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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우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여전…제도 보완 '한목소리'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해야"

2017-09-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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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탈취가 여전하지만 처벌이 미약해 근원적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는 26일 오후 국회에서 대기업의 기술 탈취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사례를 발표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화에 독자기술을 빼앗긴 중소기업의 피해사례가 소개됐다.
 
2011년 3월 ㈜에스제이이노테크(SJIT)는 ㈜한화(옛 한화테크엠)와 3세대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장비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SJIT의 스크린 프린터 장비는 고효율의 태양전지를 제조하기 위해 필수적인 장비로, 시간당 2400매를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성이 높다. 해당 장비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의 4개 기업만 생산할 정도로 기술 진입장벽이 높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SJIT는 친환경 에너지의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15억원을 들여 1~2세대 장비를 개발했고, 2010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8억4000만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3세대 장비를 개발했다. 현재 8개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2011년 ㈜한화는 한화큐셀(옛 한화솔라원) 중국공장에 생산 장비를 납품했다. SJIT는 ㈜한화 아산공장에 장비를 보내 시운전을 했다. SJIT는 ㈜한화 요청에 따라 3차례 시간당 생산량을 높였다. 양사가 체결한 계약서에는 없는 내용이었다는 게 SJIT 설명이다. ㈜한화는 또 부품 목록이 담긴 도면과 핵심 설계도면을 요청했다. SJIT는 ㈜한화의 요청을 모두 수용했지만, 정작 한화큐셀 중국공장에는 장비를 납품할 수 없었다. 결국 2015년 계약이 해지됐다. 그런데 같은 해부터 ㈜한화가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장비를 생산해 한화큐셀에 납품했다.
 
㈜한화는 SJIT가 시간당 4000매 생산이 가능한 견적을 제시하지 않아 2014년부터 엔지니어 수 명을 영입해 독자개발했다고 주장했다. 또 SJIT로부터 받은 도면 등은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반면 SJIT는 시간당 3600매 생산이 가능한 견적을 제시해 4000매를 요청한 ㈜한화의 요청을 만족시켰다고 주장했다. ㈜한화의 장비는 자사 장비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말했다. SJIT는 "짧은 기간 동안 타사의 장비를 모방하지 않고 독자개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도용 의혹을 제기했다.
 
SJIT는 지난해 7월과 11월 공정거래위원회와 대구지방경찰청에 해당 사건을 고발했지만, 현재까지 미결 상태다. ㈜한화를 통해 한국과 중국 등에 판매하려고 했던 바람이 좌절되면서 회사 재정도 극도로 악화됐다. SJIT는 2010년 회사 매출 비중 중 태양광 사업이 40%를 차지했는데, 현재는 1~2%로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SJIT 관계자는 "한화와 거래하면서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해 100억원의 설비를 투자했고, 6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태양광 장비 생산을 위해 쓸려고 했던 설비는 다른 용도로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SJIT의 기술 탈취를 한 적이 없다"며 "현재 공정위 조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SJIT가 의혹을 제기해) 영향을 미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기술 탈취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피해 구제 절차를 마련해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허법, 디자인보호법 등을 개정해 기술 탈취시 제재 수단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도 제안했다. 특허변호사회 손보인 변호사는 "기술 탈취시 법에서 요구하는 입증책임 부담이 지나쳐 완화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을 경우 중소벤처기업부가 조사하는 등 중소기업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기술탈취로 인한 중소기업 피해사례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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