한 기획은 없지만, 아마 저는 유유랑 같이 유다티비라는 이름으로 코믹한 영상을 많이 보여드릴 계획이에요.
 
Q. 보기 드문 걸밴드로서 8년차가 됐다. 나름 힘든 순간들, 그리고 느꼈던 편견이 있는 가.
양다양다: ‘쟤들은 보여주기 식 우정이야하는 경우가 있어요. 우린 이렇게나 돈독하게 지내고 있는데요!
비엔나핑거: 기본적으로 걸밴드라는 말 자체가 편견이에요. 밴드면 밴드지, 굳이 이라는 말을 붙일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걸밴드라는 건 뭔가 아이돌스러울 거란 기대도 있어요. 보이밴드가 뭔가 아이돌 밴드의 느낌이 강해서 그런 것 같아요.
 
Q. 그런 편견을 깨고 8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 나름 두터운 팬덤도 생겼을 것 같다.
유유: 저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으니까, 피싱걸스의 팬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대구에서 만났던 팬을 나주에서도 보게 되고, 알고 보니 그분 집은 서울이고, 그런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하고 있어요.
비엔나핑거: 저희가 코어팬덤이 있어요. 클럽 공연을 하면 10명이 오는 게 힘든데 저희는 그 이상의 팬들이 모든 공연에 와주세요. 정말 감사한 분들이에요.
 
Q. 사회적인 이야기, 트렌디한 주제를 줄곧 담아왔던 것 같다. 피싱걸스가 추구하는 이미지인가.
비엔나핑거: 이제 펑크는 트렌디한 장르가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수십 년 전에 유행했던 장르에요. 지금은 펑크키드라는 말이 없어졌잖아요. 그 올드함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가사적으로 트렌디한 키워드를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사실 제가 그런걸 좋아하기도 해요(웃음).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게 노력합니다. 그때그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 그걸 음악으로 만드는 게 그저 피싱걸스에요.
 
Q. 비엔나핑거가 팀 리더 겸 작사, 작곡을 맡고 있다. 노래를 만드는 데 있어 멤버들과의 의견 조율도 있는 가.
유유: 조율 같은 건 없어요(웃음). 저희는 그냥 그녀가 이끄는 대로 가요. 비엔나핑거 언니가 없으면 큰일나는 그룹입니다.
비엔나핑거: 항상 하는 이야기인 데 저는 음악을 따로 배운 적이 없어요. 이 친구들은 전공을 하고 본인 악기에 대해서 통달했어요. 리듬은 밴드 사운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에요. 그래서 그걸 담당하는 유유, 양다양다 모두 실력 있는 친구들이고요. 이번에는 시간이 얼마 없어서 혼자 작업했는데, 다음에는 가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앞으로는 조금 더 함께 만드는 음악에 가까워질 것 같아요.
 
피싱걸스. 사진/네츄럴리뮤직
 
Q. 달콤한 사랑 노래, 이별 발라드를 해볼 생각은 없는가
비엔나핑거·양다양다: 절대요. 저희 모두 사랑 얘기를 하면 죽는 병에 걸렸습니다(웃음).
유유: , 고등학교 때 홍대병에 걸려서 인디만 엄청 듣고 자랐어요. 그래서인지 사랑 노래를 하면 오그라들더라고요. 그리고 응 니얼굴같은 가사가 속 시원하잖아요. 피싱걸스의 기존 색에서 벗어난 노래를 해볼 생각은 없어요.
 
Q. ‘경록절무대 후기를 듣고 싶다. 홍대 신에서 활동하는 밴드에게는 영광스러운 일이다.
비엔나핑거: 제 장래희망이 한경록이라는걸 홍대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아요. 중학교 때 꿈은 한경록 마누라였고요(웃음). 그때 엄마가 너는 차라리 아이돌을 좋아하지 왜 밴드를 좋아하냐고 하기도 했어요. 홍대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의 꿈 대부분은 크라잉넛이 되자에요. 저희 역시 그랬고, 그 길을 따라가고 있어요. 제 꿈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고 다녔어요. 경록 오빠가 그걸 들었는지 경록절에 피싱걸스를 불러주지 않으셨나 싶어요. 조만간 오빠가 우리가 경록절에서 공연한걸 자랑스럽게 여길만한 위치가 되고자 해요. 이게 새로 생긴 제 꿈이에요.
유유: 저도 비엔나핑거언니처럼, 마누라까진 아니었지만 크라잉넛이라는 밴드를 정말 좋아했어요. 앨범이랑 공연실황 DVD도 집에 있어요. 피싱걸스에 와서 신기했던 건, 제가 정말 좋아하는 뮤지션분들과 두 언니가 친하게 지내는 거였어요. 덕분에 경록절무대에도 오르고, 관객들의 엄청난 에너지를 느껴볼 수 있었어요. 최고의 공연이었습니다.
 
Q. ‘경록절무대에 올랐으니, 새로운 목표를 정하자면?
비엔나핑거: 많은 사람들이 락스타라고 인정하는 체리필터, 크라잉넛, 레이지본 등등 수많은 밴드들이 있잖아요. 그 분들이 피싱걸스라는 밴드를 안다는 게 정말 신기해요. 올해 하반기에는 그 락스타분들과 함께 공연할 수 있는 밴드가 되고 싶습니다.
양다양다: 경록님은 그날 정말 행복해 보였어요.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거니까요. 저는 나중에 성공해서 양다절을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꾸게 됐습니다.
 
Q. 최근 일본에서 열린 K팝 페스티벌 ‘K-LOVERS FES 2020’ 무대에도 올랐다. 어떤 경험이었나.
양다양다: 일본에 처음 갔던 거라 정말 떨렸어요. 저희를 아시는 분들이 없는 게 당연하니까, 멘트와 가사를 일본어로 번안해서 불렀어요. 그러니 정말 유쾌하게 웃어주셨어요.
비엔나핑거: 이번에는 한국 아이돌들과 함께 공연했지만, 다음에는 일본 밴드들과 함께 무대를 꾸며보고 싶어요. 일본 밴드들은 정말 연주를 잘 해요. 그래도 피싱걸스만이 가지고 있는 색이 확실하니까 현지 밴드들 사이에서도 꿇리지 않을 자신 있어요.
 
Q. 인터뷰 마무리 멘트로 앞으로의 목표를 말하자면
양다양다: ‘응 니얼굴이 잘되고 나서, 연락이 두절됐던 친구들에게 많은 연락을 받았어요. 앞으로는 그런 옛 친구 말고, 유명인들에게도 연락 오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웃음)? ‘피싱걸스와 콜라보해보고 싶다DM을 꼭 받고 싶어요.
유유: 저는 펭수랑 콜라보 꼭 해보고 싶습니다. 정말 매력 있는 친구더라고요. 그가 셀럽의 길을 미리 걷고 있으니 우리도 같이 걷고 싶습니다. 우리는 스토리텔링을 잘 하니까 펭수에 맞는 음악과 가사를 만들 자신 있어요. 개인적으로 드럼도 가르쳐줄 수 있어요. 저도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유명해지고 싶어요!
비엔나핑거: 밴드 활동만으로 우리 멤버들이 먹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행복한 날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유지훈 기자 free_fro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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