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구태우

"회사 이메일로 노조 홍보" 대한항공직원연대 조합원 징계 위기

노조 운영진 객실승무원 7000명에게 홍보 이메일 보내…대한항공 "취업규칙 위반"

2018-07-23 16:21

조회수 : 7,187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대한항공의 네 번째 노조인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노조) 운영진이 사내 이메일로 홍보 활동을 한 이유로 사측으로부터 징계받을 위기에 놓였다. 노조 홍보 활동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노조 활동에 해당된다. 
 
23일 노동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0일 유모씨 등 노조 운영진 2명을 불러 홍보활동에 대한 사실여부를 추궁했다. 유씨 등은 회사의 요구에 따라 사실확인서(경위서)를 작성했다. 그는 "노조 홍보활동 차원에서 노조가 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을 이행했다"고 사실확인서에 적었다. 이 자리에서 대한항공 객실지원팀 임원인 이모 상무는 "회사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 등은 이 상무의 말에 높은 수위의 징계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노조는 조 회장 일가 등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 상무의 말이 위협으로 다가왔다.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가 지난 19일 사내 이메일로 보낸 홍보물. 사진/민주노총
유씨 등 노조 조합원 4명은 지난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객실승무원 7000명에게 노조를 홍보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들은 객실승무원의 이름을 직접 입력해 이메일을 발송했다. 홍보물은 사내 인트라넷인 '크루넷'을 통해 객실승무원에게 전달됐다. 이메일에는 노조 가입을 독려하는 홍보물 등이 담겼다. 노조는 직원의 처우를 개선하고, 임금체계를 개편하겠다고 홍보물을 통해 설명했다. '팀 제도'를 폐지하고, 운항·객실승무원의 체류호텔을 중심가로 이전하고 조식을 지급하겠다고 강조했다. 직원의 평소 느꼈던 애로사항이 노조 홍보물에 담겼다. 
 
대한항공은 크루넷을 통해 노조 홍보활동을 펼치는 건 취업규칙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이메일 발송 이튿날인 지난 20일 "사내우편 또는 전자통신망을 업무 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취업규칙 위반으로 사규에 따라 조치될 수 있다"고 이메일과 인트라넷을 통해 알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전 협의없이 회사 인트라넷을 사용해 취업규칙을 위반했다"이라며 "직원 복리후생의 경우 회사와 협의 후 사내 이메일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협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실확인서만 받았고, 징계 여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기존 노조인 한국노총 대한항공노조도 사내 이메일로 홍보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노조 홍보업무가 취업규칙 위반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영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노조의 홍보 업무는 노조법이 보장하는 정상적인 노조 활동"이라며 "노조 홍보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인 만큼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홍보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다른 노조와 차별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라고 말했다. 
 
노조가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건 조합원수를 늘리기 위해서다. 현재 교섭대표노조인 대한항공노조는 전체 직원(1만9701명) 중 54%(1만774명)이 가입돼 있다. 회사와 임단협을 맺기 위해서는 조합원수를 현재보다 대폭 늘려야 한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으로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직원의 반감이 높은 점도 조합원 유치에 유리한 점이다. 노조는 조합원수 확대를 위한 홍보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돼 노사·노노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 구태우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