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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롯데, 검찰 구형에 '휘청'…사업별 존망은?

신 회장 공백 우려 속 호텔롯데 상장·중국·동남아 전략 등 '뉴롯데' 좌초 위기

2017-1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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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롯데그룹이 기치로 내건 '뉴롯데'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한·중 관계 복원으로 휘청거렸던 중국 사업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도 잠시, 신동빈 회장 등 그룹 수뇌부의 경영 공백 리스크가 터지고 말았다. 결국 롯데 앞에 놓인 지주사 전환 등 쌓여있는 각종 현안도 전면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이어 신격호 총괄회장까지 징역 10년을 구형하면서, '혐의없음'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롯데그룹은 '초비상'이 걸렸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경우 그룹 경영에서 완전 배제된 상황이라 하더라도 이번에 중형이 구형된 '경영비리 혐의'의 경우, 부자간 연결고리식 혐의를 띄고 있어 롯데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당장 '발등의 불'은 지주회사 전환 마무리 작업이다. 롯데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지난 12일 롯데지주 주식회사를 공식출범했다. 첫 단추는 끼웠지만 한달도 채 안돼 지주사 대표인 오너의 공백을 걱정해야 하는 최대 위기에 내몰린 셈이다.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금융계열사 8곳에 대한 분할과 호텔롯데 상장, 순환출자 해결 등은 신 회장 부재에서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 롯데의 지주회사 전환은 신 회장이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혁신안으로, 신 회장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추진 동력이 상실될 수 밖에 없다.
 
신 회장이 경영비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더라도, '최순실 게이트' 관련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롯데의 지배구조와 청사진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롯데지주의 숙원 과제이자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도 또 다시 연기될 수 있다. 앞서 호텔롯데는 지난해 경영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상장을 추진했으나 그룹 비리 관련 검찰 수사 등으로 이미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호텔롯데는 현재 90여개의 국내외 롯데 계열사 지분을 보유 중이며, 롯데물산·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롯데건설 등을 순환출자 형식으로 지배하고 있다. 만약 호텔롯데가 총수 비리 문제 등으로 또 한 번 상장을 미룰 경우 롯데지주 출범에도 불구하고 순환출자고리가 해소되기 힘들어 그야말로 '무늬만 지주회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한·중 관계가 해빙기로 돌아선 가운데 중국 사업에 대한 신속한 전략 변화도 필요하지만 이를 책임져야 할 신 회장의 경영공백이 현실화 될 경우 달라질 중국시장에 대한 대응도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현재 롯데그룹은 롯데마트의 중국 매장 매각을 추진중이며, 달라지는 현지 상황에 따라 현지사업 전략도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롯데는 사드갈등 과정에서 약 2조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서도 3조원이 투입된 선양 롯데월드 등 '사드 해빙무드'에 따라 사업재개가 기대되는 핵심사업도 즐비한 상황이다. 그러나 '오너의 중형'이 확정될 경우 중국사업 점검 조차 사실상 불가능하게 돼 추진 동력이 절실한 중국 사업의 후속작업과 대안 마련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롯데가 '2020년 아시아 톱10 글로벌 기업 도약'을 목표로 공들여왔던 인수합병이나 동남아 진출 등에 대한 추진력도 상실할 위기에 놓였다. 실제 신동빈 회장은 최근 '동남아 시장 확대'에 의욕을 내비치며 현지 시장을 직접 오가는 등 공을 들여왔다. 신 회장은 최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대한 투자에 고삐를 당기고 있었다.
 
특히 신 회장은 세계 4위인 인구 2억6058만 명의 인도네시아에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지난 2008년 처음 진출한 롯데그룹의 인도네시아 누계 투자액은 1조2000억 원에 달한다. 진출한 계열사만 해도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면세점·롯데리아·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롯데로지스틱스·대홍기획·롯데정보통신·롯데캐피탈 등 10여개 사다. 신 회장이 '기회의 땅'으로 간주하고 시장 공략을 위해 '한·인도네시아 동반자 협의회' 경제계 의장을 맡는 등 사업 전 과정을 꼼꼼히 챙기며 진두지휘 했을 정도다. 당장 이달 초 인도네시아 출장이 예정된 신 회장이지만 예상밖의 '중형'에 예정된 일정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롯데그룹이 가장 우려스러워 하는 대목은 신 회장의 일본 롯데 경영권 반납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 될 경우 앞서 열거한 롯데지주사 전환, 호텔롯데 상장 등 모든 핵심과제가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롯데 안팎에선 신 회장의 실형 여부와 상관없이 신 회장이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는다면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선 물러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재계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에 예민한 탓에, 총수가 불법을 저지를 경우 대표이사직을 내놓는 것이 관례로 여겨진다. 수사 결과에 따라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핵심축인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경우 경영권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검찰이 신 회장 외에도 롯데그룹 수뇌부 대부분을 실형으로 구형함에 따라,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최고경영자들이 집단으로 부재한 상황을 맞게 돼 신 회장의 경영권 방어 등 지근거리에서 보필할 측근들의 역할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롯데그룹에겐 악재가 될 수 있을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 등 숨가쁘게 진행된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강화와 그룹 체질개선 작업이 예상밖의 중형으로 전면 올스톱 될 위기에 놓였다"며 "다음달 22일로 예정된 신 회장에 대한 선고에 따라 신 회장과 롯데의 청사진이었던 '뉴롯데'의 향배도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 오너가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4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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