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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자본시장 갈라파고스 빗장 풀자)①금융개혁 첫걸음은 갈라파고스 규제 탈피

외국계 금융사, 수년간 국내시장 엑소더스…국내 금융사 경쟁력 약화 원인 지적

2017-09-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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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갈라파고스 규제가 국내 자본시장 분야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는 국내에서만 존재하는 규제로 인해 이미 한국 철수를 결정했거나 검토하고 있다. 또한 국내 금융사도 국제 경쟁력이 정체되면서 '우물 안 개구리'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갈라파고스 규제 혁신이 자본시장 발전의 첫 단추라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로 인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5차례로 나눠 살펴본다.(편집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 분야의 혁신과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이른바 ‘갈라파고스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갈라파고스 규제는 남아메리카에서 1000km 이상 떨어져 세상과 단절돼 독특한 동·식물 구성을 이룬 갈라파고스 제도(Galapagos Islands)에서 유래했으며,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동떨어진 특정 지역에만 존재하는 규제를 의미한다.
 
올해 대통령 선거 이후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갈라파고스 규제를 혁신이 국내 자본시장 분야 발전의 첫걸음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대선 다음날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국내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로 이미 진출한 외국 금융사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으며, 국내 금융사들의 국제 경쟁력 또한 약화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금융규제의 적합성을 주기적으로 평가해 선진국에 없는 규제는 과감히 폐지해 글로벌 정합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계 금융사 중 작년에 싱가포르 BOS증권, 영국 바클레이즈캐피탈증권, 2015년에는 영국 RBS증권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아울러 다른 외국계 금융사들도 국내 영업비중을 축소하거나 시장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2012년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국내 철수를 결정했고, 올해 피델리티자산운용은 영업부문만 남기고 운용부문 사업을 철수했다. 최근 JP모건자산운용,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등도 철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투자협회에서는 최근 외국계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실제 갈라파고스 규제 사례 및 규제완화 필요사항에 대한 의견수렴에 나섰다.
 
금투협회 관계자는 “외국계 금융사들은 국내 금융사와 비교해 불리한 영업활동 차별이 해소돼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외국계 운용사의 경우 국내에서 운용하는 포트폴리오를 본사에 보여줄 수 없게 되어 있는데, 본사 상품에 대한 마케팅 업무가 금지되고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이 근본적으로 차단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자본시장 분야 규제 및 금융당국의 정책지원 미흡이 외국계 금융사의 엑소더스 현상은 물론 국내 금융사의 경쟁력 약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전문가들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을 거론했다.
 
현재 국내 자본시장 업계의 국제 경쟁력은 낮은 수준이다. 국내 증권사 중 자기자본 규모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7조원 수준이지만 미국 골드만삭스는 100조원에 육박하며, 일본 노무라증권도 28조원으로 현격한 차이가 난다. 게다가 해외 진출도 베트남 등을 제외하면 미미한 실정이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올해 6월까지 초대형 IB 업무승인 및 인가 작업을 마무리해 본격적으로 육성정책을 시행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연되면서 인가 심사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초대형 IB의 실질적인 영업개시 시점은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 게다가 삼성증권은 대주주 적격성 요건으로 심사가 보류되면서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초대형 IB 정책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초대형 IB는 국내 증권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정책”이라면서 “해당 증권사들이 발행어음 등 관련 사업을 조속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계속 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파생상품 규제도 국내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특히 업계에서는 주식워런트증권(ELW) 규제를 거론했다. 2005년 개설된 ELW는 호가제한 규제 등으로 2011년 1조원대를 넘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현재 10%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2000년대 후반부터 활황세를 보였던 ELW가 당국의 규제로 거래규모가 현저하게 위축됐다”면서 “그 결과 노무라증권, BNP파리바증권, 맥쿼리증권 등이 관련 사업을 중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 분야 발전을 위해 해외 사례를 참고한 과감한 규제완화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황영기 회장은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의 야성과 상상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자본시장의 규제 체계가 현행 규정중심에서 원칙 중심의 네거티브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도 “현재 홍콩, 싱가포르가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금융허브로 도약하고 있으며, 중국 심천도 이들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단계”라면서 “현재 지적되는 사안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자본시장 분야의 정체가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동북아 금융허브 방안도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대통령 선거 이후 갈라파고스 규제 혁신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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